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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263

고기 안 싸다 준다 이 씨바야! 이놈들 모두 순식간에 증발했다. 부화해 일주일도 넘기지 못하고 몽땅 휴거된 듯하다. 씨바견이 퉁퉁 불은 젖을 흔들며 내게로 온다. 나를 보는 미소 띈 얼굴에 비열함이 가득하다. 꼬리치며 다가와 내게 먹을 걸 구걸하지만 앞으론 너한테 먹다 남는 고기안주 절대 안 싸다 줄거다 이 씨바야! 하면서도...., 고놈 젖통에 매달린 여섯 마리 강쥐들 생각에 머리를 쓰다듬고 젖통을 주물러주며 네가 참 개고생을 하는구나.....했다. 때론 포기가 답인 노답의 시골살이. Watch 동영상 더 보기 다시 보기 공유 모든 공감: 69회원님, 오치윤, 우인섭 및 외 66명 2023. 4. 20.
해외연수도 다녀오고 여기는 인구 16만의 다낭 땀끼시. 평택시와 상호 우호교류협약을 맺은 도시다. 어젯밤엔 샤워를 제대로 못했는데 이곳 호텔 욕실 온수 사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온수버튼이 화장실 입구 안쪽 벽면에 설치되어 있고 그걸 켜야 온수가 나온다는걸 모르고 공연스레 프론트에 전화를 걸어 사람을 오라가라 했다. 이젠 나도 촉이 많이 무뎌진 듯하다. 호텔 조식 부페 조리통 중에 ostrich 가 있는 걸 확인하고 가져다가 먹으니 쫄깃한게 소고기 못지 않다. 한참 영어공부하던 어린 시절에 cnn뉴스에서 타조고기가 가금류중 유일한 red meat라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어 꼭 먹어보고 싶었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해 많은 사람들이 맛보게 하였다. 식사 후에 밖에 나갔더니 아직 7시도 되기 전인데 오토바이 부대가 .. 2023. 4. 20.
은행알 안주 비싸다고 하지마시라 요즘 시급이 얼만지 모르겠다. 은행이 지천으로 떨어졌는데 쪼그리고 앉아 한시간 꼬박 주워봐야 이거 한통 줍는다. 이걸 물에 담가 썩힌 다음 껍질을 까내는 작업도 비슷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술집에서 은행 알 몇개 꿰어 만원 넘게 안주값을 청구하더라도 군소리 마시라. 난 시급도 못받으며 이짓 왜하나 몰라. 농촌에 젊은이가 없는 이유를 알겠다. 모든 공감: 124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21명 2023. 4. 20.
망고하고 비교가 안되는 우리 감 동남아 가면 망고부터 찾는다. 이국적인 단 맛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실상 우리나라 감 보다 단 과일은 세상에 없다. 우리 농막 앞 감은 감이 아니라 꿀이다. 그런데 감을 탐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연시가 바닥을 더럽힐 정도다. 아랫집 동생이 따먹으라고 해 한접 가까이 감을 따다 농막에 놓고 익을 때마다 매일 한두개씩 먹었는데 어제 다 먹었다. 올겨울 감기걱정은 안해도 될 듯하다. 해마다 가을 먹거리는 이렇게 풍성한데 사람들 마음은 점점 가난해지기만 하니... 모든 공감: 138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35명 2023. 4. 20.
수퍼오닝 대학 체험농업과 졸업 86년 대학원 졸업때 써본 사각모자를 36년만에 다시 써봤다. 어떻게 하면 시골살이에 연착륙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친구 권유로 평택시 슈퍼오닝농업대학 체험농업과에 입학했는데 엊그제 졸업했다. 덕분에 다양한 분야의 많은 학우들과 교분을 쌓게 되었다. 이분들과 앞으로 계속 삶과 농사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살 생각이다. 이른바 '세달시 15분'(세상을 달리보는 시간 15분)을 통해 보다 현명한 삶의 방식을 함께 찾아보고자 한다. 우리과 학우 따님이 과자로 졸업메달을 만들어주었다. 이보다 달콤하고 아름다운 메달은 없을 것 같다. 모든 공감: 204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201명 2023. 4. 20.
