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192 농막에서 영화 한 편(콜리니 케이스) 어제 영화 '콜리니 케이스'를 보았습니다. 정말 대단한 작품입니다. 인문학 특히 법학도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입니다. 내가 독일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대로 드러나는 정말 독일스러운 영화입니다. 왜 독일이 철학의 본고장이고 대륙법의 중심이 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합리적 결단을 내릴 줄 아는 독일인들의 국민성이 그대로 드러나더군요. 일본이 많이 보고 배워야 할 영화입니다. 이태리를 점령한 독일군에게 빨치산이 폭탄을 던져 독일군 2명이 사망하자 나치가 관련자를 색출해 그 10배인 20명을 즉결심판으로 사살했고 현장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아들이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최근에 그 사건을 진두지휘했던 나치 장교를 찾아가 같은 방법으로 사살하고 자수한 사건.. 2023. 4. 22. 파 파. 봄이 얼매나 무순동 아나? 어젯밤 라면 끼리묵을라꼬 파 한덩이 뽑아 씻어 놨제. 오늘 아침에 보니 모다 대가리를 하늘 꼭대기까지 힘껏 뻣치고 있더라고! 음메 독거노인 기죽어! 모든 공감: 85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82명 댓글 31개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댓글 더 보기 2023. 4. 22. 개짖는 소리가 평화롭게 울리는이른 봄 짧은 한낮 하늘에게 소중한 건 별입니다 땅에게 소중한 건 꽃입니다 나에게 소중한 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입니다 내가 힘들어 지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개짖는 소리가 평화롭게 울리는 이른 봄 짧은 한낮 모든 공감: 123신창수, 오치윤 및 외 121명 2023. 4. 22. 완벽하게 상대방 안에 머무는게 사랑 일단 의심하기 시작하면 모든것이 의심스럽고, 믿기 시작하면 모든것이 믿음직스럽다고 합니다. 주변사람도 그렇고 나랏님도 그렇습니다. 의심하며 살든 믿으며 살든 본인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의심보단 믿음의 삶이 더 아름답습니다. 믿음의 시작은 사랑입니다. 댓가성 있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거래입니다. 완벽하게 상대방 안에 머무는게 사랑이죠. 엊그제 페북에 광고한 책 '마지막 질문'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입니다. 모든 공감: 102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99명 2023. 4. 22. 나는 그저 텃밭 마늘이 땅을 뚫고 하늘로 치솟는 모습만 바라볼 뿐 나는 서른에 결혼했다. 당시엔 그나이가 조금 늦거나 적령기다. 그런데 지금 서른 넘은 아들이 둘이나 장가를 못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결혼을 못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봤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가치관의 변화다. 요즘 우리사회 아이들은 돈 또는 외모로 결혼 상대를 판단하는 듯하다. 우리 아들들은 스스로 돈도 외모도 별로라고 생각하고 자포자기한 듯하다. 자신이 없으니 혼자만의 삶을 즐겁게 영위하겠다는 생각으로 위축되어 버렸다. 또다른 이유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은 사랑을 전제로 한다. 사랑은 상대방을 아끼고 보살피며 헌신하려는 마음이다. 많아야 둘만 낳았던 우리세대의 아이들은 대가족 시대의 사랑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며 자라 사랑에 대한 개념정의가.. 2023. 4. 22. 