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봄무들기 농장263

돈보다 가을이지 계절 참 곱고 예쁘다. 너무 짧아 아쉽다만 그래서 더욱 온전히 즐길 일이다. 넓은 들 오성평야를 거두느라 정신없이 오늘을 보낸 상기형님도, 용희형님도 저녁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김없이 테니스장에 나타나 나랑 파트너가 되거나 적수가 된다. 그렇게 한 두 게임 하고 나면 복잡한 주변사로 깨질 듯한 머리도 몸도 모두 상쾌해 진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코스모스는 꽃바다를 이루며 아주 먼 기억 속 심연의 향수까지 불러일으킨다. 핵교 댕기는 행길가에 친구들과 줄을 이어 고사리 손으로 코스모스를 심던 기억이 아스라히 떠오른다. 하하호호 재잘거리며 누구는 호미질 하고 누구는 코스모스를 심고 누구는 주전자로 물을 주고 했었는데 그 친구들도, 일가친척도, 가족도 산업화와 더불어 돈을 좇아 점점 멀어져 간다. 정답은 없고.. 2023. 12. 19.
고구마 완판-결국은 내가 해결 10월 6일 오전 11:56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참 힘들게 끌어온 고구마와의 전쟁이 어제부로 종식되었다. 특히 고구마 농사는 수확기가 힘들다. 금년엔 가을장마가 길어 고구마를 캐는 시기를 맞추지 못해 더욱 애를 먹었다. 이걸 어찌 처분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회사 식구들이 내 뜻을 공감해 십시일반으로 도와줘 어려움 없이 완판되었다. 대왕고구마를 원하는 수요처를 찾지못해 그건 일단 저장해 놓았다. 고구마는 힘들게 캐놓아도 파치가 절반을 넘어 농부의 마음을 심난하게 한다. 크다고, 작다고, 굼벵이가 물었다고, 캐다가 찍었다고 모두 파치로 분류한다. 본질인 맛으로 판단하지 않고 외모로 판단하는 거다. 하지만 농약을 많이 치면 굼벵이는 사라지지만 사람이나 토양 건강엔 별로다. 맛난 것만 골라 먹기에 오히려 .. 2023. 10. 16.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재난 영화의 주인공 9월 24일 오전 6:47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달콤한 고통'(Sweet spot)책을 읽다 추천사에서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재난 영화의 주인공' 이란 글귀를 보았다. 인생을 제대로 정의한 듯하다. 우린 모두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친 아픈 기억들로만 가득 메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될까싶어 도망치듯 장밋빛 스토리텔링으로 전두엽을 채색하려 들지만 나이들수록 색맹이 되어가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화판을 열어 빨강 노랑 파란색 스토리로 화려하게 물들여보자.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니까. 모든 공감: 93회원님, 김계월, 김우현 및 외 90명 2023. 10. 16.
소송으로 패가망신한 종손 9월 14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종손으로 종사일을 돌보다 소송에 휘말려 패가망신하고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자 결국 편리하게 중증치매에 걸려버린 형님 일을 돌봐주며 나까지 무너질것 같다. 그나마 대한민국 사법부가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 판단으로 나라의 중심을 잡아간다는 신뢰가 강했는데 그렇지 못한 듯해 실망이다. 사법부가 죄없는 치매노인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일열종대로 서서 다시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는 해바라기들을 바라보며 작은 희망하나 심어본다. 모든 공감: 120회원님, 김계월, 김우현 및 외 117명 2023. 10. 16.
'사람과 사랑'으로 '인사'를 결론 9월 3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농막 다락에 오르다 책장 앞으로 넘어져 있는 월간지 한권을 주워들었다. HR Insight 2018.3월호다. 본문 첫장에 HR Column이 나오는데 거기 내 글이 실려있다. 어쩌다 인사정책 전문가가 됐고 참 오랜세월 그 안에서 살았다. 그 결실을 농축해 '사람과 사랑'으로 '인사'를 결론지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귀향해 '식물과 사랑'으로 새 삶을 시작하고 있다. 식물은 말이 안 통해 사랑하기 힘들다. 하긴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식물보다 더 힘들긴 하다만... 모든 공감: 85회원님, 김계월, 오치윤 및 외 82명 15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2023. 10. 16.
