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쓴 책들/경영의 본질

3. 경영의 본질

by 굼벵이(조용욱) 2018. 4. 10.
728x90

3. 경영의 본질

  1) 초기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신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기에 기독교든 불교든 많은 종교인들은 ‘신은 네 안에 스스로 존재한다.’며 ‘무조건적 믿음’을 강조한다. 아마도 인간의 능력으로 인지할 수 없는 기적 같은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종교가 하나같이 ‘무조건적 사랑’(자비)을 인간의 의식 속에 신처럼 모셔야 할 가장 중요한 절대 이념(무조건적 믿음)으로 여긴다. 왜 이와 같은 현상이 생겨났을까?

이는 아마도 우리의 의식이 형성되는 생애 초기에 경험한 성장배경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갓 태어나 자신만의 의식이 형성되기 이전까지 부모나 주변으로부터 무조건적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런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 가는 동안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준 부모나 주변에 대한 애착, 연민, 협동, 상호작용, 욕망 따위의 기초적인 의식이 자동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본다. 즉 무조건적 사랑이 인간(육체)을 인간(의식)답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탈선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부모나 주변으로부터 정상적인 의식이 형성될 만큼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데서 기인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기독교 신앙을 빌린다면 신이란 결국 부모나 주변에서 보내준 ‘무조건적 사랑’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아마도 신이 인간의 DNA 깊숙한 곳에 ‘무조건적 사랑’의 씨앗을 심어 인류가 함께 공존공영 할 수 있는 터전을 몰래 마련해 놓았는지 모른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 안에 아직도 남아 있는 ‘희망’처럼...

이와 같은 원리는 단순히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침팬지나 코끼리 늑대 등 대부분의 동물세계에도 이러한 현상들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한다. 즉 동물의 세계에서도 감정이입(Compassion)이나 협동심, 공정성, 호혜작용(Reciprocal interaction) 따위의 기본적인 도덕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동물학자 프란스 드 봘은 TED 강연을 통해 대부분의 동물들이 자기들 끼리 나름대로의 도덕성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을 각종 동물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동물들이 인간처럼 도덕적인 의식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동물들도 새끼를 낳아 기를 때에는 ‘무조건적 사랑’으로 돌본다. 사람보다 더 헌신적이어서 때로는 새끼들을 돌보다가 지쳐 쓰러지기도 하고 자신의 육신을 새끼들의 먹이로 제공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렇게 새끼들이 부모로부터 무조건적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동물들도 이와 같은 도덕적 의식들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조건적 사랑이 인간은 물론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도덕적 질서와 의식을 부여한다고 보면 무조건적 사랑이야말로 창조의 씨앗이고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젖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 경영, 어디로 가야하나

우리는 이 대목에서 매우 중요한 경영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바로 ‘무조건적 사랑’이라고 하는 키워드다. 그래서 HR도 단순하게 인사관리 또는 ‘사람에 대한 관리’라고 정의하기 보다는‘사람에 대한 사랑 관리’라고 정의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본다. 따라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경영의 핵심가치도 ‘사람에 대한 사랑 관리’ 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즉 어떻게 하면 조직 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과 회사 그리고 구성원 간 서로 조건 없이 사랑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경영의 핵심과제라 할 수 있다. 일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이 몰입으로 이어져 조직구성원 각자에게 최고의 행복을 가져다줌과 동시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출하게 하여 높은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한국적 경영의 핵심목표라 할 수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의 본질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다.

 

   3) 사람의 본질

인간의 삶의 본질에 관한 접근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자.

진화심리학적 정의에 의하면 삶은 생존이다. 세상 만물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인간은 지능이 높을 뿐 얼룩말이나 돌고래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100% 동물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살아남아야 하고 오래 살아남기 위해선 잘 먹어야 하며, 왕성한 번식을 해야 하고, 포식자의 공격을 막아내고, 안전도 확보하고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잘 먹기 위해서는 먹는 즐거움이 필요하고, 왕성한 번식을 위해서는 섹스에 따르는 즐거움이 필요한 것이다. 홀로 있으면 포식자의 먹이가 되니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함께 있어야 하므로 함께 하는 즐거움도 필요하다. 인간에게 식욕, 성욕, 군거성 따위의 성향이 생겨난 이유다. 결국 생존목적인 진화를 위해 그 유인책으로 즐거움(행복) 이라는 수단이자 목적이 생겨났다고 본다.

