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1885 20030616 제도는 아무나 만드나 2003. 6. 16(월) 아침 출근길에 7시 40분경 엘리베이터 앞에서 처장님을 만났다. 그는 KNS 차를 타고 출근을 한다. KNS는 인사처 노조 지회위원장인데 88년 경 처장님이 보임부장으로 재직 시절에 직원 인사담당을 했었고 나는 간부 인사담당을 했었다. 85. 4.12일에 우리는 함께 인사처 보임부로 전입했다. 그 인연으로 KNS는 졸지에 노조 위원장이자 출퇴근 전속 기사가 돼 버렸다. 처장님은 근무평정 평정권자와 관련하여 1인평정시 소속분리 평정에 대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방안을 놓고 지난 토요일에 내게 재검토 지시를 하면서 월요일 아침 9시까지 해결방안을 가져오라고 했었다. 출근하자마자 KYB랑 이에 관하여 토론을 벌이는데 8:30분에 정확히 전화벨이 울렸다. 30분간의 토론 동안 KY.. 2022. 1. 28. 20030615 고향여행 그리고 부모님 용돈 2003. 6. 15(일) 아침 일찍 일어나 평택 고향에 내려갔다. 엊그제 지붕 배수구 때문에 어머니의 하소연도 있었고 마침 고향친구 규연이 할머님이 돌아가셨다는 통보도 있었기에 아침 일찍 길을 나선 것이다. 새벽 6시 20분 쯤에 출발했는데 예상대로 길이 별로 막히지 않아 7시 반 경에 봄무들기 옆 백병원에 도착하였다. 아침부터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해 조금 불편했지만 그래서 그런지 나다니는 차가 적어 별 어려움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상을 마치고 장의차량이 장지로 떠날 때까지 시골 친구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다가 집으로 들어갔다. 시골 친구들간 사심 없이 이어지는 대화를 들으면 태고적 냄새가 난다. 아무리 자존심을 건드리는 이야기도 웃어넘긴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 하지만 그 안에.. 2022. 1. 28. 20030614 상사의 신임을 받는만큼 몸은 고되지 2003. 6. 14(토) 어제 마신 술로 아침이 몹시 괴롭다. 양주를 제법 많이 마신 까닭이다. 나는 양주에 무척 약하다. 숙취의 고통 속에 절절매고 있는 와중에 처장님이 부르신다. KYB가 1인 평정 평정권자와 관련하여 보고했는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새다. 당신이 지시한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내가 화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지?”하시면서 내게 계속 짜증 섞인 주문을 하였다. 매사에 내가 개입된다는 것이 내겐 부담스럽지만 그만큼 날 믿는다는 것이고 자기를 대신해서 내가 사전에 모든 걸 정리해 주시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픈 머리를 쥐어 짜내어 내가 다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월요일에 KYB과장이 출근하면 토의해서 다시 정리할 예정이다. **************** 저녁에 테니스를 하기로 했.. 2022. 1. 27. 20030613 꿀꿀해서 또 한잔 2003. 6. 13(금) 오늘은 13일의 금요일이다. 그렇게 간절히 바랐건만 S본부장님이 파리 목숨처럼 너무도 쉽게 날아가 버렸다. 세간의 이야기대로 K사장이 받은 일괄사표 중 H부사장과 S본부장, P본부장의 사표만 산자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선별 수리된 것이다. 사표수리가 결정되자마자 K사장은 이임식을 준비하도록 하였고 마치 자기가 주인공인 듯 나서서 행사를 주도했다. 정말 가증스럽다.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강제해고해 놓고는 태연하게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이 가증스럽고 미웠다. 우리본부장님 이임사는 대부분 내가 적어준 대로 하셨다. 그는 그 특유의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가 쓴 이임사를 빠르게 읽어나가셨다. 그 바람에 내가 의도했던 감성이 조금 퇴색되긴 했지만 많은 직원들의 심.. 2022. 1. 27. 20030612 K사장의 횡포 2003. 6. 12(목) K과장이 가져온 1직급 승격 소요연한 연장 관련 보고서를 전면 수정하여 그에게 다시 주었다. 