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봄무들기 농장263

파초의 꿈 2021년 9월 19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파초의 꿈 어쩌다 낯선 이국땅에 뿌리내렸지만 가을하늘 구름처럼 자유롭게 살다가 겨울밤 흰눈처럼 평화롭게 가고싶다 모든 공감: 151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48명 2023. 4. 26.
당랑이 내게 말을 걸었다 2021년 9월 28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농막 앞 난간에 기어오른 당랑과 잠시 장난질을 쳤다. 마차 쇠바퀴랑도 맞서 싸우다 깔려죽을 만큼 깡생깡사로 사는 놈인데 나를 두려워할까... 그냥 모른체 슬며시 자리를 비켜서 눈먼 메뚜기나 잡아 먹고 살면 될 일을... 나이들매 당랑같은 역발산 기개세도 꺽이고 어느새 황새다리에 참새 가슴이 되어 하나 둘 포기하는 내 삶에 경종을 울리러 왔는가 보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당랑처럼 깝쪽대다 개망신 당하기 보단 가을 단풍처럼 홀로 조용히 내 빛깔로 늙어갈 일이다. 다시는 맛볼수 없는 엄마의 마지막 김장김치도 이젠 바닥을 보인다. 당랑이나 나나 삶은 그렇게 엄마의 김치맛처럼 세월과 더불어 소리없이 사라질 뿐이다. 모든 공감: 123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 2023. 4. 26.
보면 볼수록 예쁜 가을 2021년 10월 6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보면 볼수록 예쁘다. 선과 색을 따라 이어지는 관계의 맥락 속에 너와 나 그리고 세상만물이 하나가 된다. 우리 사회도 이랬으면... 모든 공감: 126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23명 2023. 4. 26.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2021년 10월 11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직장생활 할 때 출퇴근길 길가에 떨어진 은행을 보면 요리조리 피하면서 밟지 않으려고 애를 썼었다. 혹 밟기라도 하는 날엔 그 냄새가 사무실이나 집안까지 요란하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퇴직 후엔 그런 은행을 직접 손으로 주워담아 문질러 까는 작업까지 한다. 나의 농촌 삶은 50년 전 생활뇌에 입력된 방식으로 반백년을 훌쩍 건너뛰어 이어진다. 그 때와 달리 요즘은 동네 어르신들도 은행이나 감을 줍지 않는다. 감나무 밑에 홍시가 지천인데 주워먹는 이가 거의 없어 세월을 건너뛴 나만 오매가매 떨어진 홍시 한두개씩 주워 발라먹는다. 홍시를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렸던 '박인로'의 '조홍시가' 만큼은 아니어도 어릴적 친구들과 감나무에 올라 놀던 기억이 내 발길을 .. 2023. 4. 26.
병아리와 모정 2021년 10월 14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모정, 정말 모질게도 질기다. 하루에도 여러번 닭장을 들르지만 알을 품던 닭이 둥지에서 나와 모이를 먹거나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굶어가며 꼼짝도 않고 치열하게 품더니 어느새 20일이 지났나보다. 어제 저녁 탁구공만한 병아리가 제 어미 등에 올라 삐약거리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모자간 심심상인 하는 성스런 자연법칙 줄탁동시의 현장까지 목격하고 싶어 재래식 화장실 폼으로 앉아 목을 길게 빼보지만 그러다간 먼저 내 목이 성치 못할 듯해 닭장을 물러섰다. 몇마리나 부화했나 어미닭을 들어보려다 닭에게 봉변을 당할뻔했다. 그렇게 태어나 극진한 사랑 안에 성장했는데 조금 크고 나면 저 혼자 크고 저 혼자 잘난듯 서로 싸우면서 주어진 생을 소진한다... 2023. 4. 26.