삶의 본질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그는 인간행위의 종착지는 결국 행복이라고 했다. 즉 인간의 모든 행위는 행복(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야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이 조금은 이타적이고 협력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석가모니는 구도의 끝에 만나는 근본을 자비(慈悲)로 정의한다. 윤회설을 주장하며 100경조 분의 1이라는 어려운 확률로 사람으로 태어난 만큼 바른 삶 즉 자비로운 삶을 살아가라고 했다. 인간은 마음속이 온통 탐욕(貪)과 노여움(瞋)과 어리석음(痴)으로 가득 차 스스로 참고 견디어야 하는 고통의 사바세상을 만들었다며 어느 것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無常) 영원한 자아라 부를 것도 없다(無我)면서 이 모든 집착에서 벗어날 것(苦集滅道)을 제안하였다. 그 방법으로 제안한 것이 8정도로 바르게 보고(正見), 바르게 사유하며(正思) 바르게 말하고(正語) 바르게 업을 지으며(正業) 바르게 운명을 받아들이고(正命) 바르게 근면하며(正勤) 바르게 기억하고(正念) 바르게 마음의 안정(正定)을 찾으라고 했다.

죽는 순간까지 공부하며 사는 삶을 주장한 공자도 삶에 대한 학이시습(學而時習) 즉 공부의 끝에 만나는 것은 결국 인의예지(仁義禮智)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다시 한 단어로 압축하면 인(仁)이라고 하면서 인은 말이 아니라 실천(知行合一)이며 사람의 기본이고 인간 존재의 이유라고 했다. 인은 우리에게 운명을 극복할 힘을 주고 근심을 없애주니 다른 사람을 아끼고 배려하며 존중하고 보살피라고 했다.

道라고 부르는 순간 더 이상 도가 아니라며(道可道非常道)며 세상의 모든 것이 가변적이니 인위적으로 무엇을 하려 하지 말고 무위하며 살 것을 주장한(無爲而無以爲) 노자도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로 내 놓은 첫 번째 보물이 사랑(慈)이다. 두 번째가 검소(儉)이고 세 번째로 세상을 위한다고 감히 나서지 않는 겸손(不敢爲天下先)을 설하였다.

우리와 같은 동이족으로 목공 노동자 출신 천민이면서 추상같은 절대왕정 시대에 감히 공화정을 주장하며 계급과 국가를 넘어선 차별 없는 사랑을 주장한 묵자의 사상에 깔린 본질도 더불어 사랑 즉 겸애다. 묵자의 겸애사상은 예수의 사랑과 일맥상통하여 시기적으로 볼 때 혹자는 묵자의 사상이 세기를 달리하며 예수에게 전수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누구라도 결론은 그렇게 도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에...

중용은 하늘이 명한 본성을 따르고 이를 갈고 닦으라고 한다. 本性이란 살리는(生) 마음(心)이다. 하늘의 명은 ‘살리라’는 것이고 살리기 위해서는 지극정성(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토록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표현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모든 성현들이 ‘삶의 본질’로 ‘사랑’을 이야기 한다.

사랑은 끌어당김의 법칙이 작용한다. 서로 끌어당겨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수소 원자(H)와 산소 원자(O)가 서로 끌어 당겨 물(H2O)이라는 분자를 만들어내는 이치와 같다. 반대로 미움은 서로 배척하며 소멸해 버린다. 우주만물이 사랑과 미움으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사랑을 창조의 씨앗으로 보는 것이다. 과학에 가깝다는 진화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진화라는 창조물은 암컷과 수컷을 죽도록 ‘사랑’하게 하여(이종교배) 만들어낸 돌연변이 결과물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진화의 도구는 ‘사랑’이다. 사랑은 ‘무조건적 긍정적 보살핌’이다. 신은 우주만물을 창조하기 위해 ‘사랑’이라는 구세주를 보내 세상 만물을 낳고, 기르게 하였다.

 

   4)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은 진화심리학에서 말하는 생존의 수단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삶의 목적도 아니다. 행복은 인간으로 하여금 더 많이 사랑하게 유인하는 일종의 미끼이다. 깜깜한 바다 위 오징어잡이 배에 환하게 켜진 집어등과 같다. 불나비가 달려드는 횃불이기도 하다. 일종의 오르가즘이다. 결과적으로 행복은 사랑이 남긴 찌꺼기, 배설물로서의 즐거움이다.

 

   5) 기업의 본질

제도 몇 개를 뜯어고치거나 조직을 바꾸고 사람을 몇 명 보강하여 혁신을 이루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회춘한 기업도 없고 변화가 항상 좋은 것만도 아니어서 그 자체가 오히려 기업을 도산 문턱에까지 이르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 이도 있다.

