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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분자 페친 한 분이 잠시 쉬신다며 잠수를 타셨다. 페친분들이 너무 많이 성원해주셔서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워 잠시 쉬신단다. 글도 잘 쓰시고 사진도 잘 찍으시는 분이다. 더 잘 쓰고 더 잘 찍고 싶은데 그러려니 마음에 부담이 많이 가셨던 듯하다. 얼핏 우리가 pet dog을 소유한 듯싶지만 개가 우리 머리 꼭대기에 앉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난 '더도 말고 덜도 말고'란 말을 좋아한다. '과유불급'이란 말도 마음에 담고 산다. 그래서 페북 포스팅도 일주일에 하나 정도 올리는걸 원칙으로 삼고있다. 회색분자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지만 회색은 검은 색과 흰색을 한데 버무린 새로운 색일 뿐이다. 달도 차면 기울고 해바라기도 영글면 기운다. 그런데 딱 한가지, '사랑' 만큼은 과해도 괜찮다. 오늘도 사랑하러 서울간.. 2023. 4. 21.
참을수 없는 인간의 가벼움 추수를 앞둔 벼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지난 태풍에 농부들은 밤잠을 설치며 벼들이 무사하길 빌었습니다. 하룻밤새 일년 농사를 모두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실은 농부보다 벼들이 더 마음 졸였을 겁니다. 다행히 우리동네는 태풍이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벼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사람들은 다시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지나간 태풍을 경멸하며 공연히 유난을 떨었다고 합니다. 생각으로 존재하는 인간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고개숙인 벼와 매우 대조적입니다. 모든 공감: 131회원님, 오치윤, 우인섭 및 외 128명 2023. 4. 21.
노인을 공경해야하는 이유 노인을 공경해야하는 이유. 모두들 자신이 겪어온 역경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 합니다. 술취한 젊은이들이 군대얘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 있지 않을까요? 어제 영화를 한 편 봤습니다. 어린아이가 학교 연극 중에 이런 대사를 읊조립니다. '가장 나이든 사람이 가장 많이 참아낸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효율 좋은 농산물이 어떤 종일까요? 제 생각엔 한알의 씨앗에서 가장 많은 알곡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바로 이 해바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걸 실패없이 경작하면 전 아마 몇년 안에 최고의 부자가 되어 있을 겁니다. 지난해는 겨우 6배로 늘어나는 6쪽 마늘을 심었었는데 그것도 풀한테 져 실패했지만 이놈은 어떤 풀보다 키도 커서 풀도 이겨내고 수백배의 수확이 보장될 듯합니다. 모든 공감: 121회원님, .. 2023. 4. 21.
구렁이 같은 놈 왜 음흉한 놈을 구렁이 같은 놈이라 할까? 오늘 귀신이 곡할 노릇을 경험했다. 노인회장님이 점심을 사주신다고 해 나가던 길에 잠시 닭장에 들렀다. 우리 꼬꼬들이 아침마다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는데 가성비는 사실 사료값 대비 마이너스다. 매일 낳는 계란 숫자가 암탉 숫자보다 훨씬 못 미치는 데에다 그것도 여자들 맘 처럼 들쑥날쑥한다. 그러려니 하고 지내다가 오늘 그 원인을 알아냈다. 지난번 병아리가 초토화된 이유도 아랫집 씨바견이 아니고 이놈 짓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알을 꺼내려고 항아리 안에 손을 들이 밀다가 기겁을 했다. 능구렁이 한마리가 점잖게 내 알을 껴안은 채 똬리를 틀고 있는게 아닌가! 얼른 막대기를 구해 툭! 하고 몸통을 건드렸다. 놈이 대가리를 항아리 밖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 머리를 내리쳤다.. 2023. 4. 21.
고구마 먹을 때도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다른 농산물도 그렇지만 고구마를 먹을 때도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게 탄생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주 예초기를 메고 고구마 줄기를 쳐낼 때도 팔에 느껴지는 진동이 남아 숟가락을 들기 힘들었었다. 어제는 비닐을 거둬내고 고구마를 캐는데 오전 내내 한고랑 반밖에 못 캤다. 꾀를 내어 로타리삽을 이용해 캤는데도 그정도 밖에 못캤다. 그것도 시로도라 상품가치가 있는 것들만 골라서 상처를 낸다. 고구마를 샀는데 혹 작은 상처가 나 있다면 욕하기 전에 상처낸 농부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를 이해해야 한다. 열심히 일한 내게 근사한 밥상을 차려줄 사람도 없으니 근처 함바집을 찾아 점심을 먹으며 소주 한 병 곁들였다. 농부는 술힘으로 일한다는 이야기는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다. 술김에 한줄 더 캐.. 2023. 4. 21.