국시로 하는 이념이 필요한 이유 8월 31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국시로 하는 이념이 하나여야 하나의 국가가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요? 그걸 부정하는 것은 국가를 부정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진 것은 국가형성기에 그렇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요? 모든 공감: 51회원님, 김계월, 김우현 및 외 48명 26 1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2023. 10. 16.
가족,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8월 30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책소개)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류현재) 어쩌면 가족의 내면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속속들이 파헤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孤島에 살고 있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모든 섬이 다 그렇듯이 나무와 풀과 바위로 뒤덮혀 겉으로 보면 그섬이 그섬처럼 보이지만 내막은 모두 다른 고도다. 물 밑에서는 그 고도들이 가족처럼 모두 연결되어 있다. 아무리 소통을 잘하는 인간도 남을 나처럼 이해한다는 건 쉽지 않다. 가족은 한 집에서 나고 자라 쉽게 이해될 것 같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나의 본성, 주관, 페르조나로 상대방을 아주 견고하게 정의하기 때문이다. 아빠는 이런 사람, 엄마는 저런 사람, 큰애는 그런 아이로 서로가 서로를 각인하고 그걸 절대.. 2023. 10. 16.
혈압약을 끊었다 8월 28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비닐하우스 안 토마토를 모두 거두고 가을 작물을 심기 위해 다시 일구어 손봤다. 공해가 심해 멀칭 비닐은 봄 것을 그대로 재사용하기로 했다. 덕분에 매일 3-40알씩 수백개의 방울 토마토를 따먹은 듯하다. 오이는 주체할 수 없도록 열려 거의 매일 따서 날로 먹었는데 거의 한접은 족히 넘게 먹은 것 같다. 요즘은 가지가 매일 매일 주렁주렁 열린다. 가을에 귀한 손님 오면 대접하려고 가을상추 모종 20개를 사다 노지에 10개, 하우스 안에 10개씩 심었다. 요즘은 봄상추가 끝나 대신 양파에 고기와 마늘을 얹어 먹는다. 냄새가 좀 나겠지만 이를 탓할 사람 만날 일도 없다. 덕분에 의사와 상의 없이 혈압약을 임의로 끊었다. 160이상 나와 3년 넘게 먹던 혈압약이다. 두달.. 2023. 10. 16.
이원석의 까마귀 클럽을 읽고 8월 20일 오전 7:00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어느 광고카피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아저씨, 아저씨 나이쯤 되면 인생을 알게 될까요?" "아니... 피로를... 알게 돼...." 젊은이는 끝없이 새롭게 방황하고 좌절한다. 그러면서 삶에 피로감을 느끼고 그 피로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여행을 떠나지만 여행은 또다른 피로를 더할 뿐이다. 피로의 끝에 만난 '소진'은 더이상의 새로운 시도를 멈춘 채 자진하거나 완전히 다른 생으로 변신한다. 일테면 머리를 깎고 입산하는 식의 변신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덩달이 여행'을 떠난다. 남이 가니까 안가면 남에게 뒤지는 듯해서 간다. 하지만 그건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 아닌 듯하다. 단순히 유희가 목적인 여행도 사실 여행이 아니다. 집 떠나면 뭐든 생소하고, .. 2023. 8. 29.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8월 11일 오후 4:25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소년등과를 조심하란 이야기가 있다. 미끈하게 자라 내 키를 두배 넘게 쭉쭉빵빵 잘 나가던 내 해바라기는 꽃송이도 다른 놈들보다 두세배는 더 크게 피웠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간밤에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몰려와 그 잘난 놈들만 골라서 초토화 시켜 버렸다. 키작고 못생겨 작은 꽃송이 하나 겨우 매달고 있던 찌질이들만 겨우 살아남았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더니 결국 못난 해바라기들이 내 농막을 지킨거다. 하긴 나도 못나 이 나이 먹도록 초막생활하며 잘 버텨내고 있다. 못났다고 좌절하지 말 일이다. 잘나도 잘난척 하지 말 일이다. 모든 공감: 104회원님, 김계월, 김우현 및 외 101명 댓글 27개 공유 1회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댓글 .. 2023. 8. 21.