가끔씩 서울 나들이 오늘 서울 간다. 내일 아침부터 내가 존경하는 박정기사장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분이 우릴 84. 2월에 공개경쟁으로 처음 뽑으셨다. 그 이전까지는 주로 대학장 추천에 의한 전형채용방식을 택했었다. 그래서 우리동기가 다른 추천전형 선후배에 비해 좀 드센 편이다. 내가 그분을 존경하는 이유는 두가지. 하나는 국가관이 투철하신 만큼 회사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기 때문이다. 사옥을 짓든 직원을 뽑든 항상 백년 앞을 내다보라고 말씀 하시며 이를 실천하셨다. 아울러 직원들 봉급이 적다고 두 호봉이나 전직원 특별승호를 해주어 엄청난 금전적 특혜까지 받았다. 지금은 감히 엄두도 못낼 일이다. 그러니 그분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수 없다. 거기에 덤하여 오늘 저녁엔 서울서 사랑하는 멘티랑 식사를 같이 하.. 2023. 4. 20.
박정희 대통령 같은 우리들의 영웅 박정기 사장 내가 신입사원때 만난 박정기 사장님을 어제 세미나에서 다시 만났다. 참석자 중 한 분이 사장님께 물었다. "한전이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없을까요?" 박사장님은 일고의 지체없이 구조조정을 다시해야 한다고 즉답하셨다.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것은 전정부 탈원전 정책 이전에 한전을 토막내어 분사시킨 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보신 거다. 어렵지만 통합에서 답을 구해야 한다고 하신다. 한전 사장으로 임명되기 전 한국중공업 사장으로 14개월 근무하셨는데 집에 들어가 자 본 적이 딱 두번 밖에 없단다. 회사에서 먹고 자며 회사 회생방안에 골몰하셨는데 8개월차에 5억불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리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단다. 그분은 얼마전 타계하신 이나모리 가즈오를 좋아하신다고 .. 2023. 4. 20.
별것도 아닌 성공하려다 공연히 죽을뻔했다. 오늘 2004년 일기를 정리하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2시간씩 운동하여야 하고, 책 한 권은 읽어야 하며, 폭탄주 7잔을 마셔야 한다는 제언을 접했다. 그만큼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하며, 치열한 자기계발 노력은 물론, 대인관계도 철저하여야 한다는 교훈이다. 18년이 지난 지금에 되돌아보니 그렇게 안하고 성공 안한게 다행이다. 별것도 아닌 거 하려다가 공연히 죽을 뻔했다. 모든 공감: 105회원님, 오치윤, 김우현 및 외 102명 2023. 4. 20.
나의 월드컵 난 이게 월드컵처럼 보인다. 이건 내게 실은 월드컵에 못지않은 가치가 있다. 철마다 내 주위에서 나는 것들로 담금주를 담는데 그 담금주용 소주가 담겨있던 용기에 서리태를 담은 거다. 담금주는 아침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식사할 때마다 반주로 두세 잔씩 마신다. 농촌에선 버릴 게 별로 없다. 이 소주 용기도 내가 월드컵으로 착각할 만큼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지난번 텃밭에 심은 서리태를 멘토아짐이 매일 오매가매 조금씩 타작하더니 나 먹으라고 농막 문 앞에 한 말을 가져다 놓으셨다. 내가 늙은 말보다 콩을 좋아한다는 걸 아시기 때문이다. 그걸 월드컵처럼 생긴 이 소주 용기에 담으니 내겐 월드컵보다 더 가치 있게 여겨질 수밖에. 이거면 일년내내 먹고도 남는다. 요즘은 지난봄에 담은 복분자주를 반주로 이 콩밥을 .. 2023. 4. 20.
아낌없이 주는 나의 사랑 나의 감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의 사랑 나의 감나무. 가을엔 새빨간 홍시로 나와 몸을 섞더니 겨울엔 눈꽃단장으로 나를 유혹합니다. 모든 공감: 154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51명 2023. 4. 20.