그의 보고서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 부적절한 어휘 선택은 물론 핵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논리 구성이 매우 빈약하다. 보고서를 처음부터 거의 다 다시 고쳐 주며 L과장과 협의하라고 했다. L과장과 협의하라고 한 이유는 나나 K과장이 Y와 직접 협의할 수 없으니 L과장으로하여금 담당부장인 Y의 협조 사인을 받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 바람에 결국 K과장만 중간에서 어정쩡하게 심리적으로 매우 바빠진 셈이다. 아직도 Y는 제도업무가 자기 업무로 착각하고 있다. 나도 더 이상 나의 업무영역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그냥 자기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서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 2022. 1. 26. 20030611 독립운동 2003. 6. 11(수) 아침 일찍 전무님 방을 찾았다. 전무님이 OO처장님과 함께 말씀 중이셨기에 방을 나온 이후 전무님 방을 찾지 않았다. 아직 산자부장관 결재도 나지 않았는데 이임사를 가져다드린다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오후 3시쯤 되어서 전무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임사를 가지고 내려갔다. 전무님은 읽어보고 나중에 수정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의 수정본에는 내가 넣고 싶은 부루터스의 명연설 부분 전체에 돼지꼬리를 달아놓으셨다. 나는 그걸 보는 순간 “그건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요” 하고 말씀드리자 “그래 니맘 다 알어” 하셨다. 먼저 L과장에게 그 글을 보여주었을 때 L과장도 전무님 스타일에는 안 맞는 이야기이며 어찌 보면 전무님 이미지를 살려서 조용하고 연약한 모습.. 2022. 1. 26. 20030610 정권교체의 희생양 2003. 6. 10 점심식사를 하는데 Y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한다. 우리 전무님의 사표가 곧 수리될 것 같으니 밀려있는 전무님 결재사항이 있으면 실기하지 않도록 빨리빨리 준비하라는 것이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마치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후에 전무님 방에 가고 싶었지만 울음이 터질 것 같아 꾹 참았다. 처장님도 부장회의를 다시 소집하셔서는 우리 전무님은 물론 H부사장, P OO본부장 모두 사표가 수리될 예정임을 말씀해 주셨다. 평소 우리본부와 우리처를 그토록 미워하더니 K사장이 권한을 남용하여 지나친 행패를 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자리를 어떻게든 보전하려고 자신의 책임을 아래로 돌린 채 파리 목숨처럼 날려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번 1직급 발령 .. 2022. 1. 26. 20030609 터미네이터 Y 2003. 6. 9(월) 오늘부터 업무분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Y는 인사제도를 놓지 않으려고 끝까지 발버둥을 치지만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우선 오늘부터는 처장님이 주관하는 아침 부장회의에 똑같이 참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장들에게 아침회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자리에 Y는 자기 과장들하고 갖는 회의석상에 나와 나의 조직으로 분류된 KMR과장 까지 불러들였다. 한참을 듣다 보니 부아가 끓어올랐다. 마침 처장님이 부탁한 자료도 있고 해서 급한 자료를 작성해야 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내 자리로 돌아와 출근과 동시에 처장님이 내게 부탁했던 상임이사 선임과정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난 Y가 왜 자꾸 이러는지 모르겠다. 자꾸 나를 자기 휘하에 넣어놓고 있으려 한다. 언젠가 때가 되면 .. 2022. 1. 25. 20030608 테니스, 영화감상, 독서로 채워진 주말 2003. 6. 8(일) 하남 테니스코트에서 아침 7:30분부터 테니스를 하기로 해 조금 일찍 나갔다. 우리팀 말고 다른 한 팀이 우리가 임대한 테니스장에 고정적으로 나와서 치는데 그들의 실력은 거의 프로급이었다. 