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무들기 농장263 내친구 성중이 별.."오겡끼 데스까?" 2021년 1월 15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내친구 성중이 별. 밥에 넣어 먹을 은행을 까면서 허영만의 식객을 봅니다. 전주 남부시장 콩나물국밥집에서 이경진씨와 허영만씨가 모주를 마시며 콩나물국밥을 먹습니다. 입에 침이 고일만큼 참 맛나게 먹습니다. 갑자기 내 친구 성중이 얼굴이 국밥집에 오버랩 됩니다. 출장길에 친구 얼굴보러 전주에 들르면 언제나 날 위해 지극정성을 다했었습니다. 그 때 성중이와 함께 먹었던 모주와 콩나물국밥을 보는 순간 울컥하고 눈물이 올랐습니다. 승진 스트레스와 싸우다 무너져 먼저 별이 되어 내 가슴에 못을 박았던 친구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이 어두울수록 별은 더 밝게 빛나죠. 한적한 농막의 겨울밤 어둠에 침잠하며 친구를 만납니다.. 2023. 4. 28. 눈밭에서 2021년 1월 21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올겨울 들어 처음 눈 다운 눈이 내렸다. 내 마음까지 순백으로 뒤덮혀 토끼처럼 은행나무 둔덕에 올랐다. 세상만물이 온통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 흥겨운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갑자기 옛날 애인이 생각나 전화하려다 말았다. 늙은이가 주책이라고 할까봐... 에이, 주책바가지! 하얀 눈은 이렇게 독거노인을 주책바가지로 만든다. +2장 모든 공감: 153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50명 2023. 4. 28. 최인훈의 광장을 읽는 이유와 내 삶 2021년 2월 2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꿈, 사람은 꿈에 속아서 사는 것 같아요." "젊은 사람 치고 이상 주의적인 사회 개량의 정열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젊은이들은 방황하며 이상향을 찾아 떠나지만 그들이 안주할 수 있는 '광장'을 찾지 못하고 결국 푸른 바다(죽음)를 자신의 광장으로 택한다. 광장에는 꼭두각시뿐 사람은 없었기에. '북한이란 제가 낸 신명이 아니라 무쇠 같은 멍에가 다스리는 곳, 사랑과 용서가 아니라 미움과 앙갚음만 있는 곳, 러시아 정교의 성경 대신 마르크스를 택한 곳. 하나님이 다시 온다는 말이 2천년 동안 미루어 온 것처럼 공산낙원의 재현은 아직도 진행형인 곳.' '남한이란 키에르케고르 선생식으로 말하면 실존하지 않는 사람들의 광장 아닌 광장. 북한식 미친 .. 2023. 4. 28. 개만도 못한 인간 2021년 2월 4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개xx!" 남을 욕할 때 흔히 개를 슬쩍 끌어붙입니다. 개만도 못하면서... 앞집 할배네 풍산이(수)와 촐랭이(암)는 평생을 붙어 삽니다. 밥을 먹고 나면 촐랭이는 꼬리를 살랑대며 풍산이 주둥이를 핥아줍니다. 잠을 잘 때도 언제나 비좁은 단칸방에서 서로 몸을 비벼댑니다. 촐랭이는 풍산이 새끼만 벌써 몇배째 낳는지 모릅니다. 나는 풍산이 부부가 정말 부럽습니다. 못된 개를 만나면 앞으로 "에이 사람같은 개!"하며 욕할 것 같습니다. 모든 공감: 112회원님, 신창수, 우인섭 및 외 109명 2023. 4. 28. 인간의 본성은 군거성이 아니라 독거성 2021년 2월 14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코로나를 보면서 진리의 가변성을 느낍니다. 학교 다닐 때 우린 '인간은 군거성 동물' 이라고 배웠습니다. 진화생물학자나 역사학자들은 그렇게 진화할 수밖에 없는 그럴듯한 이유도 찾아냈습니다. 원래 인간은 군거성이 아니었답니다. 하지만 독거로는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나약한 미물이었던 거죠. 개(늑대)도 못 이겨 개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협업, 군거의 시너지를 발견하면서 먹이사슬의 최고봉에 자리잡았답니다. 찰흙처럼 단단하게 뭉칠수록 더욱 강해질 수 있기에 신화를 만들고 국가를 만들어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더욱 강하게 결속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2천여년 전 온갖 신들이 실재한다고 믿고 살았던 그리스 로마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2023. 4. 28. 유동사회 속에서 추사 김정희를 기리며 2021년 2월 17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유동사회(Liquid Society) 물이 흐르듯 원칙없이 그냥 흘러가는 사회를 말한다고 해요. 물은 상선약수의 고귀한 대원칙을 지니고 있어 비유가 조금 부적합합니다만. 