20050521 이러는 나를 나쁘다고 하겠지 2005.5.21(토) 아침에 잠에서 깨었는데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었다. 다른 날과 다르게 아침 7시가 다 되어 잠이 깨었지만 술이 깨지 않고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테니스장에 나갔지만 평소와 달리 아무리 뛰어도 땀이 나지 않았다. 4게임을 억지로 힘들게 했다. 동료들과 아점을 같이 먹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이들과 영화를 한편 같이 보고 싶어 곰플레이어에서 cellular를 열고 스피커를 연결하였다. 호신이는 얼른 달라붙어 영화에 몰입하였지만 경신이는 책을 읽는다며 제방에 앉아있다. 그러나 녀석은 얼마 안 있어 책은 커녕 의자에 앉아 잠을 자고 있다. 여러번 고개를 떨구며 조는 듯 하더니 결국 침대에 무너지고 만다. 그녀석은 그렇게 하루 종일 잠을 잔다. 도대체가 무엇을 이루겠다는 생각도 공부를 해야하.. 2023. 4. 21.
20050519 L선배님과 함께 저녁식사 2005.5.19(금) J처장에게 보고를 하려다가 결국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처장이 오후 3시가 채 되기 전에 행자부에 나갔다가 다섯 시 경에 들어와서는 AMP과정 학교에서 행사가 있다며 오자마자 부지런히 학교로 가버려 결국 보고타임을 놓치게 된 것이다. LYH지점장님이 오셔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갔다. 오리집 배나무골에 자리가 없다고 해서 개탕집 안동댁으로 갔다. 주인 아주머니가 유머를 섞어가며 어찌나 수다를 잘떠는지 당할 사람이 없다. 그녀의 걸죽한 너스레를 듣다가 어찌어찌 슬금슬금 삼켜 넘긴 소주잔이 도를 지나쳤는지 엄청 취해 올라왔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갑자기 취기가 몰려왔다. 내가 대접해드리고 싶었는데 L지점장은 당신이 내시겠다고 끝까지 고집하셔서 결국 대접을 받고 말았다. 직원들이 잡아주.. 2023. 4. 21.
하늘바다엔 우영우 고래가 지난번 우리지역 노인회에서 주문진으로 야유회를 갔었어요. 깍두기 자격으로 꼽사리 껴 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하늘이 바다로 변해 있더군요. 하늘바다엔 ‘우영우’에게 나타났던 고래가 다른 물고기들과 함께 놀고 있었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된 듯합니다. 나이 들면 다시 어린애가 된다더니 이러다 진짜 이상해질 듯... 모든 공감: 129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26명 2023. 4. 20.
망나니 농부의 변 망나니 농부의 변 감당못할 짐을 걺어진 채 등신불 같은 표정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듯하여 해바라기를 참수했다.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모습보니 섬짓하고 안스럽지만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겪어야할 숙명이니 내년에 새생명으로 태어나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자. 모든 공감: 107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04명 2023. 4. 20.
여보! 나 백살 넘어살면 어떡하지? 여보! 나 백살 넘어살면 어떡하지? 이거 금방 나혼자 다 먹었어. 신선만 먹는다는 영지버섯준데. 그러니 당신도 잘먹고 잘살어. 나보다 오래 살아야잖아야. 모든 공감: 118회원님, 우인섭, 안명진 및 외 115명 2023. 4. 20.