자연인이 되기 위해선 2021년 10월 19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자연인이 되기 위해선,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이 혼자 독립적으로 살아가려는 자유의지가 강해야 한다. 법정스님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책 '월든'의 추천사를 이렇게 썼다. "소로우의 생활신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간소하게 살라'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단순하게 살면 살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입니다." ​소로우 스스로도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간소하고 결핍된 생활을 해왔다'며 미니멀 라이프를 강조했다. 나도 주변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내 방식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그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시골 삶은 유난히 간섭이 심해 언제 어떻게 주변에서 훅하고 내 삶에 끼어들지 모른다. 길 가다 아는 사람을 만나.. 2023. 4. 25.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2021년 11월 15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지인분이 카톡으로 이런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세상에는 가장 어려운 일 두 가지가 있다. 1. 자기의 생각을 남의 머리에 넣는 것과 2. 남의 돈을 자기 주머니에 넣는 것이다. 첫 번째 일을 하는 사람을 '선생님'이라 부르고, 두 번째 일을 하는 사람을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두 가지 일을 다 하는 사람을 '마누라'라고 부른다. 선생님과 싸우는 것은 배우기 싫은 것이고, 사장님과 싸우는 것은 돈벌기 싫은 것이며, 마누라와 싸우는 것은 살기 싫은 것이다. 공감이 가시나요? 모든 공감: 142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39명 2023. 4. 25.
미친 사랑 2021년 11월 20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사춘기 시절 우리는 미친듯한 사랑에 빠졌었다.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경주마처럼 오로지 그(녀) 하나만 보고 질주했다. 지위나 신분, 가문, 미추를 떠나 순수한 사랑안에 오롯이 광적으로 녹아든거다. 로미오와 줄리엣, 춘향이와 이몽룡 처럼. 하지만 그런 질풍노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사랑을 현실적 이해관계의 잣대로 저울질한다. 어떤게 옳은 사랑인지 잘 모르겠다. 육갑을 넘어 되돌아보니 차라리 죽을 때까지 그런 사춘기 미친 사랑으로만 살아가는게 더 행복한 삶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이나이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건 진화가 덜 된 걸까 아니면 연애소설이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일까...? 모든 공감: 85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82명 2023. 4. 25.
리더, 조직문화의 창도자 2021년 11월 22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작게는 한 가정의 가장에서부터 크게는 나라의 대통령까지 저마다 리더십을 필요로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리더가 나를 따르라며 선봉장으로 나서는 것도 중요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로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리더의 진정한 역할은 모든 조직원이 하나가 되어 각자의 임무에 열정적으로 헌신하게 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그럴 능력이 없다면 리더의 지위를 탐해선 안된다. 혹 편가르기식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리더십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화만사성 치국평천하란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니다. (제 생각이 틀릴수도 있지만 지금껏 살아오며 내린 리더십에 관한 작은 결론입니다.) 모든 공감: 1.. 2023. 4. 25.
대머리 암탉 2021년 11월 24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우리 암탉들 대가리는 모두 대머리다. 수탉이 올라탈 때 언제나 암탉 대가리를 쪼아 기선을 제압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힘으로 눌러 강간하는 게 동물사회의 본질인 모양이다. 자유가 삶의 본질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제멋대로 사는 걸 잘 사는 것으로 안다. 한번 뿐인 인생인데 거침없이 한껏 뽐내며 내멋대로 사는 것도 괜찮다. 혼자 살 때는 그래도 된다. 하지만 더불어 같이 살 땐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공동체 생활의 기본이다. 지위가 높다고, 나이가 많다고, 돈 좀 있다고, 힘이 세다고 수탉처럼 우월적 지위를 고집하려 하기 보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우선이다. 나를 포함해 내 주변의 모든이가 언제 어디.. 2023. 4. 25.
지옥 2021년 12월 3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어제는 감을 땄다. 날이 추워 더이상 나무에 매달아 두면 안 될 것 같아 매일 한 두 개씩 따먹던 것을 한꺼번에 몽땅 털어버린 거다. 그래도 까치밥은 남겨야 한다는 멘토아짐의 말에 마지막 한 두 개는 남겼다. 요즘은 먹을게 지천이라 까치도 까치밥을 잘 안 파먹는다. 스페인의 현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세상을 보는 지혜라며 1600년대 초반에 밝힌 비결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오렌지를 너무 짜면 쓴 맛 밖에 남지 않는다.' '우유를 얻는다고 잔인하게 쥐어짜면 우유가 아니라 피가 나온다.' 그가 살던 시대로부터 400년이 지났다. 그의 제언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런 여유나 멈춤, 배려를 역주행하고 있는 듯하다. 나와 다른 사람은 마지막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 2023. 4. 25.