얼마 전 우리 아이들이 먹방 프로그램을 보며 낄낄거리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엄청 살찐 젊은이가 어린 딸 앞에서 한 입에 한 개씩 컵라면을 순식간에 여러개를 먹는 모습이었습니다. 계란도 아이 앞에서 한 입에 삼켜버립니다. 이런 프로에 열광하며 흘러가는 유동은 비만이 온갖 성인병의 근원인줄 모를까요? 아이에게 도대체 무얼 가르치려는 거죠? 제가 이해 못하는 이와 유사한 유동이 사회에 만연하니 이에 대비하라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경고가 나를 슬프게 합니다. 지하철 계단에서 담배를 피.. 2023. 4. 28. 사랑같은 커다란 이념적 틀 안에서 하나되기를 2021년 2월 20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우리는 전통적으로 매우 관대한 종교관을 가지고 있다. 물론 지금에 이르기까지 뼈아픈 고난의 순교사가 없었던건 아니다. 하지만 십자군 전쟁같이 국가를 초월해 자신들의 종교를 지켜내기 위해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치열하게 싸우는 정도의 역사는 없었다. 잘은 모르지만 요즘의 중동사태를 보면 십자군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그런 나라 사람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래도 다른 종교에 관한 배타성이 덜하고 사랑이라는 큰 틀에서 서로 교감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치적 이념 만큼은 엄청 인색한 듯하다. 나라야 어찌되든 당쟁에서 이겨야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었던 조선역사를 되돌아보지 않더라도 정치적 이념에 대한 우리의 배타적 성향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 2023. 4. 28. 공룡알 2021년 3월 2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잠시 뒷산에 산책 다녀온 새 닭장에 공룡이 다녀갔어요. 모든 공감: 134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31명 2023. 4. 28. 작은 것도 의미를 부여하면 큰 즐거움으로 2021년 3월 4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지난 늦가을에 하우스에 달랑무와 양배추를 심었습니다. 내 생각대로 춥고 긴 겨울을 거뜬히 넘기고 아직도 푸른 잎을 과시하고 있어요. 엊그제 잎사귀를 데쳐 나물을 무쳐먹었는데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양배추도 잘 버텨주어 겨우내 싱싱한 샐러드를 먹을수 있었습니다. 이제 이녀석들을 수확한 자리에 시금치를 파종하려구요. 직접 키워 요리하고 맛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무엇이든 작은 것도 의미를 부여하면 큰 즐거움이 됩니다. 모든 공감: 132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29명 2023. 4. 28. 나이들수록 필요한 고독을 견디는 능력 2021년 3월 7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나이가 들어서도 정말로 성숙해지려면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는 참신한 사고를 가진 상대를 만나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나이들수록 필요한 것은 고독을 견디는 능력, 아니 고독을 즐기는 능력일 겁니다. 누구나 필연적으로 홀로 남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아집과 편견으로 가득 메운 고독은 마녀취급 받을지 모르니 페북으로라도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접하세요. 제 페북에 자주 들르시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모든 공감: 143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40명 2023. 4. 28. 빠삐용 같이 되어버린 나 2021년 3월 17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그러면 내가 한가지 혐의를 걸겠다. 너는 청춘을 낭비했지? 너는 청춘을 낭비한 죄다!" 그러자 빠삐용은 고개를 푹 떨어뜨린다. 청춘시절에 이 영화를 보았는데 어느새 나도 고개를 푹 떨군 빠삐용이 되어있었습니다. 모든 공감: 78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75명 2023. 4. 28. 