가을은 망나니 계절이다 엊그제 들깨를 베었다. 농부에게 가을은 망나니 계절이다. 어떤 놈은 목을 치고, 어떤 놈은 허리아래를 잘라버리고, 어떤 놈은 아예 뿌리째 뽑아버려야 한다. 다행히 어릴때 소 꼴을 베어 본 경험이 있어 낫질에 익숙하다. 그래도 오후 한나절 내내 걸려서야 들깨 베기 작업을 마쳤다. 협착증 환자에겐 무리지만 즐겁게 일했다. 풀과의 전쟁에서 완패한 직후에 심은 들깨라 결기가 지나쳐 과다투약했는지 심어논 들깨마져 비실비실 자빠져버려 보식까지 했는데도 엉망으로 자랐다. 고구마도 그렇고 들깨도 그렇고 앞으론 절대 보식하지 않으리. 농사는 하늘이 짓는거다. 비실비실 죽는 데도 다 뜻이 있으니 그 뜻을 거슬러 보식할 필요가 없다는 걸 체득했다. 그래도 마지막 까지 잘 관리해 멘토아짐에게 막걸리 값이라도 보태드려야겠다. .. 2023. 4. 20.
이년이 미쳐도 아주 단디 미친 년이다 이년이 미쳐도 아주 단디 미친 년이다. 금년에 두 번이나 병아리를 까냈는데 이번에 또 품고 있다. 첫배에서 구사일생으로 9마리 중 한 마리만 살아남았는데...젠장, 그놈 숫놈이다. 두 번째는 8마리 중 두 마리만 살아남았는데 이놈들 중 한 마리는 또 확실히 숫놈이다. 미안하지만 숫놈은 인위적 도태를 요한다. 시도 때도 없이 싫다는 암탉 대가리를 쪼아 올라타느라 소중한 암탉들 대가리고 등이고 죄다 까놓기 때문이다. 주인을 닮았는지 곰탱이 어미닭이 이번에 또 알을 품기에 수차 둥지에서 밀어냈지만 아예 작정을 하고 나를 쪼아대며 달려들어 치열하게 품기에 계란 열개를 넣어주었더니 세번째 부화가 지금 시작되고 있다.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이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미련한 수탉 두마리는 병아리도 제대로 지켜주지 .. 2023. 4. 20.
고기 안 싸다 준다 이 씨바야! 이놈들 모두 순식간에 증발했다. 부화해 일주일도 넘기지 못하고 몽땅 휴거된 듯하다. 씨바견이 퉁퉁 불은 젖을 흔들며 내게로 온다. 나를 보는 미소 띈 얼굴에 비열함이 가득하다. 꼬리치며 다가와 내게 먹을 걸 구걸하지만 앞으론 너한테 먹다 남는 고기안주 절대 안 싸다 줄거다 이 씨바야! 하면서도...., 고놈 젖통에 매달린 여섯 마리 강쥐들 생각에 머리를 쓰다듬고 젖통을 주물러주며 네가 참 개고생을 하는구나.....했다. 때론 포기가 답인 노답의 시골살이. Watch 동영상 더 보기 다시 보기 공유 모든 공감: 69회원님, 오치윤, 우인섭 및 외 66명 2023. 4. 20.
해외연수도 다녀오고 여기는 인구 16만의 다낭 땀끼시. 평택시와 상호 우호교류협약을 맺은 도시다. 어젯밤엔 샤워를 제대로 못했는데 이곳 호텔 욕실 온수 사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온수버튼이 화장실 입구 안쪽 벽면에 설치되어 있고 그걸 켜야 온수가 나온다는걸 모르고 공연스레 프론트에 전화를 걸어 사람을 오라가라 했다. 이젠 나도 촉이 많이 무뎌진 듯하다. 호텔 조식 부페 조리통 중에 ostrich 가 있는 걸 확인하고 가져다가 먹으니 쫄깃한게 소고기 못지 않다. 한참 영어공부하던 어린 시절에 cnn뉴스에서 타조고기가 가금류중 유일한 red meat라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어 꼭 먹어보고 싶었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해 많은 사람들이 맛보게 하였다. 식사 후에 밖에 나갔더니 아직 7시도 되기 전인데 오토바이 부대가 .. 2023. 4. 20.
은행알 안주 비싸다고 하지마시라 요즘 시급이 얼만지 모르겠다. 은행이 지천으로 떨어졌는데 쪼그리고 앉아 한시간 꼬박 주워봐야 이거 한통 줍는다. 이걸 물에 담가 썩힌 다음 껍질을 까내는 작업도 비슷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술집에서 은행 알 몇개 꿰어 만원 넘게 안주값을 청구하더라도 군소리 마시라. 난 시급도 못받으며 이짓 왜하나 몰라. 농촌에 젊은이가 없는 이유를 알겠다. 모든 공감: 124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21명 2023. 4. 20.
