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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1230 어떻게 이런 일이 또 ...

by 굼벵이(조용욱) 202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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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30(목)

승진 발표가 있었다.

예상대로 우리팀 KY가 승진되었다.

그는 주변의 축하를 한 몸에 받았다.

같은 승진년도의 L, S과장 모두 낙방했다.

처실장 추천 과정에서 처장이 팀장들을 불러 모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의견을 구할 때 모든 사람들이 처장 고유권한이니 처장이 알아서 해 줄 것을 이야기 한 반면 총무팀 P는 나서서 L를 건져보겠다며 다른 처실들도 팀장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하였으니 우리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바람에 L는 다른 팀장들로부터 미움을 샀고 팀장회의 결과 꼴찌를 면할 수 없었다.

저녁에 우일관에서 처장이 나를 불렀다.

K부장과 함께 가니 KJ부처장과 HS부장 그리고 OOOO처 식구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김현주를 닮았다고 해서 내가 항상 김현주라고 부르는 장교식당 아가씨도 함께 자리했다.

처장이 그녀에게 매번 농담삼아 망년회 언제 할 것이냐고 물었었는데 아마도 오늘 망년회를 하자고 그녀를 초청한 모양이다.

술이 순배를 거듭하며 사람을 점점 짐승에 가깝게 만들어간다.

2차로 노래방을 간다고 일어섰고 맥주를 곁들여 노래까지 부르며 잘 놀았는데 K부장이 노래를 한다고 마이크를 드는 순간 처장 감정이 폭발했다.

LJ이는 승진이 안돼서 저러고 있는데 상관인 K부장이 노래를 부른다고 천하에 나쁜 놈이라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할 거면 애초에 노래방엘 가지 말았어야지...)

거기서 적당히 위기를 넘겼는데 진짜 위기는 그다음에 이어졌다.

OO처 OOO 사건으로 해임처분을 받았던 LC가 처장에게 앙심을 품고 계속하여 전화를 해 댄 것이다.

집으로도, 핸드폰으로도 계속 몇날 며칠을 전화했던지 그의 감정이 극에 올랐는데 마침 그 자리에 같은 학사장교 출신이고 징계담당 부장인 K부장이 함께 있는 걸 보고 네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cell phone을 던졌다.

K부장이 그걸 받아들고 밖으로 나가 나와 처장이 그를 찾아 헤맬 때까지 한참동안 통화가 이어졌다.

그로 인하여 처장의 K부장에 대한 감정은 계속 쌓인 것 같다.

노래방을 파하고 나와 택시를 기다리는데 처장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LC가 전화로 처장과 심한 욕을 오가면서 서로 말다툼을 하는 것 같다.

이새끼 저새끼 하면서 심한 욕설이 오갔고 결국 모든 화살이 K부장에게 쏟아지면서 갑자기 K부장에게 조인트 가격을 해 왔다.

3차례에 걸쳐 제대로 얻어맞은 K부장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만큼 심하게 아파하는 것 같았다.

펄펄 뛰는 처장을 L실장이 데리고 갔다.

핸드폰으로 L실장에게 전화를 하니 사무실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L과장, K부장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화가 난 K부장은 그냥 집으로 가겠다며 혼자 쓸쓸히 걸어갔다.

L과장이 K부장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갈 테니 나보고 먼저 사무실로 들어가라고 했다.

처장은 사무실에 앉아 씩씩거리며 LC를 데려오라고 호통을 쳤다.

내가 LC와 30분이 넘도록 통화를 했다.

그는 내일 중국으로 간다고 했다.

우선 그의 아픔을 달래주어야 했기에 그가 힘들어하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계속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가 진정으로 힘들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었는데 그는 징계심사위원회에서 인사처장이 간사인 입장에서 월 천만원의 자금을 어떤 식으로 사용했냐며 추궁을 했었던 것 같고 L과장은 위원도 아니면서 그에게 심한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여 그 불만을 토로하기 위하여 그동안 처장에게 술만 먹으면 전화를 했던 것 같다.

그를 가라앉히고 어차피 집으로 가자고 우겨도 안 갈 처장 이기에 그냥 함께 밤을 새우자며 처장 방에 가서 전기히터를 틀어주고는 각자 자리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의자가 불편하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새벽 4시부터는 아예 눈이 말똥말똥해지면서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런 사이코 드라마가 펼쳐지는 현장에 내가 있었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그 땐 흔하게 일어났었다.

드러나지 않은 아픔들을 과거라는 이름으로 묻어 없애며 역사의 수레바퀴는 여기까지 굴러왔다.

그런 과거인들에게 과거를 되묻고 다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시시비비를 가리려거든 그 때 현장에서 씨발좃도 찾아가며 가리고 끝장을 냈어야 한다.

안 그랬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이 안고가야 한다.

다른 그 어떤 후세인도 그걸두고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노력을 해서는 안된다.

그냥 그 안에서 교훈을 얻고 자신들의 시대와 세대에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