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금).
그제 아침에 밥상머리에서 경신이와 호신이에게 또 한마디 했다.
경신이에게 독후감(아프니까 청춘이다)을 내 블로그에 올리라고 한 기일이 지났는 데에도 올라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녀석은 블로그에 글쓰기 권한이 없어 메일로 보냈단다.
돌다리도 두드렸어야 했는데 내가 경솔했다.
호신이에게도 한마디 했다.
“앞으로 네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이니 좀더 신중하게 네 삶의 방식을 고민해봐야 할 거야”
녀석은 “예”라고 대답했지만 제대로 고민하지 않을 거란 걸 안다.
그래도 또 한마디 한다.
지금으로선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귀가 닳도록 이야기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 아이들이다.
그런다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는 걸 나는 잘 안다.
바른 길로 갈 때까지 잔소리는 계속 되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잔소리를 통해 그나마 조금이라도 아이들이 학습을 이어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사람은 그런 나의 밥상머리 잔소리를 진저리 치도록 싫어한다.
그날도 아이들에게 하는 나의 잔소리가 몹시 싫었던 거다.
내가 식사를 마치고 내가 차고 있던 만보계를 집사람에게 보이며
“나는 하루 일하고 들어오면 8천보 정도 나오는 것 같아.
당신도 한번 체크해보지 그래?”
하고 말했더니
“내가 무슨 당신과 같은 일을 하는 줄 알아요?”
하면서 짜증 섞인 말로 대꾸했다.
나는
“왜 짜증은 내고 그래?”
했더니
“짜증 안 나게 생겼어요?”
한다.
집사람이 점점 이상해져 간다.
같이 성질 내며 한바탕 푸닥거릴 하려다가 꾹 참았다.
우리는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마음 상해가며 산다.
나는 출근하면서 다녀온다는 인사도 없이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그날 퇴근길에 미자네 들러서 소주를 거의 두병 가까이 마시고 들어왔다.
*************
어제 아침 출근길엔 집사람이 호신이를 불러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라고 한다.
오늘 휴가가 끝나 귀대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호신이도, 경신이도, 집사람도 오늘 귀대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으면 그제 일찍 들어와 아이들이랑 저녁식사를 같이 했었을 텐데..
지갑에서 3만원을 꺼내주며
“차비 밖에 안준다.
넌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그래”
하고 말했다.
전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던 중에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호신이에게 한 2만원 더 주고 ‘아프니까 청춘이다’ 책을 꼭 읽으라고 해”
라고 전했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라도 필사적으로 사 읽어야 할 책들인데도 바보 같은 녀석들은 아버지가 사다 줘도 안 읽는다.
담답한 녀석들이다.
호신이가 책을 읽고 아빠 블로그에 독후감을 올려줄지 두고 봐야겠다.
녀석은 귀대 후 잘 들어갔다는 보고도 없다.
아마도 무정한 아빠에게 서운했을지도 모른다.
******************
사장은 참으로 웃기는 무데뽀다.
쉬는 날은 쉬게 해야 하는데 전략회의를 한다면서 간부들을 속초로 불러 모았다.
더군다나 내가 관리하고 있는 정년퇴직 예정자 가운데 네 명을 선발하여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하여 발표를 하도록 하였다.
옛날엔 그래도 군말 없이 따랐지만 요새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덕분에 나도 속초에 같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어제 김종호 전무님에게 발표자에 대한 상품 전달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하여 묻기 위해서 갔더니 김전무가 나도 같이 참석하는 거냐고 물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머리 좋은 김전무의 참석하란 이야기의 다른 표현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창립 기념행사를 정말 화려하게 했다.
그게 다 돈이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이삭줍기 한다며 있는 궁상 없는 궁상 별의별 궁상을 다 떨던 사장이 임기 말년에 통 크게 한 번 쏘는 듯해 기분이 묘하다.
오늘 보스텍에서 토지 매매대금을 보내왔다.
재무 컨설팅 이창근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7월 7일에 만나 운용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강민석 차장이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상담하려 나를 찾았다.
소주 한 잔 하고 싶어해 저녁약속을 잡았다.
강민석 차장은 고천석 차장과 통신직군 친구도 함께 불렀다.
강차장이 노무처 권력구조에서 배제된 듯한 자신의 입장을 힘들어하며 모든 걸 포기하려 해 강하게 야단을 쳤다.
집에 들어와 부동산 매매대금에 대해 집사람과 상의하려 했는데 집사람은 내 곁에 다가서려 하지 않았다.
거실에서 운동을 핑계대고 나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지 않기에 식탁 앞에서 기다리다 아무 말 없이 침대로 돌아와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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