망고하고 비교가 안되는 우리 감 동남아 가면 망고부터 찾는다. 이국적인 단 맛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실상 우리나라 감 보다 단 과일은 세상에 없다. 우리 농막 앞 감은 감이 아니라 꿀이다. 그런데 감을 탐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연시가 바닥을 더럽힐 정도다. 아랫집 동생이 따먹으라고 해 한접 가까이 감을 따다 농막에 놓고 익을 때마다 매일 한두개씩 먹었는데 어제 다 먹었다. 올겨울 감기걱정은 안해도 될 듯하다. 해마다 가을 먹거리는 이렇게 풍성한데 사람들 마음은 점점 가난해지기만 하니... 모든 공감: 138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35명 2023. 4. 20.
수퍼오닝 대학 체험농업과 졸업 86년 대학원 졸업때 써본 사각모자를 36년만에 다시 써봤다. 어떻게 하면 시골살이에 연착륙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친구 권유로 평택시 슈퍼오닝농업대학 체험농업과에 입학했는데 엊그제 졸업했다. 덕분에 다양한 분야의 많은 학우들과 교분을 쌓게 되었다. 이분들과 앞으로 계속 삶과 농사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살 생각이다. 이른바 '세달시 15분'(세상을 달리보는 시간 15분)을 통해 보다 현명한 삶의 방식을 함께 찾아보고자 한다. 우리과 학우 따님이 과자로 졸업메달을 만들어주었다. 이보다 달콤하고 아름다운 메달은 없을 것 같다. 모든 공감: 204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201명 2023. 4. 20.
가끔씩 서울 나들이 오늘 서울 간다. 내일 아침부터 내가 존경하는 박정기사장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분이 우릴 84. 2월에 공개경쟁으로 처음 뽑으셨다. 그 이전까지는 주로 대학장 추천에 의한 전형채용방식을 택했었다. 그래서 우리동기가 다른 추천전형 선후배에 비해 좀 드센 편이다. 내가 그분을 존경하는 이유는 두가지. 하나는 국가관이 투철하신 만큼 회사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기 때문이다. 사옥을 짓든 직원을 뽑든 항상 백년 앞을 내다보라고 말씀 하시며 이를 실천하셨다. 아울러 직원들 봉급이 적다고 두 호봉이나 전직원 특별승호를 해주어 엄청난 금전적 특혜까지 받았다. 지금은 감히 엄두도 못낼 일이다. 그러니 그분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수 없다. 거기에 덤하여 오늘 저녁엔 서울서 사랑하는 멘티랑 식사를 같이 하.. 2023. 4. 20.
박정희 대통령 같은 우리들의 영웅 박정기 사장 내가 신입사원때 만난 박정기 사장님을 어제 세미나에서 다시 만났다. 참석자 중 한 분이 사장님께 물었다. "한전이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없을까요?" 박사장님은 일고의 지체없이 구조조정을 다시해야 한다고 즉답하셨다.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것은 전정부 탈원전 정책 이전에 한전을 토막내어 분사시킨 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보신 거다. 어렵지만 통합에서 답을 구해야 한다고 하신다. 한전 사장으로 임명되기 전 한국중공업 사장으로 14개월 근무하셨는데 집에 들어가 자 본 적이 딱 두번 밖에 없단다. 회사에서 먹고 자며 회사 회생방안에 골몰하셨는데 8개월차에 5억불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리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단다. 그분은 얼마전 타계하신 이나모리 가즈오를 좋아하신다고 .. 2023. 4. 20.
별것도 아닌 성공하려다 공연히 죽을뻔했다. 오늘 2004년 일기를 정리하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2시간씩 운동하여야 하고, 책 한 권은 읽어야 하며, 폭탄주 7잔을 마셔야 한다는 제언을 접했다. 그만큼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하며, 치열한 자기계발 노력은 물론, 대인관계도 철저하여야 한다는 교훈이다. 18년이 지난 지금에 되돌아보니 그렇게 안하고 성공 안한게 다행이다. 별것도 아닌 거 하려다가 공연히 죽을 뻔했다. 모든 공감: 105회원님, 오치윤, 김우현 및 외 102명 2023. 4. 20.
