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9(화)
사장은 실무자인 우리의 뜻을 저버리고 초강경 대응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진다.
그런다고 수그러들 사람들도 아닌데 돈이 얼마가 들던 무조건 막으라는 지시다.
그러는 새 이치훈 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노조 설립 신고필증이 이미 나왔단다.
오후 두 시에 신고필증을 받으러 오라고 해 그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했더니 노동부 담당 과장이 직접 뛰어다니며 유관부서 결재를 받아내 11시 반 경에 바로 신고필증을 내주었다는 것이다.
이부장이 그 과장에게 회사 측의 노조 설립 방해공작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냐고 물으니 당연히 부당노동행위에 속한다고 했단다.
사장에게 박살나게 터진 김종호 전무가 노무처장 방에서 회의를 소집했다.
내게 이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MBO 평가 제도 개악안 발안을 지시한다.
그 평가결과를 근거로 관련자들 교육도 보내고 온갖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미 26명의 총회 참석자에게는 모욕감을 주기 위해 노무처에서 자리를 해당업무 부서 담당 차장 밑에 배치하도록 했다.
모멸감도 주고 직접적인 감시감독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직 직원들이 마음속으로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나도 시간이 지나면 그들과 같은 신세가 되리란 걸 알고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김사장의 생각은 철 지난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새로 생긴 복수노조 제도는 아무나 두 사람 이상이면 결성할 수 있다.
노조간 서로 경쟁이 생길지 몰라도 나라가 인정하고 독려하며 회사 경영에 무리를 주지 않고 요건에 맞으면 신고 만으로 결성되는 복수노조를 회사측에서 억지로 부당노동행위를 불사하면서 까지 막으려는 행위가 잘못된 것이다.
온갖 치사한 행동을 일삼는 회사측 행태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누가 그렇게 복수노조 실립을 심하게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정부인지, 기존 전력노조인지, 김사장인지, 김종호 본부장인지 감이 안 선다.
내가 보기엔 이와 같은 간부노조가 탄생한 이유의 거의 전부는 김사장의 잘못된 경영관에 기인한다.
힘이 센 기존의 전력노조에게는 큰소리 한번 못내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노조의 보호막에서 벗어난 간부직원들에게는 온갖 모멸감을 주며 갖은 횡포를 다 부렸다.
일례로 Draft 제도를 한 번 보자.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6개월마다 드라프트 되지 못한 간부들을 무보직시켜 간부직원들을 6개월짜리 임시직으로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간부들은 선택 받아 살아남기 위하여 드라프트 하는 사람 앞에 늘어서 줄서기와 아부경쟁에 합류해야만 했다.
현대적 경영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이다.
누구와 어떻게 경쟁을 해야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는지를 전혀 모르는 처사다
시대에 맞지 않는 ACT 교육도 간부들에게만 시행했다.
해병대를 포함해 이미 유격훈련까지 다 마치고 입사한 군필 직원들에게 지금 이 시대에 또다시 유격훈련을 시켜 정신무장을 하게 한다고?
그건 내가 입사하던 80년대 초반에 의무병제도가 없는 일본의 기업이 잠깐 운영했던 제도를 모방해 우리사회에 잠깐 유행했던 정신무장 훈련이다.
경영의 경자도 모르는 처사다.
우리 회사가 나사못을 생산하는 공장도 아닌데 철지난 식스 시그마를 주장하며 혁신을 쥐어짰다.
혁신은 경영자의 몫과 근로자의 몫이 서로 다르다.
큰 틀을 바꾸는 것(Innovation)은 경영자의 몫이고 작은 것을 개선하는 것(Improvement)은 담당자 즉 근로자의 몫이다.
근로자는 자신의 일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면서 업무적 진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김사장은 직원들을 쥐어짜면서 경영자가 해야 할 혁신인 Innovation을 직원들에게 강요하니 세상에 이런 어불성설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러니 모두들 억지로 옛날에 개선했던 사례 따위를 부풀리고 포장해 식스 시그마 개선안이라고 내놓는다.
잠시 스쳐지나가는 사장이 이를 알 수 없으니 사장은 그냥 속아넘어갈 수밖에 없다.
나야 늘 하는 일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내는 일이어서 그간 내가 하고싶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제일 먼저 멋지게 발표하며 사장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지만 말이다.
요즘 회사가 점점 더 구렁텅이에 빠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년퇴직 예정 직원들에게 자발적 퇴직을 강요하기 위해 온갖 행패를 다 부리다 보니 지금의 노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원인행위는 그대로 둔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조 결성을 막으란다.
법으로 보장된 복수노조의 탄생을 막으라니 법을 무시하고 불법행위를 자행하란 거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 사장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는 노무처와 나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냥 말 그대로 주구다.
달리는 개.
나는 하는 척만 하며 도망가고 싶지만 김전무가 뒷다리를 잡고 계속 깊숙이 끌어들인다.
어제는 어쩔수 없이 이들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MBO 평가를 하겠다는 품의안을 만들었다.
현암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로 가져다 준 애자대가 쓸만한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OO 연구원장이 우리를 위해 일부러 만들어주었다는데 과연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둘이 만나 소주 세병을 마시고 들어왔다.
현암은 그새 막동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모양이다.
낚시 동호회에서도 서로 크고 작은 분쟁들이 생기고 끼리끼리 몰려다닌다.
인간은 잔머리가 발달해 모이면 흩어지고 그러다 또다시 모이고를 반복하며 허송세월하다 후회하며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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