내 친구의 변신 2021년 12월 15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내 친구의 변신. 신입시절부터 그는 말수가 적고 겸손했습니다. 그런 그가 괜찮아 보여 제가 여자친구를 소개해 결혼까지 하게 했습니다. 간부 임용고시도 같이 준비하고 같이 합격해 퇴직할 때까지 삼십여년간 흔들림 없는 우정을 이어갔습니다. 수많은 경쟁과 이해관계로 배신이 난무하는 복잡한 우여곡절 속에서 한결같은 우정을 이어간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런 그가 얼마전 저를 경복궁으로 초청했습니다. 그가 정년 후 삶을 고궁 해설사로 봉사하는 것에서 찾은 겁니다. 아직 초짜라서 재미있는 유머를 재미없게 하는 것만 빼면 최고의 해설을 해주더군요. 부러우면 지는거라지만 그에겐 져도 괜찮습니다. 마지막까지 고귀한 품격을 지켜나가는 내 친구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 2023. 4. 25.
겨울 속 농막풍경 2021년 12월 19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겨울 속 농막풍경. 어제는 기온이 급강하한 데에다 세찬 바람이 불어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온종일 농막 안에서 지냈습니다. 닭 모이주러 잠깐 닭장에 다녀온 일 말고는 농막 안에서 비몽사몽 졸기도 하고 이불 안에서 감귤을 까먹으며 환자놀이도 합니다. 마침 처형이 비타민 공급에 필요하다며 감귤을 택배로 보내주었습니다. 오늘 아침엔 일어나보니 밤새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혀 있더라구요. 그 순백의 싱그러운 상쾌함이란... 바람이 없고 날까지 맑으면 다사로운 햇살이 온 몸과 마음을 갓 빚어낸 찹쌀떡처럼 몰랑몰랑하게 해줍니다. 지난번 농막 앞에 걸어놓은 시래기도 따뜻한 햇볕과 산들바람 속에 맛깔나게 흔들거립니다. 하우스 안엔 파들이 아직도 싱싱한 초록을 뽐.. 2023. 4. 24.
풋사랑을 돌보는 익은 사랑 이야기 2021년 12월 24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서울에 가 딱히 할일 없는 시간엔 영화나 드라마를 연다. 이번엔 '나의 아저씨'를 선택했다. 주연 아이유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디 나는 풋사랑을 돌보는 익은 사랑 이야기를 좋아한다. 16회까지 숨막히게 봤다. 사랑을 발판삼아 역경을 딛고 일어서 행복을 찾은 아이유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드라마 속 아이유에게 지난 날 내가 돌봐주던 신입사원 멘티들도 오버랩 된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로 연륜과 더불어 사랑도 아름답게 익어간다. 홍시감처럼 농익고 물러터져 설사를 쏟아놓은 듯 땅바닥에 퍼져버리기 전에 사랑도 제때에 제대로 온전한 대물림이 이루어져야 한다. 할배는 할배대로 고독사하고 아이는 아이 대로 애정결핍에 멍.. 2023. 4. 24.
내가 쓰는 사생활의 역사 2022년 1월 1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역사를 영어로 히스토리라고 합니다. 혹자는 역사의 패권이 남성 중심이어서 남성중심의 패권 이야기를 엮은 걸 히- 스토리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삶이 다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소도, 돼지도 세상만물 모두가 태어나 각각의 개별적 스토리를 만들며 살아갑니다. 보성녹돈은 녹차이야기를 돼지에게 담은 스토리입니다. 횡성한우는 청정 횡성의 자연을 스토리로 만들었습니다. 평택미는 서해와 연결되며 광활하게 펼쳐지는 황금물결 쌀이야기입니다. 우린 평택미로 밥을 지어 횡성한우나 보성녹돈을 찬으로 먹으면 임금 부럽지 않은 최고의 밥상으로 여깁니다. 스토리가 있는 밥상은 우리가 무언가 맛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특별한 맛을 스스로 찾아냅니다. 똑같은 소주술도 마음.. 2023. 4. 24.
