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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263

누구 탓일까? 5월 17일 오후 11:24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고속버스 타고 서울 가는데 갑자기 운전기사가 "저 뒤에 계신분! 동영상 시청은 이어폰을 사용해 주세요!" 한다. 난 맨 앞에 앉아 눈을 감고 막 잠이 들려던 찰라였다. 그런데 그동안 전혀 들리지 않았던 그 동영상 소리가 그 때부터 갑자기 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전 기사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그 동영상 소리는 계속 되었다. 덕분에 공연스레 내 잠만 손해났다. 누구 탓일까? 운전기사?, 동영상 그사람?, 나? 이것도 그냥 내탓인지 모른다. 집사람 카톡 메시지를 잘못 해석해 하마터면 밥을 굶을 뻔했다. 이유는 단 하나 '?' 때문이다. 내 시크릿 가든에서 곱게 키운 쌈채소를 한아름 따서 가져왔는데 집사람이 없어 그걸 어떻게 처리할지를 묻.. 2023. 5. 29.
세달시 15분 5월 12일 오후 5:06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세달시 15분. 세상을 달리 보는 시간 15분.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어디엔가로 정신없이 달려갑니다.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 묻지도 않습니다. 시골 아짐이나 아재들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다른 눈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면 다른 세상이 있다며 농업대학 동기생들 중심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작은 세미나를 가진지 벌써 다섯 달이 되었습니다. 이달부터는 작은 체험농장도 함께 가꾸어 가기로 했습니다. 오늘 아침 10시에 모여 고추 400주와 가지 따위를 심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 타임을 가졌습니다. 누구나 사는 대로 생각하고 생각대로 삽니다. 자유는 창의적 삶의 원천입니다. 매월 둘째 주 월요일 11시에 평택농업기술센터에 오시면.. 2023. 5. 29.
의자같은 삶 2020년 2월 27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거여 (이정록, 의자) 이 시를보고 정여울은 남들이 그냥 앉으라고, 잠시 앉아서 쉬어가라고 내놓는 의자 같은 따스한 위로 그런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싶다고 했습니다. 이런 저런 싸울 이유만 찾지 말고 글쟁이는 글쟁이대로 소금장수는 소금장수대로 세상사람들 그냥 앉아 쉬어가라고 내놓는 의자같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공감: 90회원님, 오치윤, 우인섭 및 외 87명 2023. 5. 15.
대추따는 노래 2020년 3월 1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새벽에 이 글 읽다가 포복절도하고 말았습니다. 수박서리하던 악동시절 나와 친구들을 회고하면서... 이웃집 꼬맹이 대추서리 왔는데 늙은이 문 나서며 꼬맹이를 내쫓는구나. 꼬맹이 도리어 늙은이에게 던진 말. “내년 대추 익을 때까진 살지도 못할 거면서 !” - 이달(李達),〈대추 따는 노래〉 나는 내년 개나리꽃 필때까지 살수 있을까? .... 모든 공감: 97회원님, 오치윤, 우인섭 및 외 94명 2023. 5. 15.
동물농장-우월욕망을 사랑으로 대체해야 2020년 3월 4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소설 '동물농장'은 실패한 혁명의 이면에는 언제나 권력투쟁이 내재하고 단지 권력의 주인만 바뀔 뿐이라는 것을 폭로한 우화적 정치소설이다. 소련 공산당을 배경으로 한다지만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모든 집단에 적용되는 일반적 현상인듯 싶다. 실패가 필연적이라면 혁명은 애당초 시도될 이유조차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대대손손 혁명이 이어지는 이유는 아마도 2600년전 이솝우화를 아직도 우리가 읽고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 인간의 내면 깊숙히 존재하는 우월욕망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권력의 주인공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바른 사회로의 진화가 이루어지려면 우월욕망을 '사랑'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공감: 83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 2023. 5. 15.
