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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11

20110718 평택지사 전우들과 놀이 한마당, 이치훈 노조결성

by 굼벵이(조용욱) 2025. 4. 2.

7.18()

지난 토요일엔 비가 오는 와중에도 테니스를 하러 갔다.

비를 맞으면서도 두게임을 하고 아점 식사하러 가서는 또 술자리가 이어졌다.

박종확 전무와 정하황 처장 그리고 김종호 전무가 모이면 술자리가 길어진다.

그렇게 먹고 마신뒤 다시 테니스장으로 들어와 몇 게임을 더 한 뒤 또 술을 마시러 간다.

그러다 혹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나는 평택지사 옛 전우들을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는 터라 그들 일행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자동차 라이트를 끄지 않고 테니스를 하느라 오랜시간 방전이 되어 시동이 걸리지 않아 서비스를 불러야만 했다.

그들과 만나기로 한 구파발에 도착해 그들과 어울리며 폭탄을 몇 잔 말아 먹고 소주를 돌렸더니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

모두들 개가 되어 진흙탕에서 맨발로 족구를 하고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하며 춤도 추었다.

모두 우리 집 앞 남부터미널에 모여 깐부치킨에서 생맥주 한 잔씩 한 뒤 남부터미널발 평택행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최명규 차장과 함께 남부터미널에서 막차를 태워 보내고 깐부치킨 집으로 다시 돌아와 둘이 생맥주 한 잔 더했다.

마지막 버스가 떠날 때까지 배웅해 주는 나를 보고 최명규 차장이 '처장님이 참으로 대단하다'며 칭찬한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그저 그렇게 해야할 당위성을 느낄만큼 옛 친구들을 사랑했던 것 뿐인데.

 

다음날인 일요일은 이치훈 선배가 노조를 결성하기 위해 임시총회를 개최하기로 한 날이다.

결국 26명이 참석해 노조를 결성했다.

이를 막기 위해 음양으로 노력했지만 법리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어찌보면 그걸 알면서도 이를 억지로 막으려 했던 회사측이 문제다.

김승환 처장도 그 자리에 나타났다.

양치도 안했는지 입냄새가 심했고 몰골이 초췌하다.

나를 보자마자 욕부터 해댔다. 

지금까지 이어온 우리의 관계와 당신에 대한 나의 희생 앞에 그는 내게 욕할 자격이 없다.

그는 회사가 미운데 회사측 앞잡이로 선 내가 대신 미울 뿐이란 걸 나는 잘 안다.

나는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수년 동안 그를 겪었기에 누구보다 그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귀동 노무처장이 그의 말에 대꾸해 무언가를 설명을 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나는 그가 정처장의 말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것을 안다.

아니 오히려 그의 신경을 더욱 곤두세우게 한다는 것도 안다.

그를 모르는 정처장이 애를 쓰고 그의 뗑깡을 받아주며 대꾸해 주지만 그는 이미 정상 궤도를 벗어났다.

오늘 난 그를 보며 그가 정서적으로도 폐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들이 노조결성 결의를 마치고 돌아간 뒤 우리는 근처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김전무와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김전무를 포함해 모두 침묵하며 책사인 양 앉아있지만 별다른 대안을 낼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된 노사관계를 공부하거나 경험해 본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오직 나 혼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단호한 결정을 촉구했다.

강경하게 맞붙어 제대로 싸울 것인지 아니면 그들을 포용하며 협의회 쪽으로 유도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전무는 내 의견을 채택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초원 해물집에서 아구찜에 막걸리 몇 잔 마시고 힘들었던 오늘의 일과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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