채마밭 한 뙤기를 일구는 즐거움 2021년 3월 25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랄프 왈도 에머슨의 정의에 의하면 나는 성공한 사람입니다. 한뙤기 채마밭을 일구고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는 성공의 예로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지성인들의 존경과 아이들의 사랑을 얻는 것, 정직한 비판자들에게서 인정을 받고 거짓 친구들의 배신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것, 타인에게서 가장 좋은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 하나를 낳거나 채마밭 한 뙤기를 일구거나 또는 사회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좀더 나은 세상을 남기는 것을 들었습니다. 모든 공감: 147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44명 2023. 4. 28. 명불허전 울엄마 열무김치 생각 2021년 4월 13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야들야들 아삭아삭 새콤달콤 명불허전 울엄마 열무김치 생각에 봄소식 듣자마자 뿌린 열무씨앗 떡잎 여는가 싶더니 어느새 열여덟 딸기같은 자태를 뽐내는데... 모든 공감: 122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19명 2023. 4. 28. 병아리떼처럼 몰려다니며 사는 삶의 허망함 2021년 4월 19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닭이나 사람이나 살아가는 모습은 매일반이다. 얼마전 풍산이랑 촐랭이가 야밤에 닭장에 침입해 닭들을 초토화시켰다. 햇병아리 때부터 길러 이제 막 돌 지나며 계란 얻어먹는 재미가 미안하면서도 쏠쏠했었는데 개 두마리가 모두 아작을 내었다. 아침에 모이주러 닭장에 갔다가 아수라장을 목격했을 때의 처참함이란 차마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개 주인이 미안해하며 개가 못 들어가게 철망으로 튼튼하게 닭장을 보강하더니 청계닭 중평아리 열마리를 가져다 넣었다. 갑자기 내가 더 미안해졌다. 천방지축으로 나대는 중평아리들의 발랄함은 세상 온갖 시름을 잊게할 만큼 생기가 넘친다. 덕분에 나도 서운한 마음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한 놈이 지렁이 따위를 발견하고는 혼자먹으려 어디론가.. 2023. 4. 28. 고구마 심는 독거노인의 행복한 상상 2021년 5월 1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따뜻한 봄날에 고구마를 심는다. 여인네 뱃살처럼 봉긋하게 굴곡진 검정비닐을 더듬으며 고구마 순을 기구로 꽂아넣었다가 순만 남기고 뺀 후 살짝 눌러준다. 로타리질을 한 후 새로 만든 고랑이어서 촉감이 여인네 속살처럼 부드럽다. 이장은 건달처럼 고랑 사이에 서서 오가며 물을 줄 뿐 쪼그리고 앉아 고구마순을 찔러 넣지 않는다. 똑똑한 척 잔머리를 굴리지만 그는 바보다. 그러면서 그건 여자들이나 하는 거란다. 쪼그리고 앉아 밭고랑을 더듬고 찔러넣는 재미가 얼마나 환상적인지 모르는 처사다. 주책바가지 독거노인의 행복한 상상은 힘든 농사일조차 몽환적으로 만든다. 모든 공감: 141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38명 댓글 34개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2023. 4. 28. 어버이날에... 2021년 5월 8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어버이날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자꾸만 창문밖 곁눈질. 애들이 온다고 했는데...... 기다리다 지쳐 끼니때 되니 친구들과 기울이는 막걸리 한사발. 그래도 애들이 온다고 했는데.... 이새끼덜 오기만 해봐라. 야 이놈들아! 네멋대로 오고가니? 젊은게 권력이고 폭력이니? 뭐? 必出告 反必面시대 간줄 모르고 깝치는 당신은 꼰대라고? 농막 늙은이 나홀로 컴 앞에서 궁상떨며 욹으락 붉으락 열심히 마음소설 써대지만 그런 너는 소싯적 아부지 한테 그랬니? 그래도 물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그냥 꼬리 내리고 그동안 참아온 내공으로 오면 그저 고맙다고 덕담이나 늘어놓아라. 아, 슬픈 아버지 다람쥐 쳇바퀴. 모든 공감: 122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19명 2023. 4. 28. 