경영은 사랑의 교감이고 그런 사랑은 사유의 마지막 끝에 남은 앙금 2022년 1월 6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어제 제주에서 보내온 소포를 받았다. 백수가 횡재한 거다. 현직시절 가끔 만나 파전에 막걸리 마시던 한은진 차장이 동네에 작고 예쁜 책방이 있다며 책을 사서 보냈다. 책에서 바다 향기가 난다. 내가 좋아할만한 책을 고르기 위해 여기저기 구석구석 책들을 들춰보는 사랑스런 한차장의 모습도 책 안에서 어른거린다.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를 책으로 엮은 '상처로 숨쉬는 법'을 읽으며 오늘 새벽을 하얗게 밝혔다. '의쌰의쌰', '위하여!'를 연발하며 요란하게 변화를 도모하는 것도 좋지만 조용히 막걸리잔 나누며 철학적 사유를 논하는 게 훨씬 더 의미있는 변화와 공감을 가져온다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아도르노는 아마도 경영은 사랑의 교감이고 그런 사랑은 사유의.. 2023. 4. 24.
모든 생에 희망 따윈 없습니다 2022년 1월 15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지난번 한차장이 보내준 책을 절반 정도 읽었습니다. 김진영 교수님이 아무리 쉽게 풀이했다고 하더라도 독일철학은 여전히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아도르노가 바라보는 삶의 시각은 정말 지독할이만큼 회의적이더군요. 모든 생에 희망 따윈 없습니다. 그 절망의 끝에 발가벗은 본질 알맹이가 나타난다고 보는거죠. 내가 믿던 사랑마저도 포장된 우월로 철저히 부정당하더군요. 까지고 찢긴 상처에 소금까지 뿌립니다. 속세를 떠나 칩거 중인 나같은 부류는 아예 홀로있음을 귀족성으로 받아들이는 우월주의자로 규정합니다. 앞이 깜깜합니다. 그러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 밤벌레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떨어진 밤 속에 칩거했겠지요. 그 안에서 이번 겨울은.. 2023. 4. 24.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사람 2022년 1월 25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You are the apple of my eyes' 라는 말이 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정말 있는 것 같다. 요즘 내 또래 친구들이 손자 손녀를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자녀들 한테는 종종 회초리를 들었지만 손자녀들은 무슨 짓을 해도 예쁘다고 한다. 어젯밤에는 TV를 보느라 늦잠을 잤다. 7살 햇병아리부터 14살 중병아리까지 어린아이들이 전두엽에 의한 각색 없이 쏟아내는 말과 행동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그런 아이들을 세파는 경쟁의 바다로 몰아 문명이라는 미명하에 훈육하며 평생을 페르조나 가면으로 살아가게 하겠지? 늦은 밤 아이들에게서 잃어버린 나를 기억해내고 좋아서 입을 귀에 걸.. 2023. 4. 24.
나에게 묻습니다 2022년 2월 7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나에게 묻습니다. 나는 무속인도, 역술인도, 종교인도 모두 존중하며 받아들입니다. 아마도 신화를 현실로 받아들였던 태고적 생각이 '밈'으로 전달되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생각체계 안에 숨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학교에서 과학을 공부하면서 이런 현상을 미신으로 치부하고 아무리 벗어나려해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시험공부할 땐 합격하게 해달라고 빌었고요, 승진시기엔 승진하게 해달라고 화장실에서조차 기도했습니다. 요즘은 '제 가족 모두가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영적, 육체적, 정신적, 물질적 건강을 지켜달라'며 108배도 올립니다. 타로나 사주팔자 풀기를 좋아하고 무속인의 신내림 현상도 믿습니다. 때론 수백년 .. 2023. 4. 24.