단호박과 각인효과 8월 10일 오후 12:57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인간은 연어나 여우나 다를 바 없는 회귀 동물이다. 아니 모든 동물이 다 회귀한다 . 어릴 때 머리에 각인된 생각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멘토 아짐이 어제 태풍 전에 단호박 두개를 따다 내 농막 앞 평상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은 큰 맘 먹고 그 단호박을 전자레인지에 쪄먹기로 했다. 내가 어렸을 때 단호박을 얼마나 맛나게 먹었는지 모른다. 그건 호박이 아니라 꿀이었다. 그 맛은 이후 내 머리에 각인되어 지금까지 평생동안 간직되어 있다. 소고기 굽는 고급 음식점에 가서도 제일 먼저 젓가락이 가는 것도 예쁜 접시에 담겨 꿀이 살짝 흐르는 단호박찜 이었다. 그래서 방금 전 유투브 선생을 모시고 단호박 반개를 전자레인지에 쪄서 막걸리 한잔과 함께 점심을 대신.. 2023. 8. 21.
나의 초간단 필생기 8월 3일 오전 10:23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지난번 감자를 사신 분들께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요리해 드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전 이 방법으로 해서 시원한 맥주 한 캔 또는 막걸리 한 잔과 함께 한끼 식사를 해결하며 무더위를 견딥니다. 감자를 삶아드시면 소량으로 간단히 드시기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불편합니다. 1. 감자를 사과 깎듯 깎으면 30초만에 두개를 깎을 수 있다. 2. 물에 씻어 절반을 가르고 절단면이 위로 향하도록 전자레인지용 용기에 담고 절단면에 바비큐용 허브소금을 뿌린다. 3. 전자레인지에 넣고 5분정도 돌리면 감자가 익는다. 허브소금이 뿌려진 익은 감자 위에 치즈 1/4조각을 얹고 치즈가 녹을 때까지 30초 정도 레인지에 더 돌리면 아래 사진과 같이 맛난 식사대용 안주가 탄생한다.. 2023. 8. 21.
나라 탓도 애비 탓도 아니고 네탓이야 7월 30일 오후 4:35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나의 해바라기들에게 해바라기 꽃은 얼굴에 온통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이어서 우리 아이들 같아 사랑스럽다. 그래서 금년엔 농막 입구 길가를 해바라기 꿏밭으로 만들고 싶었다. 지난해 쥐가 탐하지 못하도록 쇼핑백에 넣어 작은 하우스 빨래줄에 걸어놓았던 해바라기씨앗들을 겨우내 쥐들이 곡예사처럼 빨래줄을 타고 다니며 잔치를 벌여 쓸만한 씨앗은 죄다 아작내었다. 지난 4월엔가 혹시 몰라 쥐가 먹고 남은 찌시래기들을 모아 길가에 정성껏 심었다. 내 정성도 컷지만 생명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심은 씨앗 대부분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마음속엔 내가 탄생시킨 생명들이 고이 자라 가지런히 해를 바라보고 서서 해맑은 미소를 담은 예쁜 꽃송이를 받쳐들고 들고 나는 내게 열병식을.. 2023. 8. 7.
개~혀? 7월 23일 오전 10:40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어릴 때 '아프리카 몬도가네' 영화를 봤다. 구더기를 먹는 그들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중복날에 입사동기 친구들이 온다기에 단톡방에 두글자 올렸다. "개 혀?" 했더니 1초도 되지 않아 "혀!!!" 하는 답장이 올라왔다. 얼마나 먹고싶었으면 느낌표가 세개다. 우릴 몬도가네라 불러도 할수없다. "야, 입에서 살살녹는다!" 순식간에 참이슬도 일곱병이 나뒹군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최근 몇년간 술 한방울 입에 안 댔던 친구도 '개' 때문에 무너졌다. 아니 개모임'계' 까지 급조되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다양한 친구들 만나봤지만 각자 이해관계 속 삶을 이어가며 대부분 그냥 잊혀지거나 배신의 아픔만 남겨주었는데 입사동기 친구들은 .. 2023. 8. 7.
엥? 오타 맞어? 7월 19일 오전 11:35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방금전 아들에게 희안한 문자가 왔다. 술을 좀 줄여야 할 것 같다. 모든 공감: 93회원님, 김계월, 김우현 및 외 90명 댓글 40개 공유 1회 좋아요 2023. 7. 28.