나의 월드컵 난 이게 월드컵처럼 보인다. 이건 내게 실은 월드컵에 못지않은 가치가 있다. 철마다 내 주위에서 나는 것들로 담금주를 담는데 그 담금주용 소주가 담겨있던 용기에 서리태를 담은 거다. 담금주는 아침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식사할 때마다 반주로 두세 잔씩 마신다. 농촌에선 버릴 게 별로 없다. 이 소주 용기도 내가 월드컵으로 착각할 만큼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지난번 텃밭에 심은 서리태를 멘토아짐이 매일 오매가매 조금씩 타작하더니 나 먹으라고 농막 문 앞에 한 말을 가져다 놓으셨다. 내가 늙은 말보다 콩을 좋아한다는 걸 아시기 때문이다. 그걸 월드컵처럼 생긴 이 소주 용기에 담으니 내겐 월드컵보다 더 가치 있게 여겨질 수밖에. 이거면 일년내내 먹고도 남는다. 요즘은 지난봄에 담은 복분자주를 반주로 이 콩밥을 .. 2023. 4. 20.
아낌없이 주는 나의 사랑 나의 감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의 사랑 나의 감나무. 가을엔 새빨간 홍시로 나와 몸을 섞더니 겨울엔 눈꽃단장으로 나를 유혹합니다. 모든 공감: 154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51명 2023. 4. 20.
내 낚시친구 사이버 준 내겐 아주 특별한 낚시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침향같이 안으로 꽉 채워진 보석입니다. 손이 얼마나 매서운지 맥가이버는 저리가라 입니다. 견지 낚시대를 만들면 얼마나 정교한지 피라미 숨소리까지 감지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견지대를 만들수 있는 오타쿠입니다. (하여간 낚시꾼 뻥은 알아줘야 합니다.) 그런 그가 가끔 귀한 술을 담급니다. 그런데 정작 그는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십니다. 언제나 말 없이 자기만의 특별한 그 무엇에 빠져 혼자 놉니다. 십여년 전 그가 군 시절에 캐서 담갔다는 수십년 된 더덕주를 두고두고 조금씩 나혼자 다 먹었던 적도 있습니다. 미쿡 시민권자이고 진정한 오타쿠여서 얼마 전 이 나이에도 미쿡에서 쉽게 취업해 그동안 꿈꿔오던 농장이 딸린 하우스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번 볼 일 있어.. 2023. 4. 20.
소라게 시사문제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시는 분들을 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나는 사실 시사에 관한 내 이야기를 하고싶어도 능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용기가 없어 못한다. 그 많은 분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아우를 수 있는 생각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사회는 자칫 잘못하다간 내 생각과 다르다고 마녀사냥 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진짜 생각 보단 고장난 레코드판을 튀는 가짜 생각만 되풀이하다보니 생각의 진화나 진보는 불가능하다. 내가 진심으로 내 생각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 어느새 갈라치기 당하며 다름을 나쁨으로 몰아세울지 몰라 두렵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껍질이나 시스템은 언젠가 나를 파멸로 이르게 할 것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나는 소라게처럼 그 안에 머물려 한다. 바닷가엔 이미 게가.. 2023. 4. 20.
살아있다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야 이 작은 나뭇가지 안에 온 세상이 들어있습니다. 새봄에 피울 꽃과 잎의 망울 아래 생명수도 보석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오늘은 비가 나무를 적셔주고 바람이 흔들고 지나간 가지에 새들이 몰려와 한바탕 노래를 부릅니다. 나무는 이렇게 땅으로 하늘로 세상만물과 교감하며 연결되어 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서로 이타적 사랑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해요. 모든 공감: 120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17명 2023. 4. 20.
그대의 향기로 꽃눈에 봄물 올라와 엊그제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10년전 제가 경기본부에 근무하던 시절에 만났던 여직원이 보내준 선물입니다. 어느날 문득 내 생각이 났다며 보냈습니다. '실장님~ 오랫만에 인사 드려요.. 잘 지내시져?? 전 덕분에 아직도 전략경영부에서 직장생활 하고 있습니다.. 실장님 늘 건강 하시고 행복하세여~' 덕분에 하루를 살아도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며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함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이타적 사랑은 우리가 죽는 날까지 실천해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인 듯합니다. 왜냐하면 인간만 서로 배신하고 뒷담화하며 뒤통수치고 죽을 때까지 이기려하기 때문입니다. 향아, 고마워! 그대의 따뜻한 향기로 맹추위가 물러나고 꽃눈에 봄물이 올라오고 있어. 모든 공감: 152회원님, 오치윤, 우인섭 및 외 149명 2023. 4. 20.