20050523 어쩌다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2005.5.23(월) 업무개시 전 아침 일찍부터 두꺼운 보고서를 4개나 들고 처장 방에 들어갔다. 처장은 인사제도 설명회 결과보고서류와 신입사원 워크샵 개최 계획, 임금실무위원회에서 제기된 별정직 직무등급 재조정에 대하여는 사인을 하고 인사혁신방안에 대하여는 몇 가지 팀장들과 회의를 한 후에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사혁신 방안에 대하여도 잘 만들었다는 칭찬을 해 주었다. 내가 직접 일주일간 개고생해서 만든 보고서다. 다른 팀장들에게 쓸데없는 의견을 제기하지 않도록 입단속을 시켜야겠다. 엉뚱한 소리 하면 처장이 엉뚱한 주문을 계속 해대기 떄문이다. 설명회 결과보고 서류와 워크샵 개최계획은 곧바로 부사장님께 가서 결재를 받아왔다. 부사장님은 편하게 보고를 받으셨고 서류는 보지도 않은 채 사인 해 주셨.. 2023. 4. 22. 20050522 호신이가 꼭 기억해야 할 담임선생님의 사랑 2005.5.22(일) 아침 일찍 아이들을 깨우고 테니스장에 갔다. 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와 보니 아이들이 깨어있었지만 예상한 대로 내가 나간 뒤 내쳐 잠을 잤고 내가 들어오기 1시간 전 쯤에 다시 깨어 또 라면 따위를 삶아먹은 듯하다.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집사람은 오후 2시가 되어도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화가 난 내가 큰소리로 떠들어대자 그제서야 일어나 어제 먹다 남은 밥을 볶아 점심을 차려준다. 도대체가 주부되기를 포기한 사람 같다. 그런 기분 속에서도 집사람과 영화 말아톤을 보았다. 경신이는 마지막 감동적인 부분을 잠깐 와서 보았지만 호신이는 아예 보지 않았다. 호신이 담임이 편지를 보냈는데 아이 편에 편지를 보냈다는 글을 적어왔다. 호신이 녀석은 내가 다그치자 그제서야 성적표와 예쁘.. 2023. 4. 22. 아, 섬진강! 그때 그시절 그리워진다. 아, 섬진강! 모든 공감: 108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05명 댓글 35개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2023. 4. 21. 경이롭고 아름다운 순간의 끊임없는 발견으로 이어가라 안산에서 3년 가까이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안산에는 광덕회라는 멋진 모임이 있어요. 지역 내 기관이나 단체장 중심으로 결성된 모임인데 한달에 한번씩 모여 조찬강연회를 갖습니다. 지역현안이나 정보는 물론 인문학 같은 삶의 지혜도 공유하는 네트워킹의 장입니다. 가끔 현물로 스폰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걸 선물로 퀴즈쇼도 합니다. 어느날 저만 답을 아는 퀴즈가 출제되어 제가 선물을 받았습니다. 전원을 켜면 파란 불빛이 끓는 물을 비추는 예쁜 유리 커피포트였습니다. 그걸 제 농막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끓는 물 속에서 요동치는 파란 불빛이 너무 예뻐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도 카메라는 곧잘 잡아내는 듯합니다. 거기에 화가 샤갈의 이름을 덧칠해 환상적인 픽션을 엮어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 2023. 4. 21. 논네들이여 서울 중독에서 벗어나시길... 서울가는 길. 국민핵교 때 서울로 유학가면서 처음 서울구경 했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밖으로 비스듬히 바라본 길바닥 위에 하얀 선들이 점점이 정신없이 뒤로 밀려가는 게 정말 신기했었다. 끊임없이 이어진 전봇대 위 전선도 희한했었다. 그렇게 떠났던 시골로 3년 전에 다시 왔다. 농막 앞 평상에 앉아 봄볓에 반짝이며 흩날리는 꽃비를 구경한다. 3년전 심은 유실수들이 꽃을 제법 피웠다. 매실도, 체리도, 자두도, 앵두도, 복숭아도, 배도 차례차례 꽃잔치를 벌인다. 이쁜 색시 하나만 내려주면 얼마 전 만든 평상 위에 손잡고 누워 꽃비 속에 홍콩까지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젊어서 공산주의에 빠져보지 못한 사람도 멍청이고 늙어서까지 공산주의를 고집하는 건 더 멍청이라고 한다. 