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수)
어제는 김종호 전무에게 직무수행(the performance of one's duties) 우수사례를 발표할 관리역 선발 안을 가지고 갔다.
현상철 처장이 내가 보고도 하기 전에 김전무에게 먼저 달려가 직군별로 사무 하나, 배전 둘, 통신 하나라고 이야기 하자 김전무가 왜 중요한 송변전은 없냐며 시비가 시작되었다.
나는 전무에게 송변전 건설처 사람들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발표자를 구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김전무는 내 말을 믿지 못하고 그런 게 어디 있냐며 억지로 시켜서라도 하게 해야 한다며 정 안되면 송변전 전무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겠단다.
상사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면 내가 아무리 옳더라도 일단 숙이고 들어가 줘야 하는 게 직장인의 기본 자세다.
당신 의견을 종중한다는 가장 편한 멘트 '다시 한 번 알아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곧바로 송변전건설처장에게 갔다.
이 건과 관련하여 민병욱처장과 다시 상의했지만 결국 원하는 답을 구할 수 없었다.
김태영 처장도 사업소장들과 숙의해 보았지만 지난번 결론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결국 다시 전무 방에 가 그럴 수밖에 없음을 다시 설명하면서 배전직군이 둘이지만 서로 다른 직무에 대한 사례를 발표하니 시간으로 보나 직무 수로 보나 그만하면 괜찮다고 하자 김전무도 할 수 없다는 듯 그러라고 했다.
이런 해프닝도 아무런 문제 없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었지만 현처장이 나보다 먼저 나서서 보고를 잘못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먼저 보고를 하려면 처음부터 직군을 이야기하지 말고 각각 서로 다른 네 개의 직무에 대한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제대로 설명했어야 옳다.
전문가에 의한 전문적인 결정은 처음 결정 과정에 시간이 걸리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빠른 길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어설프게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대한민국 행정의 문제점은 대부분 여기서 비롯된다.
순환보직 등으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정치행정가들이 직위를 이용하여 잘못된 결정을 이어가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책임성이 따른다면 좀 더 신중하게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며 전문가의 입장에서 결정하려 할 것이다.
대학 후배 윤OO이 전화해 급여팀장을 소개해 달란다.
지난 주말에 그에게 김태환 차장과 이재우 부장을 만나게 해주었는데 그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단다.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자세를 가지고 얼마나 친절하게 자신 일행을 맞이하는지 공기업을 지금까지 여러 차례 다녀보았지만 그런 사례가 없었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스폰서에게서 받았다는 목욕 가방 파우치 세 개를 들고 와 하나는 날 주고 두 개는 그들에게 전해달란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고마움의 표현이어서 받아도 무방할 것 같아 받았다.
김광중 처장과 저녁식사를 했다.
현상권 처장이 코엑스 안에 있는 이탤리안 레스토랑에 예약을 했는데 상호가 너무 어려워 기억을 못하겠다.
김처장은 회사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후배들이 회사를 잘 지켜주어야 하는데 어느 누구 하나 믿을 사람이 없단다.
언제 어느 순간에 지경부 사람들에 의해서 배전분할을 당할지 모른다는 말을 전한다.
뭣도 모르는 행정가들은 정치적 편향성으로 전문가를 흉내내며 지배력을 행사하려 한다.
모든 사회는 권력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권력이 모든 것에 앞서 존재하지만 이들의 발호는 공사를 점점 망하는 길로 인도하고 있다.
공사가 망하는(going out of business)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가들이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가들이 경영을 하기 때문이다.
공사조차 정부를 닮아 전문가를 죽이고 정치가를 키운다.
닮았다기 보다는 그렇게 하지않으면 안되는 구조를 정부가 강요한다.
인사 자체가 권력구조와 정치권의 영향을 받으니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경영이 일관성을 잃은 채 정치적 기회주의만 존재할 뿐이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식으로 돌고 돌며 전문성은 사라지고 정치색으로만 도배질하는 거다.
정부가 정치적 엽관에 의해 사장을 임명하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그 사장이 주요 포스트를 동색으로 도배질하면 이하 모든 직원들이 따라서 같은 색깔을 칠한다.
아예 그것이 공사 내에 조직문화로 깊숙히 자리 잡혀 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바뀌며 전임자의 정책은 부정되어 풍비박산되고 완전히 새로운 판을 다시 짜야 한다.
그러다 보면 경영은 하릴없이 매일 매일 새로운 걸음마만 시도할 뿐 진화의 끝에 이어지는 퀀텀점프란 그냥 백일몽(daydream)일 뿐이다.
그런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김처장이랑 식사를 하는 두 시간 동안 열띤 토의를 했다.
말년의 김광중 처장도 자신의 출세나 영달을 넘어서 진정 회사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사람인 듯하다.
나는 그로부터 정말 중요한 레슨을 받았다.
우리가 살 길이 무엇인지를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처장, 거기부터는 정치가의 영역에 속한다.
나도 이제 정치가의 길로 입문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섰다.
그런 앞길이 혼미하고 답답하다.
이 회사에 그 누구도 진정한 주인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간부는 간부대로 노조는 노조대로 모두가 이 회사를 성장시키기보다는 자신의 이득만 생각만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현실이 참 답답하다.
그렇다면 우리 집은 어떤가?
우리집 식구들은 진정한 주인의식을 가진 가족들로 구성되어있나?
우선 모두가 주인인 우리 집을 만들기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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