노예가 되어버린 리버럴리스트 2022년 2월 12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제가 리버럴리스트일까요? 누구나 태어나고 죽지만 살아가는 과정은 각양각색입니다. 천차만별 각양각색의 삶에 각자 목적성이 없는 것 같지만 궁극엔 죽음이라는 목적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구리가 뛰는 방향을 우린 예측할 수 없지만 개구리도 어디론가 생각없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뛰다가 죽습니다. 무목적의 목적성이란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친구가 있어요. 평소엔 나를 자기 자신처럼 인정하고 존중해줘서 그랑 자주 어울려요. 그런 그가 술만 마시면 완전히 달라져요. 잔이 거듭되며 알콜이 전두엽을 서서히 마비시키면서 조금씩 그의 본질이 드러나기 시작하죠. 정점에 다다르면 거친 말투로 끊임없이 내게 무언가를 요구해요. '왜 나의 잘남을 인정해주지 .. 2023. 4. 24.
사랑도 거짓말, 눈물도 거짓말, 모든게 거짓말! 2022년 2월 19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요즘 아도르노를 접하면서 경악하고 있어요. 그는 약육강식이라는 자연법칙을 자연의 거대한 거짓말로 규명하고 있습니다. 토끼가 풀을 먹으며 생존하는 것은 토끼를 위한 것이 아니고 토끼를 잡아먹고 사는 늑대를 위한 것이며 늑대 또한 호랑이나 사자를 위해 토끼를 잡아먹는 것이어서 세상 만물이 이 거대한 거짓말 속에서 생존해 나간다는 논리입니다. 인간은 서로 물고 뜯어야 하는 동시에 물리고 뜯기어야 하는 시지프스 같은 생의 운명 속에서 서로 사랑하면서 살 수 있다는 거짓말(white lie)을 만들어 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사유는 자연의 진실을 인간의 진실로 바꾸기 위한 거짓말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神話라는 거짓말,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얀 거짓.. 2023. 4. 24.
창조의 기쁨 2022년 2월 22일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창조의 기쁨, 물질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정신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행위만큼 즐거움을 주는 일은 없습니다. 씨앗을 뿌려 싻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물질적 창조행위도 즐겁지만 정신적 창조행위도 그 이상의 즐거움을 줍니다. 제가 현직시절 인사정책업무를 20년 가까이 담당했었습니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개선하기 위해 국내외 자료를 수집해 열심히 공부하고 제도의 이면과 히스토리를 검토한 뒤에 육감까지 동원해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합니다. 화장실에서도, 잠을 자다가도, 전철 안에서도, 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잡아 검토서를 만듭니다. 그렇게 만든 안을 확정하기 위해 윗사람들 설득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결.. 2023. 4. 24.
벌레로 변신한 나 벌레로 변신한 나. 오늘은 슬픈 이야기 하나 해야겠어요. 촌구석에서 백수로 살다보니 한 줄의 글 속에서도 웃음과 눈물을 섞습니다. 글을 읽다 갑자기 나도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 나오는 벌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이든 국가든 모든 인간공동체가 오로지 돈이라는 커다란 권력의 지배를 받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경제력을 잃고 벌레가 되어 방에 갖히고 결국 경제력을 되찾은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죽음을 맞이합니다. 요즘 마을 노인회 총무일을 보면서 노환으로 귀천하신 두분의 죽음을 접했고 한분의 치매환자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분들 안에서 자꾸만 내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피할수 없는 것이 운명이라는 걸 알기에 그저 익숙해지려 노력할 뿐입니다. 운명은 자연법칙을 지.. 2023. 4. 22.
가족까지 재테크 수단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철학자 김진영 교수님은 한국 사회를 재테크의 사회라고 단정합니다. 모든 것이 재테크와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집도 오로지 재테크의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집 자체도 그렇지만 집 안에 있는 모든 것들도 그렇습니다. 심지어는 집 안에 사는 가족 또한 재테크로 봅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이들도 오로지 재테크의 수단일 뿐인 거죠. ​본래 목적으로서의 가족 즉 아버지 어머니 아이들은 온데 간데 없고 오로지 경제적 권력만이 그 안에서 살아움직인다는 겁니다. 진화생물학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가족의 본래 목적은 그저 내가 살아남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안전하게 머물고 자기를 만나고 꿈을 꾸고 타자와 미지의 연인을 상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은 더 이상 없습니다. 너무 삭막한가요? 그는 우리에게 그 상처 안.. 2023. 4. 22.