담배도 마찬가지로 .. 2023. 4. 21. 테스형! [테스형에게]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노랫말이지만 내게도 딱맞는 말이다. 청산은 내게 말없이 살라지만 세상사람들은 내게 맞장뜨자고 한다. 그럴 때면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시던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모두 내 의지와 상관없는 우연의 소산이니 하늘을 탓하거나 운명을 탓할 수밖에. 그래도 지금껏 하나님은 내게 손을 들어주셨다. 그래서 난 세상에서 제일 큰 빽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니 세상사람들이여! 내게 함부로 맞장뜨자고 하지 마시라. 허름한게 당수 팔단이고 물렁개한테 고추 물린단 얘기 못들었는가.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는 자들이여! 제 눈에 피눈물 날 날 곧 오리니 죽음으로 치닺는 교만의 언행을 빨리 닫으시라. 담쟁이처럼 그저 손에 손 잡을 때만 벽을 넘.. 2023. 4. 21. 일장춘몽 봄날이 너무 좋아 낮술 한 잔 했더니 술 대신 봄 볕에 한없이 취해버렸다. 흥얼흥얼 노래가사 몇마디 읊조리니 바위돌처럼 가슴을 짓누르던 마음이 봄나비 날갯짓 속에 훠얼훨 날아가고 보고픈 님 생각만 가득 차오른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이렇게 좋은날에 이렇게 좋은날에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공감: 129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26명 2023. 4. 21. 콩쾅거리며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그립다 감자탕 먹다 뜨거운 감자 잘못 먹어 입천장을 데었다. 덕분에 입천장이 까져 뜨거운 것만 닿으면 쓰리고 아프다. 내일 회사 선후배 모임이 있어 방금 전 서울에 올라왔다. 집사람은 약속 있어 나간다며 저녁밥 없으니 우작에 들러 설렁탕 한그릇 먹고 오란다. 터덜터덜 우작 가는 길에 깐부를 보니 젊은 애들이 바글바글하다. 이 역동! 서울이 매력적인 이유다. 까진 입천장으로 설렁탕 먹느라 개고생하느니 통닭에 생맥주 마시며 젊었던 시절이나 회상하는 게 나을 듯해 깐부로 발길을 돌렸다. 전기구이 통닭을 저녁삼아 생맥주를 마시며 요즘 젊은이들이 노는 모습을 본다. 코로나는 안중에도 없다. 온 홀을 꽉채워 자유분방하게 어찌나 큰소리로 깔깔거리며 먹고 마시며 노는지 고막이 터질듯하고 정신이 어찔하다. 촌마을 끝자락 독거노.. 2023. 4. 21. 꼰대가 된다는 것 텃밭 가에 아주 오래된 감나무가 한그루 있다. 마을사람들은 그걸 속소리감나무라고 부른다. 그 이름의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부른다. 감의 크기는 일반 감의 절반 만하다. 덜익은 땡감을 베어물면 못견딜만큼 떫지만 연시가 되면 이 감의 당도를 추월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내 유년시절 내내 그 나무와 더불어 살았다. 밤 새 떨어진 감꽃을 주우려 새벽잠을 설치기도 했다. 자랑삼아 실에 꿰어 벽에 주렁주렁 걸어놓은 적도 있다. 휠체어에 의존해 간신히 회관에 봄나들이 나오신 아랫집 할배(낼모레 백세) 말씀에 의하면 그분의 할아버지 시절에도 지금의 자태였으며 가장 오래된 나무였고 거기서 똑같이 감꽃을 주우셨단다. 지금은 아무도 그 꽃을 줍지 않는다. 길 위에 소복히 쌓여 똥색으로 지저분하게.. 2023. 4. 21. 수도공고보단 경성전기공고로 계속 남았어야 국민학교시절 나는 이미자님의 섬마을 선생님 노래를 참 좋아했다. 열아홉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총각선생님을 노래한 거다. 어린 마음에도 그 가사에 가슴이 아렸고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랑을 받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아마도 이미자님 노래 따라 부르다 나 같은 생각을 갖게 된 분들도 꽤 많을 것이다. 