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봄무들기 생각

여울이라는 말

by 굼벵이(조용욱) 2012. 10. 9.
728x90


여울이란 말 예쁘지 않나요?
내 애인의 이름이 여울이었으면 좋겠어요.
세월이 여울져 간다는 말 어딘가 여유 있어 보이지 않나요?
강여울 여울여울 기복도 결코 보이지 않는
그 한가로운 표정이 넉넉해 보이지 않나요?
그러나 강이나 바다에 바닥이 얕거나 너비가 좋아서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이라는
강퍅한 뜻을 가진 말이란 것도 아시나요?
내 애인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단박에 그 빠른 물길에 휩쓸어 가버리면서도
그 표정은 여울이란 말처럼이나 끄떡없어서
내가 여울에 빠져 허우적댄다 해도
남들이 듣기에 어째 그 동작이 춤처럼은 느껴지지 않을래나요?
가도 아주 가지는 안노라시는 그 뻔뻔한
그래서 천만 번은 더 빠져나 보고 싶은 여울
여울이란 말 참 예쁘지 않나요?

- 복효근, '여울이라는 말' -

'봄무들기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때 그사람들  (0) 2013.01.28
나를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보내는 연하우편  (0) 2012.12.30
친구야 나먼저 간다.   (0) 2012.09.26
일체유심조  (0) 2012.09.19
풀꽃  (0) 201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