내 낚시친구 사이버 준 내겐 아주 특별한 낚시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침향같이 안으로 꽉 채워진 보석입니다. 손이 얼마나 매서운지 맥가이버는 저리가라 입니다. 견지 낚시대를 만들면 얼마나 정교한지 피라미 숨소리까지 감지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견지대를 만들수 있는 오타쿠입니다. (하여간 낚시꾼 뻥은 알아줘야 합니다.) 그런 그가 가끔 귀한 술을 담급니다. 그런데 정작 그는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십니다. 언제나 말 없이 자기만의 특별한 그 무엇에 빠져 혼자 놉니다. 십여년 전 그가 군 시절에 캐서 담갔다는 수십년 된 더덕주를 두고두고 조금씩 나혼자 다 먹었던 적도 있습니다. 미쿡 시민권자이고 진정한 오타쿠여서 얼마 전 이 나이에도 미쿡에서 쉽게 취업해 그동안 꿈꿔오던 농장이 딸린 하우스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번 볼 일 있어.. 2023. 4. 20.
소라게 시사문제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시는 분들을 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나는 사실 시사에 관한 내 이야기를 하고싶어도 능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용기가 없어 못한다. 그 많은 분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아우를 수 있는 생각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사회는 자칫 잘못하다간 내 생각과 다르다고 마녀사냥 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진짜 생각 보단 고장난 레코드판을 튀는 가짜 생각만 되풀이하다보니 생각의 진화나 진보는 불가능하다. 내가 진심으로 내 생각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 어느새 갈라치기 당하며 다름을 나쁨으로 몰아세울지 몰라 두렵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껍질이나 시스템은 언젠가 나를 파멸로 이르게 할 것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나는 소라게처럼 그 안에 머물려 한다. 바닷가엔 이미 게가.. 2023. 4. 20.
살아있다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야 이 작은 나뭇가지 안에 온 세상이 들어있습니다. 새봄에 피울 꽃과 잎의 망울 아래 생명수도 보석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오늘은 비가 나무를 적셔주고 바람이 흔들고 지나간 가지에 새들이 몰려와 한바탕 노래를 부릅니다. 나무는 이렇게 땅으로 하늘로 세상만물과 교감하며 연결되어 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서로 이타적 사랑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해요. 모든 공감: 120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17명 2023. 4. 20.
그대의 향기로 꽃눈에 봄물 올라와 엊그제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10년전 제가 경기본부에 근무하던 시절에 만났던 여직원이 보내준 선물입니다. 어느날 문득 내 생각이 났다며 보냈습니다. '실장님~ 오랫만에 인사 드려요.. 잘 지내시져?? 전 덕분에 아직도 전략경영부에서 직장생활 하고 있습니다.. 실장님 늘 건강 하시고 행복하세여~' 덕분에 하루를 살아도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며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함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이타적 사랑은 우리가 죽는 날까지 실천해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인 듯합니다. 왜냐하면 인간만 서로 배신하고 뒷담화하며 뒤통수치고 죽을 때까지 이기려하기 때문입니다. 향아, 고마워! 그대의 따뜻한 향기로 맹추위가 물러나고 꽃눈에 봄물이 올라오고 있어. 모든 공감: 152회원님, 오치윤, 우인섭 및 외 149명 2023. 4. 20.
농부들 심신단련법 여기는 오성 테니스 코트.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맹 추위 속에서도 농촌 늙은이들은 이렇게 시간 가는줄 모르고 밤늦도록 깔깔거리며 테니스장을 누빈다. 대부분 농부들이라 낮에는 일해야 해서 밤에만 이렇게 도깨비처럼 모여 왁자지껄이다. 가끔 붕어나 닭 따위를 잡아다 조림해놓고 막걸리도 한두잔씩 마셔가며 운동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 있어 눈이 아무리 와도 순식간에 걷어내고 언 땅도 화염방사기로 녹여가며 운동한다. 이 운동장은 평택시에서 시민건강을 위해 마련해준 체육시설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실내외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다. 테니스 회원은 나 포함해 29명인데 나보다 10살 위부터 20여살 아래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고 대부분 동네 토박이 선후배들이어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모르긴 해도 .. 2023. 4. 20.