오늘 교장선생님 초청으로 수도공고를 다녀왔다. 수도공고는 대한민국 산업기술 발전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선친의 모교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다녔던 시절엔 경성전기공고였는데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최고의 마이스터고 임을 자랑한다.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이나 학습기자재를 쾌척하는 분들도 많고 한주호 준위처럼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도 여럿 배출했다. 어쩌다 마주치는 학생들도 되바라진 요즘.. 2023. 4. 21. 내가 그분들 직위에 가보고야 알았다. 내가 현직에 근무하던 시절 상사로 모셨던 분들 중엔 회나 소고기를 싫어하고 삼겹살이나 족발 칼국수 따위를 좋아했던 분들이 여럿 있다. 노래방도 싫어하는데 어쩌다 억지로 끌려가면 한 곡만 부르신다. 그런데 노래를 정말 잘 부르신다. 간혹 누군가가 밥이라도 사고싶어 내게 그분들이 어떤 종류의 음식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나는 사실대로 안내해드렸다. "그분 회나 소고기는 안 드시고 삼겹살이나 족발 같은 거 잘 드십니다." 내가 그분들 직위에 가보고 알았다. 그분들이 회나 소고기를 싫어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나 때문에 좋아하는 음식 제대로 드시지 못한 때도 많았을 것이다. 이제와 내가 생선회 한접시 사드리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분도 계시다. 삶은 그렇게 대를 이어 이어지나보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모.. 2023. 4. 21. 인생은 파트너십이야, 이웃을 잘 만나야 시골살이가 좋은 점이 많지만 보이지 않는 애환도 많다. 엊그제도 아랫집 개가 내 병아리 네 마리를 잡아 먹었다. 얻거나 사온 것도 아니고 내가 키운 닭이 한 달 내내 치열하게 품어 깐 병아리로 제 어멈과 줄탁동시로 연결되지만 매일매일 모이와 물을주며 병아리를 기다려왔던 내 사랑과도 연결된 병아리들이다. 애계를 잃고 불타는 복수심에 닭장 앞에 쥐약을 놓을까 하다가 그러거나 말거나 반갑게 꼬리치며 다가오는 여우(내가 지은 아랫집 개 이름)새끼 얼굴이 떠올라 노여움을 거두었다. 얼마전엔 제 새끼 두마리랑 내가 비닐멀칭해 놓은 밭 위를 질주하며 노느라 비닐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구멍을 내어 내 노기를 불렀었다. 본성대로 살아가는 개가 무슨 죄가 있나, 개만도 못한 생각으로 사는 견주가 문제지. 그래도 내가 미.. 2023. 4. 21. 주께서 앞서 가시며 절대 너를 떠나지 않을 것 나이들면 예민해지는 듯하다. 종손인 형님이 종사일을 돌보다가 소송에 휘말리며 결국 치매까지 얻었다. 그런 형님을 돌보는 일은 자칫 나마져 치매의 나락으로 빠질 우려를 자아낼만큼 머리 아프다. 백인백색의 인간들이 오롯이 돈을 좇아 쟁명하는 사회에 인의예지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여서 생긴 일이다. 요즘 공정과 정의의 유일한 기준은 오로지 누가 더 많은 세력을 규합하는가 인듯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영화를 보다가 영화속 묘비에 새긴 글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주께서 앞서 가시며 너와 함께 할 것이고 절대 너를 떠나거나 버리지 않을 것이니 두려워하지도 낙담하지도 말라.' 난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묘비 속 문장의 의미를 새기며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종교를 찾는구나... 그런데 주(하나.. 2023. 4. 21.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하느님을 공경할 수밖에 없는, 아니 공경해야만 하는 이유를 알았다. 