인향은 학습에서 나온다 2020년 3월 12일 공유 대상: 전체 공개 한 때 LG출신 사장님이 우리회사에 TDR 경영을 시도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TDR이란 특정 문제의 해결을 위해 관련전문가들을 모아 짧은 기간 내에 Tear Down and Redesign 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가 제일 먼저 시범으로 서너명의 차장님들을 모아 두달간 지하에 워룸을 꾸렸었습니다. 그때 잠깐 동안 만난 인연을 소중히 여겨 코로나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어제 저녁을 같이 했습니다. 그분들 모두 이제는 부장님이 되어 요직에 보임되어 계십니다.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지낸다고 관계가 가까워지거나 소중해지는게 아닌것 같습니다 태어나 오래 함께 지낸 형제자매 간의 싸움이나 부부싸움 그리고 이혼 따위를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소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 2023. 5. 15.
과거에 매달린 게쉬탈트로 금가는 부부들 2020년 3월 18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문화심리학자이자 화가인 김정운교수는 '아빠란 아주 사소한 것에 삐치고, 한번 삐치면 회복하는데 아주 오래걸릴 뿐더러, 뒤끝도 한없이 긴, 배 나오고 머리가 듬성듬성한, 쓸쓸한 인간'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외면적인 부분 즉 '배 나오고 머리가 듬성듬성한'을 없애면 우리 집사람에게 비추어진 나의 내면 그대로다. 여기에 동조하는 페친분들도 꽤 많으실거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와 집사람이 생각하는 '나'는 완전히 다르다. 사물을 추론하여 정의하는 생각의 틀(게쉬탈트)이 각자 다를 뿐만 아니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집사람은 변함없이 같은 사람으로 인식한다. 집사람의 게쉬탈트가 지어낸 과거 .. 2023. 5. 15.
무당 굿판에 부쳐 2020년 3월 24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굿판 오래전 무당이 사셨던 인근에 어찌어찌 농막하나 올려놓고 홀애비 독수공방하는 밤마다 무당들이 굿판을 벌인다. 간밤엔 소주 한병 자빠뜨리고 골아 떨어진 독거노인 얼굴을 요리조리 꼼꼼하게 쓰다듬더니 급기야 휴지 위에 올라앉은 폼이 아무래도 뭔가 수상하다. 혹여 누가 엿볼새라 해가 중천에 뜨도록 창문 틈새에 처박혀 보초서는 놈, 울긋불긋 앞치마 두르고 싱크대 구석에서 새댁 흉내내는 놈, 해장한다고 김치찌개 끓였더니 냄비뚜껑 열자마자 심청인 양 장열하게 죽음으로 어필하는 놈, 혼술 반주는 외롭다며 몰래 내 술 같이 나눠먹다 백주 대낮에 대취하여 제멋대로 속치마를 걷어올린 놈, 아주 가지각색으로 놀고들 있다. 어쨌거나 곱게 꽃단장한 모습이 미치도록 예쁘고 귀여.. 2023. 5. 15.
봄바람 2020년 3월 26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그곳에 가면 언제나 주체할 수 없는 시상이 떠올라서요. 봄바람 秋霜에 떨다 떨다 쏟아지는 잠 견디다 견디다 죽음 같이 잠든 폭풍언덕 은행나무 일어나라고 어서 일어나 생령을 맞으라는데 깨워도 깨워도 게으름만 피우니 독하게 태풍흉내 내는 봄바람 때문에 공연히 늙은 농부 하우스만 망가졌네 지난 여름 태풍도 잘 버텼는데. 태풍보다도 더 무서운 봄바람. 대책없이 부풀어오르는 처녀가슴도 아마 그바람 때문일걸? 모든 공감: 100회원님, 오치윤, 우인섭 및 외 97명 2023. 5. 15.
정년을 맞으며... 2020년 3월 31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36년 전 제가 입사할 때 논문시험 제목이 '조국' 이었습니다. 저는 '청춘예찬'을 원용해 첫문장을 '조국,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이는 말이다!'로 시작하며 글을 이어갔습니다. 당시만해도 그게 먹혔는지 높은 점수를 받아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습니다. 그게 저를 우리회사로 인도한 보이지 않는 손이었습니다. 때론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은 늘 제 편을 들어주어 대과없이 여기 정년까지 왔습니다. 그동안 장관상 두개에 사장상 여덟개를 받았습니다. 상복이 많아서일수도 있지만 하나하나 나름 보람있는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조직 안에서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치다보면 긴 세월동안 아마도 내가 받은 상처보다 남에게 준 상처가 더 많.. 2023. 5. 15.