나보다 일찍 나온 사람들이 없었으므로 그 팀들이 진행하는 경기를 지켜보았다. 워낙 잘하니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하다. LYJ, PJW, CWS, CYT, HBS가 운동하러 나왔다. 골프연습도 빨리 시작하여야 하는데 K처장과 같이 근무하는 동안엔 영 시간을 낼 수 없을 것 같아 보류하고 있다. 파일구리에서 10things i hate you 영화를 한편 보았다. 미국 중고생의 생활을 그린 코믹드라마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글’을 2권까지 다 읽었다. 2022. 1. 25. 20030607 관점의 차이 2003. 6. 7(토) 하루 종일 영화를 보았다. 오후에는 나가서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보던 영화를 멈출 수 없어 그냥 운동을 포기하고 영화만 본 거다. 전날의 과음 때문에 피곤한 탓도 있다. 아내가 그런 내 모습을 몹시 싫어하는 듯하다. 아이들에게는 컴을 못하게 해 놓고 자기는 하루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영화를 즐기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영화를 컴퓨터로 보는 거구 아이들은 놀이용 게임을 하기 위해서 컴을 사용하는 것이니 서로 질이 다르지 않냐고 해도 그녀는 불만이 가득하다. 차라리 눈에 보이지 않게 밖으로 나가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신과장이 복사해준 CD를 거의 다 보고 파일구리에서 복사한 영화까지 보았다. The ghost ship, c.. 2022. 1. 25. 20030606 R부장 송별식 2003. 6. 6(금) 어제 마신 술이 과하여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났다. 파일구리에 저장했던 영화들을 보기 시작했다. 오후 2시쯤 되었을 무렵에 R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N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다음 주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오늘로 당겨서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N부장님이 필리핀근무를 명받아 출국하는 R부장 송별식을 해주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약속이다. KNS에게 수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셋이서만 만나기로 하고 저녁 6시 반에 길동 전철역에서 만났다. 특별하게 갈 곳을 정하지 않았으므로 먼저 내가 제안했던 대로 자연스럽게 놀부 보쌈집으로 향했다. 거기서 우리는 소주를 꽤 많이 마셨다. 4만 4천원이 청구되었는데 내가 계산하였다. 거기서 나와 다시 맥주를 파는 커피숍에서 맥주를 마.. 2022. 1. 25. 20030605 인사제도의 독립 2003. 6. 5(목) 결국 내 업무분장이 확정되었다. 인사제도 업무가 인사운영으로부터 독립하게 된 것이다. 아침 일찍 어제 야근하며 만들어 놓았던 보고서를 처장님께 가져가니 처장님이 보시고는 문제점에 관한 사항은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하셨다. 사실 그 부분은 그간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정리한 내용이다. 보고서를 수정한 뒤 처장님께 가져다드렸더니 처장님이 그걸 가지고 직접 전무님께 가서 보고를 드린 모양이다. 이후 처장님은 L과장을 불러 업무분장을 지시했고 L과장은 내게 관련 자료를 요청해 왔다. 내가 만든 자료를 이메일로 송신해 주었더니 그걸 가지고 L과장이 결재 시행 품의를 하였고 내게도 협조 사인을 구하러 왔다. 문서에 사인을 하고 조금 지나서 Y에게로 갔다. 우선 그에게 고맙다고 했다... 2022. 1. 24. 20030604 나의 시대를 여는 서막 2003. 6. 4(수) 어제의 공모제 관련 검토서를 처장님께 보고하기 위하여 처장님 방에 가니 처장님이 아직 출근 전이시다. 잠시 기다리는 중에 사장실에서 핫라인 전화가 걸려 왔다. 뭔가 급한 일이 생긴 모양이다. Y를 바이패스한 채 진행하는 보고서여서 혹 그에게 들킬까봐 그의 눈을 피해 얼른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잠시 앉아있으려니 처장님이 나를 호출한다. 가보니 인사이동권 위양과 관련하여 지나치게 하부 위양 했다고 사장이 노발대발했다는 것이다. 