인생 말년에 채마밭이나 가꾸며 사는 이유 똥 2021년 5월 18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똥 이야기 오늘은 좀 지저분하지만 매우 중요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전두엽이 급성장하던 사춘기 이후 저는 삶이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뱃속까지 스며들어 애간장까지 태우다보니 제 때에 제 똥을 내보내지 못하고 부정기적으로 된똥을 찔끔찔끔 떨어뜨리다가 급기야 하수구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똥꼬에 혹이 하나 생겼는데 40여년간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다 얼마 전 정년 직전에 칼을 대어 녀석과 결별했지요. 이후 제 뱃속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습니다. 마치 닭이나 말처럼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겁니다. 요즘은 가끔 닭장에서 재래식 화장실 폼으로 앉아 멍때리며 병아리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합니다. 녀석들은 .. 2023. 4. 28. 봄에 취해 비몽사몽 호접몽 2021년 5월 23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옆집 멘토할매가 열무김치랑 조기새끼 몇마리를 들고와 형님 갖다주란다. 마트에서 찌개거리 사던 차에 지나는 말로 '조기새끼라도 구워먹던지 해야지...' 하시던 할매 말씀이 생각나 조기새끼 한박스를 사다드렸더니 그걸 다듬어서 내집, 형님집까지 나누어 챙겨 주셨다. 덤으로 열무김치까지... 열무김치를 유난히 좋아하셨던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엄마표 대신 할매표 열무김치를 보내신 듯하다. 그걸 들고 형네 집으로 가 냉장고에 넣어드리고 나오면서 갑자기 유년의 추억이 어린 뒷동산에 오르고 싶어졌다.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보니,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다.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나.' 노랫가사 그대로 그 많던 뒷동산 노송들은 모.. 2023. 4. 28. 오늘 하루의 본질은 감로수 같은 술빚기 2021년 6월 1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새해들어 처음으로 모기에게 물렸다. 온실 속 새싹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기 위해 물호스를 움켜 쥔 손 팔뚝 위에 점잖게 앉아 피호스를 내 팔뚝에 꽂고 있었다. 다른 손에 자유가 있었다면 놈은 아마도 지금쯤 황천길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갑자기 이른 새벽 모기 한마리가 앵앵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호머의 진혼곡을 연상해 내신 철학자 소로우의 작지만 강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분 말씀이 하루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라고 하셨다. 내 비록 자갈밭 개똥참외 같은 환경일망정 예술처럼 아름다운 삶을 만들고 싶다는 모토를 전가의 보도처럼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다. 코딱지만한 것이 배보다 배꼽이 커 볼품 제로라도 빛곱고 꿀같은 맛까지 낸다면 이보다 더 .. 2023. 4. 28. 호박에 고농축 영양주사제 투약 2021년 6월 6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현직에 있을 때는 식사하면서 잠깐 뉴스를 보는 것 외에 TV앞에 앉아있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은퇴 후 농막에 내려와 사람 만나는 일이 줄어드니 자연 TV 앞에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마음이 느긋해지니 독서도 게을러져 독서시간이 TV 시청시간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군다나 트롯류의 음악은 늙은 꼰대들이 산이나 들에서 청승떨며 듣는 음악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모자라 늦은 밤 어떤 트롯녀가 더 예쁜지 문자투표까지 하는 레알 꼰대로 바뀌어버렸습니다. 내가 젊었을 때 가장 경멸하던 부류의 사람으로 내가 어느새 바뀐 것이지요. 요샌 그녀들을 내 딸 같이 느껴 깊은 효심에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딸 없는 설움을 달래기도 합니다. .. 2023. 4. 28. 처음으로 양파수확 2021년 6월 12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내 생애 처음으로 양파를 수확했습니다. 양파가 땅 속에서만 자라는 줄 알았더니 커지면서 어느새 절반 넘게 스르륵 땅 밖으로 올라와 있더라구요. 