기업도 생존을 넘어 진화가 본질이다. 기업의 진화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한 혁신으로만 이어간다. 하지만 창의적 아이디어는 쉽게 구할 수 없으며 오로지 ‘사랑’이라고 하는 진화의 도구에서만 얻을 수 있다.

기업의 진화는 일반적으로 단순한 개선(Improvement)과 돌연변이적 혁신(Innovation)에 바탕을 둔다. 개선(Improvement)은 현재까지 축적된 같은 분야 경험들의 이합집산을 통해 현재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창출하는 ‘과학적 진화’를 말한다. 돌연변이적 혁신(Innovation)이란 축적된 서로 다른 분야의 경험들 간 이종교배를 통해 현재 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변종을 만드는 ‘예술적 진화’를 말한다. 일테면 자연 상태의 돌을 그대로 사용하는 구석기시대에서 돌을 쪼개고 갈아서 사용하는 신석기 시대로 넘어가는 것은 ‘단순한 개선’에 해당하는 과학적 진화이고,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가는 것과 같이 단순한 돌멩이에서 구리와 주석을 추출하고 이들을 배합하여 청동을 만드는 것과 같이 전혀 다른 종을 창조하는 것은 ‘돌연변이적 혁신’에 해당하는 예술적 진화이다.

이와 같은 기업의 진화는 조직구성원의 일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다. 일이 너무 사랑스러워 일에서 행복을 느낄 만큼 몰입해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행복이란 열렬히 사랑하여 스스로를 잊을 만큼 무엇인가에 몰입했던 순간들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일 뿐 현재나 미래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 아니다. 따라서 직원 각자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몰입의 순간을 행복으로 기억하도록 하는 일이야 말로 경영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다. 인류 역사는 일에 대한 몰입을 통해 혁신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선과 혁신의 결과는 주로 전쟁의 형태로 이어지며 인류 역사가 진화하였다.

 

   6) 전쟁과 인류 역사  

어찌 보면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 인간의 머리 안에는 다른 무리의 사람들에게 무조건 적대적으로 대하도록 하는 논리회로가 내장되어 있다. 그것은 300만년의 역사가 우리에게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사람을 믿고 다가선 도도새가 고기에 굶주린 선원들에 의해 멸종되어졌다는 슬픈 도도새의 전설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초면엔 무조건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역사는 전쟁에서 승리한 승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은 주로 강력한 신무기였으며 신무기 발달의 역사는 창조적 혁신의 역사와 함께한다. 구석기 문명의 부족들은 신석기 문명의 부족에게 정복당할 수밖에 없었고 신석기 문명의 부족은 또다시 청동기 문명의 부족이나 국가에게 정복당할 수밖에 없었으며 청동기 문명의 부족이나 국가는 철기 문명의 국가에게 정복당했다. 불패의 일본 최고 기마군단 다케다 가쓰요리가 창, 칼 들고 무데뽀(無鐵砲)로 덤비다 조총으로 무장한 오다 노부나가에게 처절하게 완패 당했다는 무데뽀의 어원적 전설이 역사적으로 이를 입증한다. 이런 신무기의 위력을 일찍부터 알아차린 오다의 후예들이 주제넘은 생각으로 세계정복을 꿈꾸었지만 그보다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원자폭탄이라는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에 무릎을 꿇은 이래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미국이 현재까지 계속 패권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모방에 의한 성장은 반드시 붕괴한다는 또 하나의 전형적 사례이다.

건국 이래 미국이 이와 같이 패권국의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미국만의 차별화된 시스템과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미국으로 하여금 장기간 패권국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게 만들었을까?

 

 

     가) 창의적 아이디어  

많은 사람들이 그 원인을 미국의 특허법에서 찾고 있다.(대국굴기) 미국은 국가 건립 이후 앞으로 미국이 추구해야 할 핵심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고심한 결과 그동안 세계사의 패권을 좌우했던 핵심요인이 다름 아닌 ‘창의적 아이디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특허권의 철저한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1788년 연방헌법을 제정할 때에 특허권 보장 조항을 헌법에 삽입함으로써 특허 등 창의적 아이디어를 초법적으로 보장하게 한 것이다.

혹자는 미국을 넘어서는 중국의 부상을 점치지만 모방을 통한 창조는 언제나 한계가 있다. 소련의 붕괴과정에서 우리는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련의 성장을 가져왔던 산업기술의 발달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었는데 그것은 소련의 산업기술이 미국의 기술자를 수입해서 출발했다는 데에 있다. 즉 모방을 통한 성장이 오늘날 소련의 붕괴를 가져왔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모방을 넘어 자기만의 차별화된 새로운 창조를 가져오지 않는 한 진화가 불가능하고 진화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도태의 과정을 겪을 뿐이다.

