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9(수)
어제는 노조에서 저녁을 사겠다고 해서 사대부의 찬에 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부사장에게 정년연장 관련 서류를 드렸다.
노조가 요구한 직원 호칭개선 결재와 관련하여 한바탕 골치 아픈 해프닝이 있었다.
사장에게 결재를 받으면서 인사처장은 사장이 직접 노조 위원장을 불러 이 사실을 통보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사장은 그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그냥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를 다시 부사장에게 가서 말씀을 드리려 했는데 부사장이 마침 출타중이어서 처장이 직접 핸드폰으로 부사장과 통화를 했다.
내가 없는 사이 통화를 해 나는 처장과 부사장 간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그런 내용을 발표하면 혹시라도 국감에 영향을 줄 소지가 있으니 국감이 끝난 후 발표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하자 처장은 굿 아이디어라며 받아들였다.
국감이 끝나는 날 노조 SKS가 김병옥 과장에게 계속 전화를 하며 결재여부를 물어왔다.
국감날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그 늦은 시간에 전화를 했단다.
다음날 아침 김병옥과장과 함께 처장에게 가서 처장이 직접 노조 위원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처장은 그 특유의 제스쳐와 함께 조부장이 알아서 하란다.
(나중에 확인하니 처장은 그게 호칭관련 건인 줄 모르고 그렇게 지시했다고 한다)
나는 김병옥과장과 함께 노조 사무실에 가서 신기수 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관련 공문을 달라는 신국장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신국장이 그 문서 사본을 들고 위원장에게 가서 보고를 하는 사이 노무처장이 나타났다.
잔머리의 대가 답게 노무처장은 그걸 다음 달에 개최되는 노사협의회에서 극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해 위원장과 사장의 면을 세우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고는 어느새 부사장에게 뽀로로 가서 자신의 생각을 말씀을 드린 것이다.
그런 사실도 모르는 처장은 노무처장의 전화를 받고 나랑 같이 부사장 방에 가서 노무처장 제안대로 해 보겠다는 보고를 했다.
내가 노조 사무실에 올라가 신기수 국장과 노무처장의 의견을 이야기하니 신기수는 이미 노조 지부장들에게 SMS를 날려버렸단다.
그렇다면 상황 끝이다.
이미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것을 부사장에게 보고하러 가려니 처장 마음이 착잡했을 게다.
부사장과 전화통화에서 이미 부사장이 직접 노조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었는데 먼저 노조에 알려 주고 나서 부사장인 자기보고 때 늦은 생색을 내라고 한 결과가 된 것이다.
부사장 입장에선 엄청 화가 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처장은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나와 함께 부사장 방에 가서 머리 조아리고 사죄를 했다.
나도 부사장에게 중간에 컴뮤니케이션 에러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모두가 잘 하려고 애쓰다가 생긴 일이다.
모든 일이 자신의 생각대로 되는 것 같지만 이렇게 아주 간단한 일도 복잡하게 꼬이는 수가 있다,
그래서 잔머리 굴리지 말라는 것이다,
노무처장의 잔머리만 없었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와 그제 이틀간 중앙교육원에 들어가 경영평가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 내용이 영 만족스럽지 못해 보고서를 만드느라 고생한 과장들에게 또 싫은 소리를 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노고를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영양가 없는 궂은일은 내가 도맡아 하는 것같아 기분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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