감성코드를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꾸세요. 7월 19일 오전 11:27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텐진빠모의 마음공부를 20년만에 다시 리뷰했다. 마지막에 나오는 글귀를 보면서 그간의 내 수행이 꽝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행이 성공적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려면 부정적인 감정이 줄었는지 아닌지를 살펴라'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거나 글을 읽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상대방이 얼마나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느낀다. 언제나 부정적인 감정을 발산하는 사람과 마주하면 내마음도 불안해진다.… 더 보기 모든 공감: 68회원님, 김계월, 김우현 및 외 65명 댓글 3개 좋아요 2023. 7. 28.
저녁 밥 대신 맥주와 이런 안주로 배 채워도 안죽는지 7월 12일 오후 10:01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내가 이제 제대로 미쳐간다. 방금 테니스 게임을 세게임 마치고 들어와 흐르는 땀과 갈증을 주체할 수 없어 저녁 밥 대신 맥주 한 캔을 소주에 말았다. 딱 두 컵 나오는데 적당히 취하고 포만감 최고다. 옛날 여기저기 사업소장 돌아다닐 때 주로 이용하던 한끼 때우기 방식이다. 요즘 제철음식 안주감이 지천이다. 오이, 가지, 수박, 토마토 그리고 지난해 수확해 김치냉장고에 보관중인 밤 그리고 고구마와 은행. 페친님들 중 의사분들께 여쭐께요. 저녁 밥 대신 맥주와 이런 안주로 배를 채워도 안죽는지... +2장 모든 공감: 106회원님, 김계월, 김우현 및 외 103명 댓글 33개 좋아요 2023. 7. 20.
게쉬탈트 놀이 7월 12일 오후 1:52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게쉬탈트 놀이 아랫집 동생이 수박을 가져왔다. 복수박 단면을 보다가 신기해 사진을 찍었다. 수박 안에 너무 많은 형상들이 득시글거리기 때문이다. 웃는 아이, 찡그린 아이, 익살꾼 아이, 예쁜 곰보 아이, 놀란 아이, 심술통 아이, 푸들...한도 끝도 없는 형상들(게쉬탈트)이 그 안에 살아있다. 아마도 이제 내가 서서히 미쳐가나 보다. 모든 공감: 92회원님, 김계월, 김우현 및 외 89명 댓글 33개 2023. 7. 20.
물 말은 밥과 멸치반찬 7월 9일 오후 12:12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더운 여름날엔 이거지...! 서울에서 자취생활하던 학창시절엔 식욕이 참 왕성했었다. 아마 자갈을 씹어 먹어도 소화시켰을 거다. 앉은 자리에서 계란 한 판도 먹었으니까. 농부의 아들이라 다행히 쌀은 풍족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어렵게 살아가는 생활이어서 반찬은 변변찮았다. 그래도 멸치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국민반찬이어서 이런 무더운 날엔 가끔씩 물말은 밥을 퍼 그 위에 고추장 찍은 멸치를 올려 먹었다. 물도 그냥 마당가 수돗물을 받아 말았다. 윗통을 벗어던진 채 플라스틱 물바가지에 한가득 퍼담은 물밥을 게눈 감추듯 게걸스레 먹었었다. 날은 덥고 밥맛도 잃어가는 요즈음 예전 기억을 되살려 밥그릇에 물을 말고 고추장 찍은 멸치를 숟가락에 올려 먹어보았다... 2023. 7. 17.
시골노인들과 최저임금 7월 5일 오전 11:48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국가라면 모르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주축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저임금제가 왜 필요한지 시골농부인 나는 잘 모르겠다. 우리동네엔 80프로 이상이 80대 이상 노인들이고 나는 노인회 총무다. 이분들은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농사 밖에 모르고 살아오신 분들이다. 농사는 이런 분들이 느리게 천천히 해도 큰 도움을 줄 수있는 일들이 제법 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어서 무리하지만 않으면 육체건강은 물론이고 정신건강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이분들이 할 일이 사라지자 운동삼아 보행 보조기구를 끌고다니며 동네 한 바퀴를 도는 모습을 자주 본다. 난 이분들이 그런 비생산적인 운동 대신 아침 저녁 선선한 시간대에 천직인 농사일을 돌보면서 운동과.. 2023. 7. 17.