 

     나) 자유

미국은 또 전쟁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 속에서 어떻게 하면 모든 국민이 전쟁 없이 평화로운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전쟁발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 이를 없애는 방법 또한 헌법으로 보장하였다. 그들이 찾아낸 전쟁유발의 근본원인은 바로 ‘자유’였다. 즉 인간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 전쟁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태어난 나이기에 나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이 목숨을 걸고 이를 쟁취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그 전형적인 예로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노예 해방운동을 들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도 실은 자유를 얻기 위함이다. 돈으로 자유를 사기 위함이다.

이와 같이 자유는 그 자체가 지니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던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주장이다.

    

    다) 우월욕망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에서 인류역사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더 이상 진화가 불가능한 진화의 마지막 최고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야말로 인류역사상 최고의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주장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헤겔은 이를 우월욕망이라고 표현하면서 인류역사는 인정받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고대 역사의 출발점에서 사람들 간에 이와 같은 우월욕망이 부딪히면서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고 전쟁에서 이긴 쪽은 군주계급이 되는 반면 진 쪽은 노예계급으로 전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예라 할지라도 내면에 기본적인 인간의 욕망이 고스란히 내재해 있기 때문에 노예상태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고 싶은 욕망이 분출하면서 자기해방 운동이 일어났고 자기해방 운동의 결과가 그리스도의 출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해방을 부르짖는 그리스도의 출현은 마침내 자유 민주주의라는 정치시스템을 낳는 모태가 되었는데 자유 민주주의야말로 독립된 개인들이 서로 싸우지 않을 만큼 적당한 수준에서 각자의 우월욕망을 채울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해방의 정신은 프랑스 혁명을 거쳐 마침내 미국의 독립혁명으로 이어지며 진화하게 되었다는 것이 후쿠야마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를 진화시킨 단초가 되는 인정받기 위한 욕망(우월욕망)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을까?

진화심리학적으로 고찰하면 우월욕망이야말로 진화의 핵이라고 볼 수 있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종족의 진화를 위해서는 가장 우월한 놈이 살아남아 대를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힘차게 우는 매미, 가장 화려한 공작, 최고 싸움꾼 사자만이 대를 이어 진화한다. 신은 우주만물에 우월욕망의 씨앗을 심어 동종 간 서로 경쟁하게 하고 가장 우월한 놈이 대를 잇게 하는 진화의 법칙을 만들었을 것이다.

발달심리학적으로 보면 우월욕망 역시 인간이 무조건적 사랑을 받으며 의식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부모를 포함한 가족들은 갓난아이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무조건적 사랑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대부분 수용하고 격려하고 칭찬해 준다. 이 경우 아이는 자신이 남보다 잘났기 때문에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우월의식이 생겨나는 것으로 여겨진다.(공주병, 왕자병)

이와 같은 우월욕망(인정받기 위한 욕망)은 일면 삶을 도전적으로 이어가는 본원적 에너지가 되어 생의 추동(Drive)을 형성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지나친 우월의식은 경쟁과 싸움 심지어는 전쟁으로 이어지는 매우 위험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위험한 우월욕망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등개념이 출현하였다.

 

     라) 평등

후쿠야마는 니체의 우월욕망에 관한 견해로부터 역사 발전의 결정적 단서가 되는 인자를 찾아내었다. 니체는 진정한 자유와 창조성은 인간의 우월욕망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남보다 뛰어난 존재인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인식시키고 싶다는 욕망이 지금보다 나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조의 본원적 모태는 바로 ‘자유’이며 자유가 없으면 진정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발현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지나친 자유는 우월욕망을 지나치게 자극하여 우월욕망끼리 서로 충돌을 일으키면서 분쟁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우월욕망을 적당한 수준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를 일정부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같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방편으로 평등주의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가 천부적으로 존엄한 존재이므로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기에 내가 존중받고 싶은 만큼 남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평등원리로 자유를 제한하여 과도한 우월욕망에 재갈을 물린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평등주의 사상이 상호존중의 개인주의로 이어지며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게 된 것이다.