하부 위양된 인사권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를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내 자리로 돌아와 Y에게 이 사실을 설명하고 과장들 협조를 구했다. 처장님은 다시 우리를 처장실로 소집하여 그 취지를 설명하였다. 나는 그때부터 곧바로 보고서 작성 작.. 2022. 1. 24. 20030603 또 갈등 2003. 6. 3(화)(맑음) 사내공모제가 말썽을 일으킬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사전에 미리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K처장이 나와 KM과장을 불러놓고 한바탕 불호령이다. “도대체 사내공모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안 되었느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준비해 놓은 검토서를 날름 내밀었다. 그러자 처장님은 그 특유의 습성대로 연필을 휘갈기며 보고서를 고쳐나가기 시작하였다. 처장님이 요구한 대로 보고서를 수정하여 한 부를 먼저 Y에게 주고 처장님에게 가져가니 다시 또 새롭게 고친다. 마지막 결재가 떨어질 때까지 그의 주문은 죽 끓듯 바뀐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항상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 내겐 그리 새삼스럽거나 불만스럽지 않다. 하지만 Y는 자기 의견과 다르다며 어휘가 틀.. 2022. 1. 14. 20030602 몬태나 생맥주집 2003. 6. 2(월)(맑음) 차도 가져왔으므로 일찍 귀가하려는데 퇴근 무렵에 K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이나 같이 하잔다. X와 함께 저녁 먹는 것이 싫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벗어나고 싶었는데 때마침 K이 전화를 한 것이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나는 그를 생맥주집 몬태나로 안내하였다. 몬태나는 마치 미국식 통나무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꾸며놓았는데 우리가 가끔 찾는 집이다. 우리는 골뱅이에 생맥주를 시켜 2000CC씩 마셨다.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KY로부터 전화가 와 ‘체라’에서 만나기로 했다. 가보니 그새 주인이 바뀌어버렸다. 그냥 체라를 나와 K 집 근처에 위치한 K 단골 맥주집으로 갔다. 거기서 맥주 1500CC를 더 마셨다. 물론 메인 안주는 X였다. 2022. 1. 14. 20030601 억울한 내전 2003. 6. 1(일)(맑음) 아침 아홉시 경 콘도를 체크아웃 했다. 노부장은 우리를 위해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돌아 박쏘가리 집으로 안내하였다. (이 코스는 영월에서 충주호로 유입되어 잠시 잠겼다가 목계 보조댐을 통해 남한강으로 흘러가는 강줄기로 최고의 견지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견지낚시를 배운 후 견지꾼들과 가끔 그곳을 다녀왔다.) 여주인장 마음씨도 좋았지만 쏘가리 맛이 일품이었다. 거기서 아점을 마친 뒤 각자 헤어졌다. 노부장님은 우리를 위하여 선물까지 준비해 오셨다. 지점에서 홍보용 사은품으로 만든 헤어드라이어를 하나씩 나누어 주셨다. (그거 20년이 지났는데 지금껏 쓰고 있다. 나는 헤어드라이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데 집사람이 내 농막에 들를 때 사용하려고 가져다 놓았다. 오늘 일기를 정리하.. 2022. 1. 14. 20030531 N부장님 지점장 취임축하 2003. 5. 31(토)(맑음) 토요일은 찾아오는 사람도 별로 없고 전화도 많지 않으므로 나에게는 일하기 안성맞춤인 날이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철저하게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출근하여 계속 컴을 가지고 놀았다. 심지어 영화까지 한 편 보았다. ************** 오늘은 우리가 직원시절 과장으로 모셨던 상사 N부장님의 OO지점장 취임을 축하하기 위하여 옛 電友들이 모이기로 한 날이다. 오후 4시가 되니 약속한 친구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J부장만 전날의 과음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OO대명콘도까지 가면서 조금 막히는 구간이 있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N부장님은 미리 와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선물로 준비해간 Y셔츠와 넥타이를 드렸다. 