사랑을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사랑은 소유하려는 욕망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소유하려 하죠. 프로이트식으로 이야기하면 그게 생의 에너지(drive)가 되어 우리의 삶을 이어가게 합니다. 만일 그런 욕망이 없다면 그건 죽은 사람이거나 죽어가는 사람이겠지요. 사랑을 하면 스스로 새로운 것이 되려고 애쓰기 때문에 예뻐져요. 그런데 새로운 것도 일단 소유하고 나면 헌것이 되고 종국에는 닳아 없어집니다. 그러니 소유의 대상이 사라지면서 사랑이 깨질 수밖에요. 그래서 사랑에도 도덕이 필요합니다. 사랑의 도덕이란 닳아 없어지는 것을 다시 새롭게 탄생시키는 겁니다. 사랑의 객체인 나는 자신을 끊임없이 새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주체인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을 투사하면서 새로운 .. 2023. 4. 22.
농막에서 영화 한 편(콜리니 케이스) 어제 영화 '콜리니 케이스'를 보았습니다. 정말 대단한 작품입니다. 인문학 특히 법학도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입니다. 내가 독일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대로 드러나는 정말 독일스러운 영화입니다. 왜 독일이 철학의 본고장이고 대륙법의 중심이 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합리적 결단을 내릴 줄 아는 독일인들의 국민성이 그대로 드러나더군요. 일본이 많이 보고 배워야 할 영화입니다. 이태리를 점령한 독일군에게 빨치산이 폭탄을 던져 독일군 2명이 사망하자 나치가 관련자를 색출해 그 10배인 20명을 즉결심판으로 사살했고 현장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아들이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최근에 그 사건을 진두지휘했던 나치 장교를 찾아가 같은 방법으로 사살하고 자수한 사건.. 2023. 4. 22.
파. 봄이 얼매나 무순동 아나? 어젯밤 라면 끼리묵을라꼬 파 한덩이 뽑아 씻어 놨제. 오늘 아침에 보니 모다 대가리를 하늘 꼭대기까지 힘껏 뻣치고 있더라고! 음메 독거노인 기죽어! 모든 공감: 85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82명 댓글 31개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댓글 더 보기 2023. 4. 22.
개짖는 소리가 평화롭게 울리는이른 봄 짧은 한낮 하늘에게 소중한 건 별입니다 땅에게 소중한 건 꽃입니다 나에게 소중한 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입니다 내가 힘들어 지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개짖는 소리가 평화롭게 울리는 이른 봄 짧은 한낮 모든 공감: 123신창수, 오치윤 및 외 121명 2023. 4. 22.
완벽하게 상대방 안에 머무는게 사랑 일단 의심하기 시작하면 모든것이 의심스럽고, 믿기 시작하면 모든것이 믿음직스럽다고 합니다. 주변사람도 그렇고 나랏님도 그렇습니다. 의심하며 살든 믿으며 살든 본인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의심보단 믿음의 삶이 더 아름답습니다. 믿음의 시작은 사랑입니다. 댓가성 있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거래입니다. 완벽하게 상대방 안에 머무는게 사랑이죠. 엊그제 페북에 광고한 책 '마지막 질문'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입니다. 모든 공감: 102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99명 2023. 4. 22.
나는 그저 텃밭 마늘이 땅을 뚫고 하늘로 치솟는 모습만 바라볼 뿐 나는 서른에 결혼했다. 당시엔 그나이가 조금 늦거나 적령기다. 그런데 지금 서른 넘은 아들이 둘이나 장가를 못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결혼을 못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봤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가치관의 변화다. 요즘 우리사회 아이들은 돈 또는 외모로 결혼 상대를 판단하는 듯하다. 우리 아들들은 스스로 돈도 외모도 별로라고 생각하고 자포자기한 듯하다. 자신이 없으니 혼자만의 삶을 즐겁게 영위하겠다는 생각으로 위축되어 버렸다. 또다른 이유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은 사랑을 전제로 한다. 사랑은 상대방을 아끼고 보살피며 헌신하려는 마음이다. 많아야 둘만 낳았던 우리세대의 아이들은 대가족 시대의 사랑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며 자라 사랑에 대한 개념정의가.. 2023.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