자유, 창조성, 우월욕망은 인간의 본질에 내재된 천부적인 것이어서 언제나 변함없는 항상성을 가진다. 하지만 평등은 인위적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이성 즉 전두엽에서 나온 것으로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법칙이다. 따라서 평등을 적용하는 방식에 따라 민주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로 나뉘어 서로 이념을 달리한다. 작게는 가족단위에서 사회, 국가, 인류에 이르는 모든 집단의 분쟁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 궁극에 언제나 불평등이 도사리고 있다. 인류의 미래는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면서 자유가 어떤 형태로 발전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적 연구를 통해 경영을 공부하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소련이라는 거대강국이 무너진 근저에 불평등이 도사리고 있다면 일반 기업이야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래도 불평등만 조장하는 평가와 차별적 처우를 경영의 기본 틀로 해야 한다고 고집할 것인가! 언제까지 인간이 이기적 유전자의 지배 아래 고통의 나날을 보낼 것인가!

 

   7) 경영의 본질

인류역사의 진화를 위한 핵심적 원동력인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전쟁이나 싸움 따위가 발발하지 않도록 하면서 최대한 ‘우월의식’을 자극해 자유롭게 각자의 잘남을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는 창의적 아이디어의 어머니일 뿐 아니라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모태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자유는 다양성을 가진 개개인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집단으로 보면 언제나 서로 다른 개인적 자유간의 충돌을 가져오기 때문에 개인이 최대한으로 수용 가능한 ‘평등’의 재갈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는 ‘창의적 아이디어’, ‘우월욕망’,자유’ 그리고 ‘평등’이야말로 경영의 핵심 키워드라는 것을 쉽게 유추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네 가지 인자들은 무조건적 긍정적 보살핌 이라는 사랑의 도가니 안에서 관리되어질 때에만 서로 융합되며 폭발력 있는 성과를 창출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경영의 핵심인자를 포괄하는 기본 프레임으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경영은 단순히 지금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경영은 창의적 혁신을 이어가며 지금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어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을 도모하며 진화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조직구성원이 한 일을 점수화하여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인센티브를 더 많이 주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벌을 주는 형태의 상벌적 인센티브 시스템은 고도로 발달된 현대인의 의식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미래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경영의 방향과도 거리가 멀다. 이는 단지 인간이 동물로 취급되던 시절에 개발된 이후 지금껏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해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인간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바탕을 둔 경영이 만연하고 있다.

 

   8) 욕구진화론과 경영

인간의 욕구는 진화한다. 인간의 진화하는 욕구를 매슬로우 만큼 명확하게 체계적으로 범주화한 사람도 드물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의 이론을 욕구 단계론이라고 표현하지만 필자는 그의 이론을 욕구 진화론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하위단계의 욕구가 반드시 충족되어야만 상위단계의 욕구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오로지 먹고 자고 배설하는 생리적 욕구 수준 안에서 살았지만 성장하면서 이와 같은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안전한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따뜻하고 안전한 자기만의 공간 속에서 배불리 지내다 보면 사회속의 일원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지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사회 속의 일원으로 함께 어울려 지내다 보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따뜻함과 사랑, 수용, 나아가서는 존경이나 숭배를 받고 싶어 하는 우월욕망(자존욕구)이 나타나면서 치열하게 경쟁 대열에 뛰어들게 된다. 이러한 욕망의 폭풍이 지나고 나면 다시 자기 안에 침잠하며 자신의 소명에 몰입하여 자기 자신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자아실현 욕구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자아실현 욕구 수준까지 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시기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현대사회는 근대 이전의 사회보다 욕구 수준의 진화 속도가 더욱 빠르다. 그것은 물질문명의 진화속도를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금과옥조로 여기며 아무런 의심 없이 지금껏 사용해 온 성과급 시스템은 인간 욕구의 초기 발달단계인 생리적 욕구나 안전 욕구를 주된 동기유발 요인으로 이용한 것이다. 당근이라는 먹이와(생리적 욕구) 채찍이라는 위협(안전욕구)을 통해 성취동기를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당근과 채찍 보다 주로 인간의 우월의식을 자극하는 자존욕구나, 자신의 소명에 몰입하여 내면적 완성에 도달하는 자아실현 욕구를 중심으로 성취동기를 유발시켜야 한다. 한국은 이미 먹고사는 문제에 큰 어려움이 없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앞으로 세계사를 창조적으로 선도해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내가 쓴 책들 > 경영의 본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4. 경영의 키워드를 찾아서  (0) 2018.04.10
2. 경영에 관한 오해와 진실  (0) 2018.04.10
1. 경영의 현주소  (0) 2018.04.10
본문요약  (0) 2018.04.10
경영의 본질  (0) 2018.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