내버려두면 천성대로 꽃피고 열매 맺는 아이들 2020년 4월 8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지난 주말 아들이 연이틀 농막엘 다녀갔습니다. 그리고는 멋진 컴퓨터 셋트가 생겼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제2의 인생을 맞아 가상세상 안에서 마음껏 뛰놀라고 보내온 최고의 선물입니다. 크던 작던 때가 되면 만물은 나름 자기만의 열매를 맺습니다. 내버려두면 천성대로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을 혼자 힘들어 하는건 부모 욕심이란걸 깨닫는 순간입니다. 팔불출 소리를 듣더라도 천사보다 고운 마음을 지닌 아이를 자랑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2장 모든 공감: 122회원님, 오치윤, 우인섭 및 외 119명 댓글 38개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2023. 5. 15.
난향백리 2020년 4월 11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난이 꽃을 피웠습니다. 사람에 맞춰진 거실 환경에서 난을 키우는 건 난에게는 고문이기에 베란다 구석에 내놓고 겨우 일주일에 한번씩만 얼굴을 내밀고 물을 주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냉대 속에서도 난은 해마다 몰래 숨어서 예쁜 꽃대를 올립니다.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를 포장하여 쓰라린 가슴을 어루만지는 독방거사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여 차라리 꽃대를 잘라 쓰고 난 화장품 병에 담아 곁에 두었습니다. 화향백리라더니 노인네 냄새 대신 난향이 온 방안에 스며듭니다. 안풀리는 매듭은 快刀亂麻(쾌도난마)가 답인듯 합니다. 모든 공감: 102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99명 2023. 5. 15.
도화같은 사랑이 그리워집니다 2020년 4월 18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은 동양인 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입니다. 어린시절 내게 가장 강렬하게 각인된 봄의 상징은 개나리, 병아리, 진달래와 원추리 그리고 도화였습니다. 어미닭이 병아리들과 함께 개나리 담장 밑을 오가는 모습을 추억하는 순간 나는 금세 아홉살 코흘리개로 돌아갑니다. 야산을 울긋불긋 물들였던 진달래와 원추리꽃은 그시절에도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아름다움의 대명사였습니다. 봄 꽃 중 야생 도화는 피를 토하는 듯한 연분홍 절정이 농염의 극을 이룹니다. 화색이 닷새를 넘기지 못하고 절정에서 '뚝' 떨어지면 가슴까지 '철렁' 무너져내립니다. 금년엔 꼭 그걸 카메라에 담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도화같은 사랑이 그리워집니다. 왜.. 2023. 5. 15.
딸 없는 딸바보 2020년 4월 24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백년동안의 고독을 썼던 마르케스는 유일하게 딸이 없다는 것을 평생을 두고 후회한다고 했습니다. 인위적으로 되는 일이 아니어서 후회란 표현이 부적합합니다만 저도 크게 공감합니다. 최근 딸 대신 병아리를 입양했는데 중병아리가 되니 자꾸만 가출을 꿈꿔 어딜 가도 불안해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셨는지, 원숭이가 진화했는지 모르지만 인간의 감정은 참 오묘해요. 내 방귀냄새가 거부감이 안 생기듯 내 병아리는 똥냄새도 내겐 크게 불편하지 않더라구요. 나도 딸 없는 딸바보인가 봅니다. 모든 공감: 114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11명 2023. 5. 15.
지금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가장 쉬운 계절 2020년 4월 28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태어났으니 그냥 내맘대로 살 수도 있겠지만 먼저 간 사상가들의 삶에 대한 통찰을 곁에 두고 살면 보다 행복하게 살수 있다고 해요. 미국의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경청하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지금껏 살면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고 앞으로도 견뎌내기 힘들 것 같아 이방법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요즘 제가 살아가는 방식 또한 성공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귀뜸해주었습니다. 저는 세상 만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어떤 사람이든 그사람이 세상에 나온 이유와 쓰임새를 발견하려 노력하거든요. 지금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가장 쉬운 계절입니다. 코로나로 불편하지만.. 2023. 5. 15.