촐랭이 촐랭이. 그녀와 6년째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다. 워낙 새침데기여서 첫 만남부터 심하게 거부되었었다. 내가 그집 앞을 지날 때마다 그녀는 삐그덕 거리는 대문 밖으로 머리만 내민 채 사납게 짖어댔었다. 자주 보며 어르고 달래 조금 친해지자 먼발치에서 날 보면 살살살랑 꼬리를 흔들어주지만 절대 제 몸 더듬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개 치고는 나름 지조가 있는 년이다. 풍산이랑 부부생활하며 금슬이 좋았는데 풍산이 떠난 후 못된 씨바년을 만나 한바탕 개싸움에 참패한 이후 풀이 많이 죽었다. 여우 씨바년이 개쌈에서 이긴 이후 몸에 살되는 것들은 몽땅 독차지해 그년은 개가 아니라 돼지가 돼버렸다. 그 야리한 몸매로 이번에 촐랭이가 또 새끼를 낳았다. 사람 나이로 치면 60대도 넘은 듯한데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 2023. 4. 20.
이반일리치의 죽음과 삼촌의 죽음 이반일리치의 죽음과 삼촌의 죽음. 엊그제 삼촌이 돌아가셔서 사흘간 빈소를 지켰다. 톨스토이는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마지막 죽어가는 순간에 마음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를 리얼하게 묘사했다. 죽은 사람에게 장례식만큼 중요한 사건은 없다. 하지만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 입장에서 보는 당사자의 죽음은 '그저 조금 품위가 떨어지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소설 속 관점) 그런데 그 '품위'란 것이 실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추구해왔던 '호랑이 가죽'이라는 아이러니가 성립한다. 이기적 유전자가 만들어 낸 내로남불은 그래서 함부로 쉽게 내뱉을 수 없는 말이다. 이반일리치가 죽을 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쁘로쁘스찌'(보내줘)였다. 하지만 회개의 끝에 그가 진정으로 하고싶었던 말은 '쁘로스찌'(용서해줘)였다. 소.. 2023. 4. 20.
사랑은 미친짓이라고? 오늘 아침 닭들에게 모이를 주었다. 모이통 주변에 닭들이 몰려드는데 대왕수탉이 제가 먼저 먹는 게 아니고 암탉들이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경계근무를 선다. 수탉질을 처음 시작한 새끼수탉이 모이통에 달려들면 그자리에서 아작이 난다. '사랑은 미친 짓'이라며 사랑의 지향은 '완성'이 아니라 '좌절이나 파멸'이라고 말씀하신 분이 계시다. 남여간의 사랑은 대부분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난다. '다시 태어나도 너를 선택할 것' 이라며 스스로 '죽을 때까지 잉꼬부부'임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대부분 거짓이거나 희귀종일 뿐이다. 제도의 속박 아래 어쩔수 없이 제도가 요구하는대로 '그런 척' 하는 것일 게다. 노년엔 쪼글쪼글한 할망구 또는 할배에게서 거울에 비친 불쌍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동정하며 그걸 사랑이.. 2023. 4. 20.
잔소리까지말고 먹으라면 먹어 "경신아빠 집에 있어?" 신새벽부터 멘토아짐이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고 내다보니 어린애만한 인삼 세 뿌리를 들고 계시다. 몸통도 잔가지도 예사롭지 않다. 이건 생활보호대상 할머니가 쉽게 살 수 있는 인삼이 아니다. "이거 술 담가 먹어!" "저 인삼주 있어요. 지난번에 경신이가 큰 거 한 병 사다놨어요. 아줌마나 잡수세요." "잔소리까지 말고 먹으라면 먹어!" 하시고는 뒤도 안 돌아 보고 가신다. '에구, 이를 어째. 내가 도대체 누구를 등쳐먹고 사는 거야.' 어제 신협에서 주최하는 놀이에 다녀 오시면서 날 위해 큰 맘 먹고 사오신 거다. 그러지 마시라고 아무리 일러도 '잔소리까지 말라'는 말 밖에 못 듣는다. 요즘은 요양보호사가 아침밥을 해드리는데 얼마전 아침을 같이 먹자는 걸 완강히 거부했더니 아예.. 2023. 4. 20.