농부들 심신단련법 여기는 오성 테니스 코트.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맹 추위 속에서도 농촌 늙은이들은 이렇게 시간 가는줄 모르고 밤늦도록 깔깔거리며 테니스장을 누빈다. 대부분 농부들이라 낮에는 일해야 해서 밤에만 이렇게 도깨비처럼 모여 왁자지껄이다. 가끔 붕어나 닭 따위를 잡아다 조림해놓고 막걸리도 한두잔씩 마셔가며 운동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 있어 눈이 아무리 와도 순식간에 걷어내고 언 땅도 화염방사기로 녹여가며 운동한다. 이 운동장은 평택시에서 시민건강을 위해 마련해준 체육시설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실내외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다. 테니스 회원은 나 포함해 29명인데 나보다 10살 위부터 20여살 아래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고 대부분 동네 토박이 선후배들이어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모르긴 해도 .. 2023. 4. 20.
촐랭이 촐랭이. 그녀와 6년째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다. 워낙 새침데기여서 첫 만남부터 심하게 거부되었었다. 내가 그집 앞을 지날 때마다 그녀는 삐그덕 거리는 대문 밖으로 머리만 내민 채 사납게 짖어댔었다. 자주 보며 어르고 달래 조금 친해지자 먼발치에서 날 보면 살살살랑 꼬리를 흔들어주지만 절대 제 몸 더듬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개 치고는 나름 지조가 있는 년이다. 풍산이랑 부부생활하며 금슬이 좋았는데 풍산이 떠난 후 못된 씨바년을 만나 한바탕 개싸움에 참패한 이후 풀이 많이 죽었다. 여우 씨바년이 개쌈에서 이긴 이후 몸에 살되는 것들은 몽땅 독차지해 그년은 개가 아니라 돼지가 돼버렸다. 그 야리한 몸매로 이번에 촐랭이가 또 새끼를 낳았다. 사람 나이로 치면 60대도 넘은 듯한데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 2023. 4. 20.
이반일리치의 죽음과 삼촌의 죽음 이반일리치의 죽음과 삼촌의 죽음. 엊그제 삼촌이 돌아가셔서 사흘간 빈소를 지켰다. 톨스토이는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마지막 죽어가는 순간에 마음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를 리얼하게 묘사했다. 죽은 사람에게 장례식만큼 중요한 사건은 없다. 하지만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 입장에서 보는 당사자의 죽음은 '그저 조금 품위가 떨어지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소설 속 관점) 그런데 그 '품위'란 것이 실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추구해왔던 '호랑이 가죽'이라는 아이러니가 성립한다. 이기적 유전자가 만들어 낸 내로남불은 그래서 함부로 쉽게 내뱉을 수 없는 말이다. 이반일리치가 죽을 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쁘로쁘스찌'(보내줘)였다. 하지만 회개의 끝에 그가 진정으로 하고싶었던 말은 '쁘로스찌'(용서해줘)였다. 소.. 2023. 4. 20.
사랑은 미친짓이라고? 오늘 아침 닭들에게 모이를 주었다. 모이통 주변에 닭들이 몰려드는데 대왕수탉이 제가 먼저 먹는 게 아니고 암탉들이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경계근무를 선다. 수탉질을 처음 시작한 새끼수탉이 모이통에 달려들면 그자리에서 아작이 난다. '사랑은 미친 짓'이라며 사랑의 지향은 '완성'이 아니라 '좌절이나 파멸'이라고 말씀하신 분이 계시다. 남여간의 사랑은 대부분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난다. '다시 태어나도 너를 선택할 것' 이라며 스스로 '죽을 때까지 잉꼬부부'임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대부분 거짓이거나 희귀종일 뿐이다. 제도의 속박 아래 어쩔수 없이 제도가 요구하는대로 '그런 척' 하는 것일 게다. 노년엔 쪼글쪼글한 할망구 또는 할배에게서 거울에 비친 불쌍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동정하며 그걸 사랑이.. 2023.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