콘도 앞에 펼쳐진 강과 산들이 너.. 2022. 1. 13. 20030530 기싸움 2003. 5. 30(금) Z가 갑자기 회의를 하자며 과장들을 불러모으며 나도 불렀다. 회의석상에서 처장으로부터 들은 여러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더니 사업소장 업무출장제도와 관련해서 보고서를 누가 어떻게 진행하였는지를 물었다. S가 사장이 결재(✔표시)한 문서를 가져다주었다. 내가 만든 보고서다. 그걸 보더니 내게 버럭 화를 내면서 왜 사전에 자기한테 보고를 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마침 내 핸드폰이 울렸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한바탕 소란이 벌어질 뻔했다. 하마터면 나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뻔했다. S과장을 통해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이 부실해 처장이 짜증을 내며 일부러 나한테 다시 작성해 달라고 한 내용까지 그에게 이야기할 뻔했다. 그러면 그나 S과장이나 모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2022. 1. 13. 20030529 경신이의 깊은 생각 2003. 5.29(목) 오늘은 비교적 조용하게 하루가 지나갔다. 아침 출근과 더불어 아침 인사 겸 엊그제 내게 부탁한 ‘상임이사 유고 시 직무대행에 관한 보고서’의 수정사항도 가져다드릴 겸 처장 방에 들렀다. 出必告 反必面은 직장예절의 기본이다. 어제 온 우편물을 뜯으며 정리하고 계시던 처장님이 왜 왔느냐고 물었다. 아침 문안 인사차 왔노라고 말씀드렸다. 처장님은 “자리를 마련하여야 하는데 영 경황이 없어서...” 하면서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잠시 처장 방을 서성대다가 겸연쩍게 방을 나왔다. 사업소장 업무출장 제도를 부사장님께 보고하고 오라는 지시를 받고 그걸 들고 부사장 실로 가 설명을 드린 후 서류를 가져다 처장님께 가져다드렸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보고서를 들고 사장실에.. 2022. 1. 12. 20030528 피바람 2003. 5. 28(수) 어제 열렸던 징계심사위원회 심의결과는 예상대로 모두 해임이었다. SY부장, KY과장, LP과장, LC과장 등 4명이 해임처분 되고 OO처 KY부장은 심의 연기 되었다. KY부장은 그날 충격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어 징계심사위원회에 출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어제 같이 심의를 받았다면 당연히 해임처분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큰 피바람이 불어올지 모른다. 직원들 사기가 말이 아니다. K사장은 장관이라는 목적지에 가기 위한 간이역으로 우리회사 사장자리에 잠시 들렀을 뿐이다. 그래서 목적지 안착에 방해가 되는 일은 가차 없이 쳐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번 일을 처리하고 있는 듯하다. 처장님이 저녁 퇴근 무렵 우리 사무실에 나타났다. ‘앞으로 회사 반경 1km.. 2022. 1. 12. 20030527 아파트 계약 2003. 5. 27(화) 오늘 10시부터 징계심사위원회가 열렸다. OO기획 금품수수 관련자에 대한 징계심사다. 사장은 서슬이 시퍼래서 펄펄 뛰며 자신이 살기 위해 여럿을 죽이려는 듯하다. OO처 부장 이상 전 직원에 대하여 먼저 무보직 발령을 냈었다. 이어 금품수수 관련자에 대하여 중징계를 내리려는 듯하다. 지금까지의 기세로 보아 모두 해임처분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징계심사위원회가 열리는 동안 잠시 짬을 내어 당첨된 아파트 계약을 하러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으로 10시 무렵 막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처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S과장이 만들어준 보고서가 맘에 안 드니 내게 다시 만들어 달란다. 사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문서이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다. 