나의 아저씨 나의 아저씨. 촌수로 따지면 조카뻘이지만 나보다 15살이나 위시니 아저씨다. 새벽녘에 내 농막앞에 트랙타를 끌고 오셔서 내 밭을 간다. 멘토 아짐이 자신의 생각을 쇳소리나게 주문해도 못들은 체 자신의 생각대로 갈아놓으신다. 시골 노인들은 그렇게 생각과 행동이 충돌하며 하찮은 일로 싸우신다. 내가 보기엔 두분 다 쇠고집 이시다. 갈아엎기 전에 미리 시비해야 해서 삐그덕 거리는 허리를 달래가며 전날 오후 한나절 고생했었다. 쇠고집 아재를 포함해 동네 어르신 세분을 모시고 2주에 한번씩 맛집을 탐방한다. 어르신들은 밥값내는 순서를 정하고 자신의 순서가 되면 각자 자신이 선택한 맛집에 가서 식사를 한다. 물론 운전은 대개 내몫이다. 내가 함께 술을 마실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어서 쇠고집 아재는 나를 다른 사람보다.. 2023. 4. 20.
무항산 무항심이니 곡간부터 채워라 난 시사나 정치를 잘 모를 뿐더러 둔감하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게 있다. '富國强兵'과 '無恒産無恒心'이라는 맹자님 말씀이다. 가난하고 약하면 나라를 지킬수 없고 배고프면 평상심을 가질수 없다는 말이다. 세계사에 조예가 깊진 않지만 제국 멸망의 거의 모든 원인이 부국강병을 소홀히 한데서 왔다는 것쯤은 안다. 국민이 고통받더라도 부국강병 원칙을 뚝심있게 지켜내야 더 큰 고통을 예방할 수 있다. 모든 삶이 그렇듯 부국강병을 위해서라면 때론 자존심도 버릴줄 알아야 한다. 생존이 자존심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존심을 지켜야한다는 말은 내가 살아보니 부분적 정의에 불과하다. 貧國弱兵으로 망한 나라나 개인의 대부분은 잘 나갈 때의 교만이나 알량한 자존심이 그 원인이다. 지도자는.. 2023. 4. 20.
슬기로운 농촌생활 군대에선 예령과 동령이 늘 함께한다. 동령, 즉 어떤 행위의 이행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먼저 예령을 내려 사전에 대비하고 준비하게 하는 것이다. 시골 노인네들 특히 나의 멘토는 예령이 없다. 귀청이 떠나가게 쇳소리를 내며 즉석에서 이행명령을 내리기 일쑤다. 삼일 전에는 새벽같이 밭 갈아엎고 비닐멀칭 보조를 지시하더니 어제는 밭고랑 평탄작업 후 제초제를 뿌리란다. 매사 그런 식이어서 신경이 곤두서고 가끔은 부아가 끓어오르지만 난 맷집이 강한 놈이어서 불평 한마디 내비치지 않고 즉시 이행에 들어갔다. 이십년 넘게 노사관계를 전담하며 얻은 삶의 지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작업한다고 밭 고랑을 이십리는 족히 넘게 걸은 듯하다. 동네 한가운데 있는 밭이라 이사람 저사람 입방아에 오르니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내린.. 2023. 4. 20.
비닐팬티 텐트 봄은 대책없는 충동의 계절이다. 감자밭도 예외는 아니다. 제 구멍으로 얼굴을 내민 녀석들도 있지만 많은 녀석들이 제 구멍 대신 옆구리에 텐트를 치고 있다. 꼭 내 열여덟살 때 아침 새벽 같다. 그 때 같지는 않지만 주책맞게 요즘도 아침을 그 상태로 맞는 경우가 많다. 뭐지? 회춘하나? 봄이라 그런가? 나만 그런가? 남자들이 몇살까지 그러고 사는지 궁금하다. 요즘엔 일교차가 심해 새벽엔 기온이 급강하 한다. 새싹들도 춥고 황량한 세상에 나오기 싫은 거다. 반면 낮엔 온도가 많이 올라 연약한 잎새들이 자칫 타 죽을 수도 있다. 힘들어도 ​도망가지 말고 제 구멍으로 나와 세상과 마주해야 한다. 험한 세상에 겁을 내고 검정 비닐에 텐트를 치고 있는 녀석들을 억지로 세상과 마주하게 해주었다. 이런 놈들은 나중에 .. 2023.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