지식이 옹골지게 여물면 지혜가 밖으로 흘러넘치는 이치와도 같습니다 세상에서 수확하기 가장 쉬운 작물이 양파인 듯해요. 멘토 아짐의 권유에 따라 대여섯개씩 묶어 처마끝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얼마나 예쁜지 보고있어도 보고싶은 우리 마눌 같습니다. 마눌이 좋아요는 안누르지만 페북으로 내동정 살피고 있다는거 페친들도 다 압니다. 모든 공감: 173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70명 2023. 4. 28. 범접하기 어려울만큼 고혹적인 너를 범한 나 2021년 7월 1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난생 처음 체리를 수확했다. 정열의 칼라에서 유려한 곡선까지 범접하기 어려울만큼 고혹적이다. 입 안에 넣어 살살 굴리다 "아작" 깨물었다. 허우대 멀쩡한 나무에 체신머리 없이 달랑 한 개 숨어서 살아남았다. 흔들리며 쌓은 삼년의 내공이 상큼하게 내 안에 젖어들었다. 모든 공감: 133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30명 2023. 4. 27. 하나님은 그 많은 사람에게 어찌그리 공평하게 고통을 안배할까 2021년 7월 11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방금 트롯가수 김다나의 삶을 담은 스타 다큐를 봤습니다. 그녀가 살아온 파란만장한 삶의 아픔을 울먹이며 공감했습니다. 누구나가 자신의 삶만큼 고뇌로 가득한 삶은 없다고 말합니다. 대하소설을 쓰고도 남는다면서... 그 끝에 울컥 우울을 토하며 죽음을 종결사로 마무리하고 도피하려는 생각이 일반적이지요. 하지만 보통을 넘어선 현인들은 그걸 견디며 묵묵히 살아냅니다. 살아낸 고통의 내공으로 묵언 속에 흔들림 없이 주어진 삶을 꾸역꾸역 소화해내는 거죠. 참 하나님은 존경스러울만큼 공평해요. 그 많은 사람에게 어찌그리 공평하게 고통을 안배할까... 모든 공감: 82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79명 2023. 4. 27. 텃밭에서 생산한 노각, 양파, 파, 마늘로 엄마 손맛 더듬어 보기 2021년 7월 19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여름이면 늘 생각나는 음식 두가지가 있습니다. 가마솥에 불을 때 밥을 하던 어린 시절 밥솥에 굵은 가지 몇 개 얹혀 밥과 함께 삶아내어 쭈욱 쭈욱 찢은 후 냉수 사발에 넣고 파 마늘 갖은 양념하고 깨소금 뿌려 냉국을 만들어 주셨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최근 압력 밥솥에 가지 몇개 올렸다가 가지가 뭉개져 재현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늙은 오이 껍질 벗기고 채칼로 길게 긁어 생채를 만든 뒤 고추장에 갖은 양념 넣고 참기름 몇방울 떨구어 무쳐내 밥상 한가운데 올려주셨던 어머니 손맛도 생각납니다. 밥 위에 오이생채 얹고 고추장 조금 떠서 쓱쓱 비벼먹으면 상큼한 오이향이 뇌속까지 명징하게 울려왔었습니다. 작지만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나의 텃밭에서 생산한 노각, .. 2023. 4. 27. 환상적인 저녁놀 붙잡아 향유하기 2021년 7월 27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끊임없이 자유를 추구하며 산다.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자유를 향유하기 위해 악착같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 하지만 오히려 그 富에 구속되고 만다. 富란 그저 자유를 향유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목적으로 전락한 데서 오는 모순이다. 나이 60을 넘으면 이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자기만의 참 자유를 향유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의지도 순수한 자신의 욕망에서 기인한 것인지 타인의 욕망에서 전이된 것인지 구분할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공부하며 생각의 변화를 지향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맛집처럼 자유도 아는만큼 제맛을 향유할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백년 오간 길이지만 이처럼 환상적인 저녁놀을.. 2023. 4. 27. 네주변의 소소한 것들이 네 삶이니 거기 집중해 2021년 8월 16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삶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복잡하게 꼬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자를 찾거나 신에 의존하는 듯하다. 