일기를 쓰세요 6월 29일 오전 11:10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현자들은 수천년 전에도 치열하게 일기를 썼다는군요. 전두엽이 발달한 인간종은 매일 일기를 쓰고 一日三省해야 조금이라도 진실되게 살지 그렇지 않으면 매일매일 소설을 쓰며 삽니다. 그런데 거짓말장이도 일기를 쓰는지 궁금해요. 거짓말장이가 쓰는 일기는 거짓일까요 진실일까요? 꼭 철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정치가 등 남 앞에 서는 자도자들은 꼭 일기라도 썼으면 좋겠습니다. 필요하다면 가끔씩 일기검사도 받으면서. 로마의 번영 뒤에는 매일매일 일기쓰며 스토아 철학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호민관, 집정관들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지도자들도 핏대세우며 손가락질만 하지말고 일기 라도 쓰시는 게 어떠신지... 모든 공감: 97회원님, 김계월, 김우현 .. 2023. 7. 17.
소명 6월 27일 오전 10:34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스토아 철학서를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인체내 각 내장 기관의 역할이 다르듯 사람도 사회 속에서 각자가 죽을 때까지 수행하며 살아야 할 역할과 의무가 모두 다르다. 만일 이 소명에서 벗어나 엉뚱한 일을 하는 경우 실패한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많다. 그러기에 죽을 때까지 한눈팔지 말고 소명을 다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일을 하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부족함 없이 살아갈 수 있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죽을때까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사회에 헌신해야 한다. 교만 떨며 자신의 잘남을 제탓으로 돌리고 형평성 운운하며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 지위가 높을수록 돈이 많을수록 반드시 경계해야할 덕목이다. 자연계에는 얼마나 다.. 2023. 7. 17.
오병이어의 기적이자 은총 6월 16일 오전 11:41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예상대로 감자는 30박스 가까이 팔렸어요. 뭔가 부족해도 애교로 봐주시는 페친님들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자 은총이예요. 큰아들이 내려와 직접 수확해 갈 감자 한 두둑은 남겨놓았어요. 아이들에게(36세) 경험만큼 중요한 교훈은 없기 때문입니다. 마늘도 대박이 났다며 아짐이 힘든 줄 모르고 일하십니다. 그래야 살 맛 나고 건강과 행복이 깃들어요. 본인 건강도 별로이시면서 나와 내 농작물을 위해 기도하신다네요. 오이는 오이대로 주렁주렁 가지가 찢어질 만큼 큰 놈들을 매달고 있구요. 양파는 내 두주먹보다 큰놈도 있어요. 쥐약처방 이후 병아리 실종사건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은 식물이 생겨나고 1.. 2023. 6. 30.
하느님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6월 8일 오후 5:18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하느님 도대체 나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큰애가 감자를 좋아해 식구들과 넉넉히 먹을 생각에 씨감자 20키로를 사서 심었어요. 그런데 이 감자가 제대로 사고를 쳤습니다. 내 주먹보다 큰 놈부터 비롯해 상품성 좋은 감자가 줄줄이 매달려 나오지 뭡니까. 오늘 1/3정도 수확해 봤는데 상품성 좋은 감자가 15박스나 나왔어요.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데 하느님 이렇게 많이 주시면 나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멘토아짐은 어떻게든 팔아보시겠다고 농협 조합장 만나러 가시겠답니다. 고생하신 노인네 용돈이라도 좀 해드리려는데 나는 마케팅에 영 엄지손가락이라(all thumbs)... 10키로짜리 30박스 정도 나올 듯한데 혹시 떨이해 가실분... ~~~~~~~~ 열화같은 성원에.. 2023. 6. 20.
병아리 도둑들에게 선전포고 6월 2일 오후 3:34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청계닭이 알을 품어 병아리 11마리를 까냈다. 지난번 집단휴거 사건도 있고 해서 이번엔 철물점에서 철망을 사다 닭장안에 또다른 울타리까지 쳤다. 그런데도 어느날 보니 8마리로 줄더니 다시 6마리로 줄어버렸다. 갑자기 머리털이 곤두섰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병아리를 흔적도 안 남기고 데려갔나 곰곰히 생각했더니 결론은 '쥐'로 귀결되었다. 쥐란 놈들이 닭장 밑에 제국을 건설해놓고 거기서 경거망동 나를 희롱하고 있는 거다. 닭들에게 모이를 주면 내가 문앞에 서있는데도 구멍에서 당당히 기어나와 사료를 먹어대곤 했다. 할아버지 쥐 아버지 쥐 손자 쥐 까지 다양하게 출현하는데 콧수염을 씰룩거리며 나를 비웃기까지 한다. 아짐의 쥐약 성화에도 '그래...니들도 먹고 .. 2023. 6. 20.
