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목)
그제는 퇴근길에 막 지하철을 타려하는데 본부노조 기획처장 박흥근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몇몇이 '지심도'에서 회식 중이니 같이 합류하자는 것이다.
가보니 권춘택 처장과 박성철 처장 그리고 노무담당 부장과 내 동기 김병찬 부장이 앉아 있다.
아마도 김병찬 부장의 승진운동을 위해 그 자리에 모인 듯하다.
술자리가 파하고 모두들 귀가길에 오르는데 나는 김부장과 교대역에서 같이 내려 그냥 들어가기 무엇해 둘이 양꼬치집으로 갔다.
각자 와이프에게 전화해 양꼬치 집으로 나오라고 했다.
넷이 양꼬치 안주에 술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기 친구 김병찬 와이프 이름은 양순덕이다.
이름 참 촌스럽지만 그래서 더욱 정이가고 사랑스럽다.
집사람과는 같은 직장에서 일하기에 서로 잘 안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까지 핸드볼 선수생활을 했다니 나름 강골인 듯하다.
나도 초등학교땐 학교대표 핸드볼 선수생활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나름 운동신경이 있어서 그녀는 골프도 잘 치는 것 같다.
신체가 건강하면 정신도 건강하다.
언행이 남편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꼴짝꼴짝 넘긴 술이 과했는지 다음날 아침에는 새벽운동을 나가지 못했다.
아울러 아침에 조찬강연회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잠에 빠졌다.
요즘엔 보고서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난 입사 이래 평생을 보고서를 만들며 살아왔다.
정윤 차장이 보고서를 만들어 왔는데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그래도 초보가 그 정도 했으면 잘한 거다.
하나 하나 뜯어 고쳐 가는데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어제는 일찍 귀가해 집에서 집사람과 저녁을 같이 했다.
집사람이 변액연금과 관련해서 이창근 지점장이 한 이야기를 들어 서운함을 말한다.
내가 재무관리사 이창근 지점장에게 한 말이 화근이 되었다.
집사람이 무슨 일을 하냐기에 지나가는 말로 그냥 운동 삼아 일한다고 한 것이 그녀에게 그대로 전달된 듯하다.
자신이 하는 일을 폄하했다며 핏대를 올린다.
내가 늘 자신을 우습게보고 무시해 왔다며 울분을 토한다.
생각의 차이가 여기까지 이르자 기가 막혔다.
얼마 전 일본 출장 다녀오며 사온 귀고리 문제도 비슷한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집사람의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는 나도 잘 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집 생계가 곤란해 집사람까지 그렇게 힘들게 일하게 하면서 살고 있다는 뉘앙스를 갖게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화가 치밀어 올라 잠을 설쳤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답답하다.
결혼 후 지금까지 계속되는 문제꺼리다.
말로 하다보면 꼬리를 물어 또 싸움으로 번질 듯하니 그냥 편지를 쓰던가 해야 할 것 같다.
요즘 건배사 중 '해당화'를 달리 묘사한 색다른 해석이 있다.
해당화를 '해가 갈수록 당신만 보면 화가 나'로 해석하는 것이다.
나도 점점 집사람이 그런 해당화로 변해가고 있다.
집사람과 잠자리를 같이 하지 못한 게 두어달은 되어가는 것 같다.
하도 오랜 기간 동안 못해서 자다가 몽정을 할 정도다.
******************
(집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당신은 또 내 말을 오해하고 더욱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겠오.
하지만 그래도 이 말은 꼭 해야 할 것 같소.
결혼 후 지금까지 24년 넘게 살아오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하여 올바르게 이해한 날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소.
마치 소와 사자의 결혼 이야기 처럼 상대방을 사랑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것 같소.
살피건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보였던 행동들은 대부분 증오의 화살로 변질돼 돌아왔던 것 같소.
아마 당신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할거요.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경향성의 방향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 입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적극적인 행동이나 말을 삼가게 되고 따라서 대화의 시간은 계속 부족해 질 수밖에 없고 그런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소.
많은 사람들이 부부는 닮아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나 나나 서로 경향성이 너무 달라 서로 받아들이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 같소.
그러면서 서로에게 나쁜 감정만 쌓아갈 뿐인 듯하오.
덕분에 나도 사실 그동안 몇 번이고 이혼을 생각했었소.
하지만 이혼 후의 당신 모습이 내 눈에 어른거려 늘 가슴 밑바닥으로 그런 생각들을 눌러 앉혔다오.
언젠가 내가 아주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이 아마도 내가 한 생각과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할지도 모르겠소.
내가 사다 준 김연아 귀걸이를 보고 당신은 ‘남들은 수백만원짜리 선물을 준다는데 내가 겨우 그것밖에 안 되냐’며 내게 핀잔을 주었지요.
그렇다면 당신 이름으로 가입한 억대의 변액연금은 도대체 무슨 의미로 해석할 것이오?
우리는 서로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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