후대에게 악취만 남기며 사라지는 인간들에게 2020년 5월 11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차가운 시냇가 돌 밑에서 추운 겨울을 보낸 애벌레는 봄이되면 하루살이가 되어 아무것도 안 먹고 신선처럼 2~3일 하늘을 맴돌다 생을 마감합니다. 하늘의 명을 따라 대를 이어갈 한번의 혼인비행으로 2~3일 동안 관혼상제를 한꺼번에 치르곤 세상 너머로 가는거죠.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 민들레도 봄볕아래 완벽한 자태로 노랗게 죽도록 아름다움을 태우고는 그 짧은 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천명을 따라 홀씨되어 봄바람 타고 훨훨 세대 이전 비행을 합니다. 제 욕심 채우려 평생을 온갖 부끄러운 일들로 가득 메운 채 후대에게 악취만 남기며 사라지는 인간들과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우리가 세상 만물에 외경을 느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오늘도 민들레 홀씨 앞에 고개.. 2023. 5. 15.
나이들수록 긍정적인 언행과 생각으로 채워가야 2020년 5월 27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직장을 떠난 후 직장 밖 사람들과 술자리를 갖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술자리 대화에 실망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직장에 있을 때도 상사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뒷담화로 술안주를 삼는 경우가 있었지만 저는 의도적으로 그런 대화를 피해 왔고 10시 귀가타임을 가급적 지키며 살았습니다. 좋은 얘기하면서 살아도 짧은 세상을 왜 나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메우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강요까지 하며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수만년 인간 진화의 과정에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런 DNA가 누구에게나 새겨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버려도 좋을 만큼 위험요인이 감소했습니다. 어떤 이는 술자리에 마주앉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늘.. 2023. 5. 15.
두꺼비님께 비나이다 2020년 6월 2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복과 재물을 부른다는 두꺼비, 농막 주변에서 가끔 만납니다. 해충을 잡아먹으니 나랑은 공생관계죠. 카메라 촬영이 끝날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모델 역할에 충실합니다. 인생 후반전에 돈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살다 가라고 돈벼락을 주러 왔나봅니다. 돈벼락이 아니어도 좋으니 그저 뜻하지 않은 걱정거리나 생기지 않게 해 주시길... 모든 공감: 130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27명 2023. 5. 15.
은퇴자의 어느 일상 2020년 6월 5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은퇴란 한자적 의미로 보면 현직에서 물러나 숨는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물러나 숨어살며 잊혀진다는 거다. 육체적으로 여기저기 조금씩 통증이 찾아들기도 하지만 아직 마라톤을 하는 이도 있고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피크를 이루는 시기에 사회가 정한 룰에 따라 정년에 이르면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 대부분 더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어 젊은 세대에게 양도하고 물러서 관조를 배우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지만 다른 의미에선 자기만의 의미있는 삶을 시작하는 거다. 나이 들면 새벽잠이 사라져 새벽이 길다. 나는 그 시간엔 작정하고 책을 읽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작가의 생각을 넘어서려 애쓴다. 작가가 글을 쓸땐 아주 오랜시간에 걸쳐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는데 내가 건성건.. 2023. 5. 15.
과욕 부리다 그릇까지 깨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2020년 6월 19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병아리 사열에서 시작되는 조화백의 아침일과는 매우 규칙적이다. 사열이 끝나면 텃밭 식물들 생육 생태를 주욱 돌아본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들어와 맥킨지 허리운동과 108배로 기초체력을 이어간다. 오늘 아침식사는 작은 감자 다섯알로 때웠지만 점심은 상추쌈을 먹기로 했다. 요즘 상추와 쑥갓은 최고 절정기를 맞았다. 상추와 쑥갓을 뜯어 한 소쿠리 씻어담고 돼지목살 100g을 구워 잘게 조각내었다. 내 손바닥보다 큰 상추 두장을 반대방향으로 포갠 후 독이 바짝 오른 쑥갓 두 송이를 얹고 그 위에 갓 지어낸 밥 한 술, 고기 한 점과 마늘 1/4 쪽에 된장을 묻혀 올리고 김치까지 한 조각 얹어 싸면 쌈이 내 주먹만 해진다. 너무 커서 한 입에 들어가지 않기에 중.. 2023. 5. 15.
우리는 모두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2020년 6월 28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우리는 모두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살아 낸 마지막 이야기도 이토록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 있도록... 모든 공감: 112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09명 댓글 16개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2023. 5. 15.