비오는 날은 짬뽕이지~ 5월 28일 오후 9:12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비오는 날은 짬뽕이지...! 비 때문에 내일 행사가 취소되어 오늘 그냥 시골로 내려왔다. 숙성리 버스정류장에 내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우산으로 가린 채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중국집에 들렀다. 노포들이 올망졸망 늘어서 정겨운 숙성리 노포거리 끝자락 면사무소 맞은 편에 위치한 아주 오래된 중국집이다. 쥔아짐이 묻기도 전에 삼선짬뽕을 시켰다. 삼선짬뽕은 아이들 과외로 용돈을 벌어 생활하던 내 대학시절 한 달에 한번씩 먹는 최고의 특식이었다. 과외비를 받는 날이면 아이들을 모두 데려가 꼭 삼선짬뽕을 함께 먹었었다. 그때 그시절 삼선짬뽕 맛을 잊을 수 없어 이후 내게 선택지가 주어질 때마다 '삼선짬뽕!'을 외쳤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엔 더더욱 .. 2023. 6. 7.
가뭄 속 단비내리는 봄날 오후 5월 27일 오후 1:49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비가 내립니다 이건 비가 아니라 생명수예요. 메마른 대지를 달콤하게 적시는 감로수죠. 보이세요? 춤추고 노래하는 이 녹색의 향연이? 멘토아짐은 외롭다며 소주한잔 찾지만 빗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가뭄속 단비내리는 봄날 오후. 모든 공감: 104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01명 댓글 27개 공유 1회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2023. 6. 7.
날 따먹어주세요 5월 25일 오전 10:46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빵!" 제 아구 터지는 소리에요. 요즘이 무슨 철이지요? 쌈채소 철입니다. 회색도시에 살 땐 이렇게 못먹었죠. 요즘 자고 나면 쌈채소들이 꽃단장하고 날 따먹어달라고 애원합니다. 왜 사람들이 제철음식 찾나 했습니다. 초봄에 시크릿 가든에 뿌린 쌈채소들이 지금 막 터질듯 절정에 올랐습니다. 어제는 삼치, 그제는 고등어, 그그제는 삼겹살...목살... 마늘쫑까지 더해 쌈해 먹으면 저처럼 아구 터집니다. 회색빛 도시에서 유기견처럼 초라하게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생동감 넘치는 농촌으로 가세요. 모든 공감: 122회원님, 오치윤, 우인섭 및 외 119명 댓글 33개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2023. 6. 7.
봄보리 익는 풍경 6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봄보리 익는 풍경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어 봄보리가 노랗게 물들었어요. 춥네 덥네 떠들어대는 사람맘은 변덕이 죽끓듯 해도 계절은 변함없이 순서대로 찾아옵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는데 그냥 보내고 후회하시게요? 모든 공감: 103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00명 2023. 5. 29.
일개미의 삶만큼이라도 살았으면 5월 21일 오전 10:11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일개미는 알에서 깨어나면 여왕개미 시중을 드는 내시생활부터 시작한다. 여왕개미를 보살피고 핥아주며 애무해준다. 열흘이 지나면 여왕 곁을 떠나 고치들을 돌보며 열흘 정도 더 보낸다. 20일이 지나면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를 돌보고 먹이도 준다. 30일이 지나면 번데기를 돌보거나 개미도시 안 길을 닦는 일에 종사하며 열흘 더 보내다가 40일이 지나면 도시 밖을 나갈 자격을 얻어 경비를 서거나 진딧물 똥꼬를 빨며 꿀따는 일을 한다. 50일이 지나면 그 때부터 생의 마지막까지 자유를 얻어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다가 죽는다. 물론 거의 대부분 낯선 동네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멋진 신세계를 여행하다 까치 등 천적의 먹이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 2023.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