요즘은 마음이 불안하여 좋아하는 책도, 영화도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모처럼 TV앞에 앉아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한 영화채널에서 들리는 대화에 귀가 솔깃해졌다. 잡화점에서 일하던 젊은이가 나이든 흑인에게 'One point lesson' 으로 삶의 지혜를 구하자 그는 문을 나서며 이렇게 말한다. "The world is perfect, appreciate the detail." 78억이 넘는 세계 인구가 살아가는 동안 겪어야 할 7정(희노애락애오욕)의 총량은 각자 완벽하게 동일하다.(세상은 그만큼 완벽하다) 그러니 네 주변의 크고 작은 .. 2023. 4. 27. 그여자가 사는 법 그여자가 사는 법 어제 점심엔 멘토아짐이 준 부추로 전을 부쳐 둘이 맥주 한 잔 나누었다. 가끔 밥 대신 이렇게 끼니를 때운다. 두어순배 돌아갈 즈음 아짐에게 물었다. "아줌마도 전에 조개껍질 묶어 목걸이 만들어 걸어주고 싶었던 사람 있었지요?" "그럼!" "푼수같지만 전 아직도 그런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요." 했더니 "나두 그려" 하신다. 80의 나이에도 열여섯 순정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시는 거다. 아짐은 생활보호대상이어서 나라에서 파견한 보호사 말고는 딱히 누가 돌봐드리는 사람이 없어 엊그제는 치과병원에, 오늘은 교회에 내 차로 모셔다 드렸다. 어제 저녁엔 관리사가 독거노인 영양을 생각해 가져다 준 두부 한 팩을 내 농막 안으로 들이밀더니 오늘은 주먹만한 복수박 두통과 두먹보다 작은 참외 두알, 토마.. 2023. 4. 26. 은퇴는 상전벽해다 2021년 8월 24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桑田碧海'란 말은 그야말로 중국식 과장법이다. 어떻게 뽕밭이 푸른바다가 될 정도로 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60년을 넘게 살아보니 그게 과장됨이 아니고 우리네 인간군상의 적나라한 현실모습임을 알게 되었다. 언제나 변함 없이 한결같은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아니 그런 사람은 현실계에 不在한다. 은퇴는 상전벽해를 경험하고 경악하면서 푸른 바다에 휩쓸려가는 과정이다. 모든걸 다 받아주는 바다처럼 살면서 그냥 함께 떠내려가야만 한다. 모든 공감: 103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00명 댓글 26개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2023. 4. 26. 효자 오이 2021년 8월 30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효자 오이 지난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더운 여름날 점심에 양푼이에 쓱쓱 비벼먹는 노각무침 만큼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게 있을까요? 농막 앞 그늘막 지지대에 줄을 매고 오이 세그루를 심어 올렸는데 하나는 죽고 두그루만 살아남았습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꼬물꼬물 자라올라 천장 끝까지 이르면서 열매를 매다는데 보기도 좋고 그늘도 만들어 주어 일석삼조의 즐거움을 주더군요. 어느 효자가 이만할까요? 자고나면 어느새 열매를 매달아 지난 여름 내내 오이무침이 떨어질 날이 없었습니다. 군소리 없이 이보다 더 헌신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효자가 있을까요? 이래서 사람에 지친 사람들이 늙그막에 사람을 떠나 흙을 찾는 모양입니다. 모든 공감: 116회원님, 신창수, 오.. 2023. 4. 26. 초심자의 행운 2021년 9월 13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초심자의 행운(beginner's luck) 이란 말이 있다. 고스톱 모르는 사람 억지로 가르쳐서 고스톱을 치면 대부분 새로 배운 친구가 딴다. 얼마 전 시청에서 정년을 맞은 이과장과 지난 봄에 텃밭에 고구마를 심었다. 그도 나도 농사를 잘 모른다. (그는 은퇴 후 귀농을 결심하고 일찍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와 실은 나랑 비교 불가다.) 이사람 저사람 코치 받으며 비교적 힘이 덜 든다는 작물인 고구마를 심었는데 이번에 10키로 짜리 200박스나 수확했다. 전문 농사꾼 뺨치게 초심자의 행운을 얻은 셈이다. 그 많은 고구마를 캐고 포장하느라 게거품을 물었지만 덕분에 두가지는 확실하게 보상받았다. 평소엔 잘 마시지 않는 물을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모른다. 덕분에.. 2023. 4. 26. 이전 1 ···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