아침식탁에 오르는 계란 프라이 하나에도 외경을... 2020년 6월 30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병아리가 닭이 될 때에도 변성기를 거친다. '삐약 삐약'거리다가 어느 시점에 가면 '꺽꺽!!!'하면서 목소리가 거칠어진다. 목소리만 거칠어지는게 아니고 행동도 세상물정 모르고 겁없이 나대는 중2나 똑같다. 중2처럼 한 놈이 뛰면 모든 놈들이 이유 없이 우르르 같이 뛴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양육가설'에 의하면 아이들은 부모나 선생보다는 또래집단이 인격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병아리 세계도 똑같은 것 같다. 잘 놀다가 저희들끼리 치고 박고 쌈박질하는 모습까지도 중2랑 똑같다. 그런데 녀석들이 조금 더 성숙하면 어른이 되면서 알을 낳기 시작한다. 닭이 알을 낳기 위해 골골거리는 소리를 우리는 알겯는 소리라고 하는데 이는 인간으로 치면 생리통.. 2023. 5. 15.
실잠자리 같은 가벼움으로 살아야 해 2020년 7월 5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김훈 선생님은 한여름 연못가 수풀 사이를 나는 아시아실잠자리를 보고 그것들에게서 온몸에 전률을 느낄만큼 아름다운 삶을 발견했어요. '살아있는 그 며칠동안 그것들은 투명한 날개로 빛을 헤집고 날아다니면서 교접한다. 그리고 이내 죽는다. 공중에서 교접하는데 교접을 위해 비행을 멈출 때, 그것들의 날개는 맹렬하게 떨리고 그 날개 위에서 여름의 햇빛이 부서진다'고 표현했습니다. '여름의 연못에서 아시아 실잠자리는 가장 가벼운 존재다. 실잠자리는 이 가벼움으로 수십억년을 물가에서 나고 죽었다.'고 마무리 지었어요. 고등학교 때 찰스램의 수필을 읽고 나비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혐오스런 애벌레의 모습으로 살다가 꽃보다 아름다운 날개로 하늘을 날며 자유를 .. 2023. 5. 12.
존경하는 후배를 새기며 2020년 7월 7일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이 후배랑 만나 소주 한 잔 하고 책방 같은 찻집에서 차 한 잔 나눈지 벌써 1년이 됐다고 페북이 공유제안 하네요. 신입 1년차에 인사처 보임부 간부담당으로 전입한 것도, 차장 진급후 평택지사 근무한 것도, 인사처 인사제도부 전입한 것도 모두 제 뒤를 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사수 조수 관계로 수년간 모진 풍상과 태풍을 겪으며 동고동락 했습니다. 나는 그를 독일병정이라 칭했습니다. 신입때부터 고된 격무 속에서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모습이 독일병정 같았기 때문인데 정작 본인은 그런 호칭을 싫어했습니다. 사리를 쫓아 배신이 난무하는 아수라장 속에서도 위 아래 센스있게 잘 살피고 무엇보다 변함없는 의리로 절대충성하는 모습이 우리회사에서 찾아보.. 2023. 5. 12.
죽는 날까지 첫키스만 하고싶어 2020년 7월 10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제 농막에 벽지 대신 편백나무 루바를 붙였습니다. 편백나무는 크고 작은 가지가 많고 똑바로 키우기 위해 가지치기를 합니다. 가지가 잘려나갈 때마다 옹이가 하나씩 생깁니다. 또 그런 옹이가 있는 게 무결보다 덜 인위적이고 더 자연스러워보입니다. 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면 제 인생도 옹이 투성이입니다. 이상하게도 행복한 기억은 없고 늘 옹이같은 상처들만 남아 마음을 찌릅니다. 하지만 일기를 쓰다보니 매일이 기적인 걸 느끼게 됩니다. 기적인 오늘도 원점으로 돌아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첫키스만 50번째하는 영화같은 짜릿함으로 살아갔으면 합니다. 이런 치매는 타인에겐 지옥이지만 본인에겐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나무처럼 세상만물이 모두 옹이로 점철되어있기에 그냥.. 2023. 5. 12.
