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8

20080911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by 굼벵이(조용욱) 2024. 5. 9.
728x90

2008.9.11()

어제는 두 가지 사건이 나를 힘들게 했다.

하나는 OO지점 KJS부당해고 소송과 관련된 것이다.

법무팀에서 대법원 상고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법무팀 단독으로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자 우리에게 공문을 보내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내왔다.

최준원 과장이 검토서를 간단하게 두줄로 정리했는데 해당 사업소와 논의하여 승소가능성 여부를 판단하여 결정하라는 검토서를 가져왔기에 너무 성의 없는 답변이라 조금 찜찜했지만 법무팀 생각이 조금은 괘씸하기도 해서 우문 우답식의 답변서에 사인을 했다.

그러나 처장은 그 기안지를 보자마자 노발대발했다.

곧바로 김락현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려했다.

마침 김팀장이 자리에 없었기에 천만 다행이다.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최과장의 보고를 받고 곧바로 김락현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사실이 있었음을 알려주면서 혹시 처장에게 전화가 오면 잘 대처하고 너무 기분나빠하지 말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퇴근시간 무렵에 내가 처장방에 들어가 보고를 하는데 이를 읽어보던 처장은 또다시 전화기를 들어 김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김팀장에게 법무팀이 더 법 전문가냐 인사처가 더 전문가냐부터 따지기 시작해서 내가 들어도 기분 나빠할 이야기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보고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니 김팀장에게 전화가 와 있었다.

김팀장은 처장에게 당하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씩씩거리며 내가 보고를 잘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며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내가 아무리 이를 설명하려 해도 그는 심하게 오해를 하고 있었다.

나도 가슴이 답답했다.

만일 내가 사전에 전화를 하지 않았었더라면 더욱 심한 오해를 했을 것이다.

**************

저녁 6시 반쯤 되었을까 정처장이 나를 찾는다.

처장 방에 가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고천석이란 놈이 어떤 놈이냐?'고 묻는다.

나는 답변을 유보한 채 머뭇거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장은 장명철 전무님 방에 내려갔었는데 장전무님 왈 '송변전 본부장이 왔다갔는데 직군 통합안이 사장님께 빠꾸맞았다며?’ 하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처장은 곧바로 송변전직군인 고천석이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한 것이다.

처장은 송변전 직군이 우리 부서에 근무하는 것을 처음부터 꺼려했었다.

자신이 꺼려했지만 내가 고집스럽게 주장해 어쩔 수 없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내게 또 한다.

그러면서 그런 스파이노릇 하는 사람들과는 같이 일 못하니 철저하게 규명해서 낼 아침까지 보고하란다.

고천석과장이 스파이란 것에 대하여 거의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 했다.

그 이야기만 안했어도나는 덜 섭섭했다.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과장들을 불러모아 보안교육을 했다.

하지만 처장이 내게 한 이야기는 절대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그렇게 몰상식하게 상처주는 이야기를 내 과장들에게 전달하고 싶지 않았기 떄문이다.

대신 완곡하게 인사보안에 관한 지시를 내렸다.

고과장에게는 슬쩍 에둘러 보안누출이 있었던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고과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나는 내 과장을 믿는다.

설령 그가 내게 거짓말을 한대도 나는 그냥 믿는다.

 

다음날 아침 출근해서 처장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그냥 솔직하게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하고 보안교육을 확실히 시켜 앞으로 더이상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이야기 해야겠다.

그가 만일 우리 과장을 계속 의심하면 송변전 전무님을 통해 역추적 해서 고과장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 확인하시라고 해야겠다.

관리자는 이래서는 안된다.

의심스런 사람은 쓰면 안되고 일단 사람을 썼으면 절대 의심하면 안된다.

모든 일은 정직하고 솔직하게 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