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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11

20110613 나는 이기적이다

by 굼벵이(조용욱) 2025. 3. 15.

6.13()

토요일엔 테니스장엘 나갔다.

요즘은 이기고 싶은 강한 욕망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 그런지 세게임을 했는데 모두 졌다.

그래도 그리 서운한(regret)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의 공격욕이 무뎌지고 퇴화한 모양이다.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욕망,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박종확전무가 사는 밥을 얻어먹으며 돌리는 술을(send the beer round) 많이도 받아 마셨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시 잠을 잤다.

집사람은 어느새 일 나가고 없다.

잠시 후 집사람이 들어와서는 시골집에 내려갈 음식 준비를 한다.

내가 오늘 오후 네 시 즈음에 내려가는 게 어떻겠냐고 하자 집사람이 화를 발칵 낸다.(lost her temper)

일요일 아침에 내려갈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전날인 토요일 오후에 내려가자고 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자신은 시골 내려가서 불편하고 어려운 홀(widower) 시아주버니(elder brother of her husband)와 같이 있고 나만 혼자 놀러 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울화통이 터지는 모양이다.

난 모처럼 불알친구 병진이와 용범이가 전날인 토요일에 우리 집에 와 술 한 잔 나누고 싶어 해 조금 일찍 내려갔으면 싶었던 거다.

하지만 집사람이 화가 단단히 나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녀는 내 생각만 하는 이기주의자라고 나를 비난한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화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정 힘들면 나 혼자 내려가겠다고 했다.

그녀는 그냥 같이 가자며 화를 가라앉히고 돌아섰다.

 

고향친구들 용범이와 병진이, 정원이를 만나 송균네 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병진이가 밥값을 내었다.

나도 낼 수 있는데 이 친구가 늘 기마이를 쓴다.

2차로 통닭집에서 생맥주 한 잔씩 마시고 한 마리를 더 사와 집에서 맥주 안주를 삼았다.

차 안에 들어있던 소주 한 병까지 싹싹 긁어다 마셨다.

 

다음 날은 어머니를 성당에 모셔다 드리고 체육대회에 참석했다.

체육대회에 많이들 나왔다.

그래도 우리 반 친구들이 가장 많이 나왔다.

제기 차기를 했는데 내가 3등을 했다.

원래 축구선수인 원봉이가 나가야 하는데 너무 잘하니까 나로 대신했다.

잘 하고 싶었는데 연습할 때는 잘 됐는데 막상 시합에선 여섯 개 밖에 차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가 공동 1위를 했다.(become co-champions)

1등 상금 25만원을 가지고 뒤풀이를 했다.

나는 운전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면 그 술을 참은 건 집사람에 대한 배려였다.

어제의 불편한 상황에 이어 운전까지 시키게 되면 그녀는 나를 정말 배려심 없는 나쁜 사람으로 볼 것이다.

 

집사람은 어머니에게 저녁까지 챙겨드렸다.

예희 아저씨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뒤꼍에 묻어 놓았다는 625때 사용한 소련군 총을 찾는다고 형과 같이 삽질을 하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셔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전설의 소련총은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집사람은 저녁밥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마친 뒤(do the dishes) 서울로 향하는 내 차에 몸을 실었다.

그런저런 일들로 집사람 심기가 많이 불편할 듯해 조수석에 앉아 잠자는 집사람이 깰까봐 숨죽이며 올라왔다.

 

나는 이기적이다.

하지만 모든 동물이 살기 위해선 모두 이기적이어야 하는걸 어떡하란 말인가.

내가 이기적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도 아니고 하느님이 그렇게 해 놓은 걸 어떡하란 말인가.

그러기에 더더욱 이타적이 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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