나는 어디로 흘러가나... 2020년 7월 13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다시 김훈 선생님의 글을 새겨봅니다. '물은 시원에서 소멸사이를 잇대어 흐른다. 하류의 소멸이 상류의 시원을 이끌어내서, 신생은 소멸 안에 있다.' 강이 그렇듯 인생도 노년, 죽음 안에 신생이 있습니다. 어떤 개울물은 혼자 쫄쫄 흐르다 갈수록 좁아지고 종내 말라버리거나 물길이 막힌 작은 저수지에 갖혀 사라집니다. 어떤 시냇물은 강으로 흘러 더 큰 강을 만나 함께 흐르다 마침내 온세상이 오직 물 밖에 없는 대해(본질)에 이릅니다. 하지만 물도 오직 산이 계곡을 만들어 내 준 길을 따를 뿐입니다. 산과 산이 만나 계곡을 만들고 계곡과 계곡이 만나 강을 만듭니다. 그래서 산과 강은 하나로 이어집니다. 결국 물의 시원은 곧 산이 되는 거지요. 선생님은 다시 '산.. 2023. 5. 12.
질리도록 아름다운 조화 2020년 7월 19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아, 이 다름의 완벽한 조화! 자연은 질리도록 아름다운 조화다. 같은 꼬투리 안 강낭콩 5형제도 비슷하나 같은 무늬는 하나도 없다. 또 익어가며 색깔도 무늬도 달라진다. 다른데 같다고 생각한데서 분쟁이 생긴다. 오직 인간만 그렇게 생각이 가볍다. 어쨌거나 강낭콩은 지금 제일 맛나다. 모든 공감: 123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20명 2023. 5. 11.
인문학적 지식이 중요하다고? 2020년 7월 26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기업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한국HRD교육센터에서 스팸처럼 보내온 메일의 제목입니다. 어느 인문학 전문강사분의 칼럼 제목을 메일 제목으로 써서 교육수강을 유인하려 한 것 같습니다. 칼럼을 대충 읽어보니 인문학적 지식수준의 중요성을 강조한 듯합니다. 하지만 인문학은 지식이라기보다는 각자의 사유체계와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페르조나를 만들어주는 典範이기에 지식수준의 높고 낮음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수천년의 역사 안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았던 삶의 방식들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인문학적 지식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 2023. 5. 11.
리틀 포레스트 흉내내기 2020년 7월 29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난 일본사람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혈기왕성한 젊은이도 아닙니다. 물론 여성도 아닙니다. 그런데 일본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나도 숲으로 돌아온 혈기왕성한 젊은 일본여성 흉내를 내고싶어졌습니다. 내 앞에 숲이 있고 요즘 시골엔 주변이 온통 먹거리로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요리학원 안 가도 웬만한 recipe 는 유투브에서 쉽게 접할수 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아욱된장국을 끓여보았습니다. 세상에나 이렇게 맛난 국은 처음입니다. 음식대통령 백 아무개씨도 아마 먹다가 맛있어 죽을지 모릅니다. 지난해 이장님이 텃밭 앞쪽에 아욱을 심어주었는데 그 씨가 사방에 퍼져 금년엔 밭또랑이 온통 아욱세상입니다. 내 밭에 내가 직접 키운 것들을 주원료로 내가 직접 된장 .. 2023. 5. 11.
나이들매 고착되는 전두엽 2020년 8월 11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어림 칠순에 가까운 사람들이 술취해 싸웁니다. A가 B에게 애매모호한 질문을 하니 B도 아닌 C가 옆에서 A에게 날선 답변으로 공격하자 A와 C가 싸우기 시작합니다. 술판이 깨져 다행이었지만 하마터면 서로 피터지게 물고 뜯을 뻔 했습니다. 왜 인간은 술이 떡이 되는 순간까지 되지도 않는 논리로 서로 개처럼 물고 뜯고 싸우며 살까요? 영화 부산행의 뱀파이어 바이러스 보다도 무서운 것이 인간의 전두엽 아닐까요? 알콜로 마비되기 시작한 지능이 이미 한자리 숫자까지 내려갔는데도 끝까지 따져 물어 꼭 제 논리로 상대를 눌러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전두엽 말입니다. 모든 갑질의 근본 원인이기도 하죠. 술 깬 다음 날 아침 지난 밤 명정을 다른 사람의 기억을 통해 .. 2023.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