보아하니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2022. 1. 11. 20030526 기억할 수 없는 순간들 2003. 5. 26(월) KY에게 엊그제 마신 술에 대해 물었다. 생맥주 한 잔이 아니라 3잔을 마셨단다. 완전히 맛이 가서는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을 보인 모양이다. 그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곧바로 이야기하지 않고 농담조로 내게 취조 해 볼 일이 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서 내가 심한 실수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22. 1. 11. 20030525 문상 2003. 5. 25(일) 어제 마신 술로 속이 완전히 뒤집혀 있는데 와이프가 애들과 같이 하남에 있는 오리고기집에 가서 점심을 먹잔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다음으로 미루었다. 대신 아산 중앙병원에 문상을 다녀왔다. H부처장 부인이 뇌종양을 앓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그녀의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H부처장이 동향이어서 명절에도 함께 어울려 고향을 다녀오곤 했었기 때문이다. 때론 그의 집에서 그녀가 차려주는 술상을 받기도 했었다. **************** 그래도 점심은 먹어야겠기에 속을 달래기 위해 동네 앞 칼국수 집에 들렀다. 새로 생긴 집이어서 그동안 한번 가보고 싶었던 집이다. 바지락과 생새우를 넣어 끓인 칼국수에 맛보기로 열무 보리밥까지 주는데 맛이 괜찮으면서 값도 무.. 2022. 1. 11. 20030524 가끔씩 술바가지도 쓴다 2003. 5. 24(토) 아침부터 예견되었던 대학살이 시작되었다. 인쇄물 사건과 관련해 OO처장을 비롯해서 OO처 부장 모두 무보직 처분했다. 나는 이와 관련된 근거 규정을 정리해 사장에게 올렸다. P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옛 상사였던 K처장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는 것이다. 강동의 일식집 대명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쪽 지역 고위층 인사들이 애용한다는 가성비 높은 일식집이다. 막상 가보니 K처장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분은 유난히 자존감이 강해 적어도 1주일 전에 약속을 정하지 않으면 약속을 잡기가 어려운 분이다. 지금 OO발전에 가 계신데 옛 부하직원들의 초청에 응해주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직도 어깨에 힘을 주고 계신 듯해 씁쓸했다. 덕분에 KM과장과 P부장 나 셋이서 술을 엄청 많이 .. 2022. 1. 11. 20030523 그 때 그 판단이 옳았을까? 2003. 5. 23(금) 비상임이사 간담회가 끝나고 처장님 전무님이 모두 이사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무역회관으로 갔다. 덕분에 오늘 저녁은 윗사람으로부터 해방이다. KD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소주 한잔 하자고 했다. O 부장도 나중에 우리 자리에 합류했다. 한참 술잔을 나누는 중에 L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어 전화를 했단다. 처장님이 옆에 계시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잠시 후 처장님께 전화를 하니 NYX에 있단다. KD과장과 함께 거기로 갔다. 행사를 마치고 L과장을 비롯해서 OO팀 과장들이 모두 그 자리에 있었다. 그들과 함께 어울려 술을 마셨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양주를 7병이나 마셨다고 한다. 처장님은 술이 떡이 되어있었다. 술집 밖으로 나오니 처장님이 아.. 2022. 1. 11. 20030522 아파트 당첨 2003. 5. 22(목) 사건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L부장은 계속 이틀째 경찰서 유치장에서 못 나오고 수사를 받고 있다. 함께 근무하는 여직원 L에게 전화 했더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몹시 안타까워했다. 아무 일 없이 잘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 아침 일찍 출근했는데 핸드폰에서 문자 메시지 신호음이 울렸다. 