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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10

20100412 군에 있는 아들 호신이에게 보낸 편지

by 굼벵이(조용욱) 2024.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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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잘 있니?

밤엔 많이 춥지?

집 생각은 안 나니?

아빠의 편지가 달갑진 않겠지만 나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글을 쓴다.

아빠는 가끔 고도에 갇힌 외계인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너희들이 바라보는 아빠는 정말 외계인일거야.

엄마도 아마 아빠를 그렇게 볼지 몰라.

네 엄마랑은 결혼해서 24년을 다른 나라에서 살아왔으니까.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란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일이 그리 쉽지 않거든.

그런데 가족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능해도 가족에게는 그게 더욱 어렵단다.

왜 그런가 하면 가족은 이해관계로 맺어진 것이 아니고 혈연으로 맺어졌기 때문이지.

이해관계는 그냥 일방이 파기하면 그 뿐이지만 혈연은 그렇게 할 수 없단다.

결코 포기할 수가 없는 거지.

그러기에 부모는 늘 자식이 적어도 자기보다는 나아지기를 고대하지.

그래서 틈만 나면 너희들이 귀찮게 생각하는 잔소리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거야.

어떻게든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싶어서....

그러니 부모 마음에 차는 자식은 흔치 않을 수밖에....

나 역시 자식 이야기만 나오면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얼른 주제를 다른 곳으로 옮기곤 했어.

지금은 비록 호신이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지만

군에 다녀오면 올바른 정체성을 형성할거고

그러면 그동안 늘 아빠가 말하는 반대방향으로만 행동했던 것들이 결국 자신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네 말처럼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켜 멋진 사나이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네가 싫어해도 할 수 없다.

아빠가 보낼 수 있는 편지란 이런 종류의 고리타분한 이야기 뿐 일거야.

만일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안 보내마.

편지가 좋은 건 내가 이런 말 하는 동안 네 구겨진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건강 조심해라.

 

2010 4. 12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