열어보니 지난번에 신청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이 되었다는 내용의 문자다. 인터넷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정말로 내가 청약에 당첨이 되었다. 0102동 0205호에 당첨이 된 것이다. 정말 신이 났다. 그런데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그렇게 될 걸 확신하고 있었다. 사실 아파트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 4억 8000만원이나 되니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2022. 1. 10. 20030521 인쇄물 사건 2003. 5. 21(수 : 맑음) 비상임이사 설명자료는 일단락되어 처장님이 전무님께 보고하고 전무님 요구에 따라 보고서를 절반 정도 더 줄이는 선에서 끝이 났다. 처장님은 그걸 부탁하면서 내게 많이 미안해했고 나는 흔쾌히 받아들여 원하는 자료를 정리해 드렸다. *************** 오늘은 대형사고가 터졌다. 우리 회사에 출입하는 작은 인쇄업체 OO기획에서 경리를 보던 여직원이 공금을 횡령하여 달아났다 붙잡혔는데 그녀의 장부에서 우리 직원들에게 그동안 상납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내용이 나온 것이다. 경찰에서 임의동행 식으로 직원들을 줄줄이 연행해 가고 서류를 몽땅 봉인하고 가져가 버린 것이다. 거기 걸려든 직원들 숫자가 무려 20명이나 되었다. 대부분 10만원 내지 20만원 정도의 수준이다. 그러.. 2022. 1. 10. 20030520 마음 속 갈등들 2003. 5. 20(화) 아침에 처장님 방에서 갑작스런 회의가 소집되었다. 처장님 주특기가 나온 거다. 그는 마음에 안 들면 모두 집합시켜 큰소리로 싸잡아 혼을 낸다. 내가 직원 시절 그로부터 질리도록 당했던 푸닥거리다. 비상임이사 간담회 준비자료의 내용이 부실한 것을 원인으로 삼았다. OO부장은 같은 연배에다 부사장 동기여서 대놓고 직접 혼낼 수는 없기에 담당과장인 L과장과 다른 부장들을 모두 소집한 거다. 한 30여분 단체기합을 받았다. 처장님 훈시가 거의 끝나갈 무렵 내가 처장님께 먼저 양해를 구하고 일어섰다. 마침 회의 소집 직전에 전무님으로부터 어제 행동지침을 자회사에 내려 보냈는지를 묻는 전화가 왔었기 때문이다. 전무님께 긴급히 보고해야 할 내용이 있어 잠깐 보고를 하고 오겠다고 하면서 경색.. 2022. 1. 10. 20030519 이놈의 전두엽 2003. 5. 19(월) 아침 일찍 전무님이 ‘청렴도 제고를 위한 행동규범’을 들고 사장 방에 들어가 결재를 받아왔다. 처장님은 그걸 들고 또 유난을 떨기 시작하셨다. 세 부를 복사해 달라는 주문과 더불어 결재 간인을 찍지 말고 오탈자 확인부터 먼저 하란다. 전무 방에서 올라오자마자 3부를 복사해 S과장과 KM과장에게 나누어주고 오탈자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사장 결재 간인을 미룬 것은 중간에 사장 수정사항이 발생할지 모르니 만일 사장이 수정한다면 그걸 반영한 후에 간인을 받겠다는 생각에서인 듯하다. 그 바람에 내가 만든 자료를 구하려는 여러 사람에게서 욕을 먹었다. 처장님은 ‘자회사에도 어떻게 보낼 것인지 확인하고 어쩌구...’ 하면서 알아듣기 어려운 업무지시도 했다. 그냥 간단하게 “관련부서와 협의.. 2022. 1. 10. 20030518 애들 아빠의 새 결심 2003. 5. 18(일) 아침 일찍 일어나 일기를 정리했다. 7시 30분부터 테니스가 시작되기에 아침식사로 계란 2개를 프라이 해서 먹고 하남고등학교 테니스장엘 갔다. 나를 포함해서 6명이 모였다. 이 하남 테니스회 모임은 이제 더 이상 이어지기가 어려울 성싶다. 점점 테니스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눈에 보일 만큼 회원들의 참여나 열의가 부족하다. 3게임을 하고 함께 라면을 먹은 후 집으로 돌아왔다. 잠시 눈을 붙인 후 컴퓨터 앞에 앉아 밀린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요즈음 프리챌에서 한미 카드를 사용하는 골드회원에게 파일 구리를 무한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주고 있어 컴으로 영어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파일구리로 영화를 다운로드 받은 후 공부가 끝나면 다운 받은 영화를 본다. 그렇게 본 아이덴티티(the b.. 2022. 1. 7. 이전 1 ··· 52 53 54 55 56 57 58 ··· 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