온 들판이 타들어가고 곡식이 비들비들 말라 죽어가는걸 보고 알았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한다. 햇빛, 물, 공기를 누가 관장하는지 모르지만 이땅의 모든 생물을 보살피는 주체를 우리는 하느님이라 부른다. 춘하추동 계절이 변화하듯 #생로병사를_통해_온갖_살아있는_것들의_삶을_지배한다. 생명에 경외감을 느끼고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하는 이유다. 곧 장마가 들이닥친다는데 가뭄 속 장마를 반겨야할지 꺼려야할지 모르겠다. 모든 공감: 101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98명 2023. 4. 21. 人爲를 뺀 모든 자연에 배신은 없다 아이들이 내 맘에 안드는 행동을 할 때마다 내가 아이들을 잘못 키운줄 알았다. 그래서 때론 죄책감도 느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나와 상관없이 그냥 아이들이 잘못 자랐을 뿐이란다. 그래서 절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단다. 못난 자식들이 부모탓 한다는 거다. 과거 아이들은 그래도 어른의 말씀이라며 경청했는데 지금은 '라떼' 이야기는 '꼰대질'이라며 개소리만도 못하게 여긴단다. 그러면서도 부모의 등골에 빨대를 꼽고 없어져 찌그러질 때까지 진액을 빨아먹는단다. 성년이 되고나서도 제 유흥을 위한 빨대짓은 계속되고 그걸 당연시 여기는 듯하다. 지난 세대 부모들은 대부분 그렇게 살아왔다. 부부사이도 그렇지만 부모 자식 사이도 성년이 되면 무촌이나 다름없다. 한없이 가까워질 수 있지만 한없이 멀어질수도 있다... 2023. 4. 21. 삶은 구하는 대로 얻는 것 요즘은 날이 더워 아침 저녁 선선한 시간대에만 잠깐 일할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엔 멘토아짐이랑 들깨를 두 시간 심고 들어와 영화를 한 편 봤습니다. 벤 스틸러, 제나 엘프만, 어드워드 노턴이 열연하는 'Keeping the faith' 였는데 노턴의 감독 데뷔작이라더군요. 예일대 출신의 수준있는 배우여서 그런지 장르가 코미디 영화지만 중간 중간 빛과 소금같은 이야기들이 들어있습니다. 신부의 직을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까지 생각 중인 신참 신부에게 고참신부는 자신의 경험담을 담아 이런 조언을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기도를 하지 '신이시여, 우릴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게 하시고 우릴 싫어하면 그들 마음을 바꿔주소서 그게 불가능하다면 다리라도 절게하여 그들 맘을 알게 하소서' 하지만 누구나 한가지.. 2023. 4. 21. 악의의 가해자에 대한 대리는 어떤 마음으로 변호하나 집사람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기에 얼떨결에 나도 잠깐 봤다. 요즈음 변호사분들께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 드라마 작가도 나랑 비슷한 의문을 가진 듯하다. 변호인은 의뢰인을 대리하는 사람인데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선의의 피해자를 당사자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감정까지 이입하여 대리하는 건 이해가 가는데 범죄자나 악의의 가해자에 대한 대리는 어떤 마음으로 어느수준까지 대리하는지 모르겠다. 송사로 처절하게 망가진 형님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생긴 의문이다. 모든 공감: 107신창수, 오치윤 및 외 105명 댓글 27개 2023. 4. 21. 싱건지와 짠지 싱건지와 짠지 멘토아짐이 지난 가을에 김장하면서 남은 무우를 항아리에 담고 소금을 뿌려놓았었다. 아짐 말로는 그 소금이 10년도 넘게 보관해 온 거여서 소금 자체로도 맛나다고 하신다. 아짐은 그걸 짠지라고 불렀다. 그걸 잘게 썰어 물에 여러번 헹구고 물에 담가 적당히 싱겁게 해서 먹는데 누군가는 그걸 싱건지라고 부르는 걸 들었던 기억이 있다. 짠지든 싱건지든 화학적 변화 없이 같은 무우를 어떤 상태에서 먹느냐만 다를 뿐이다. 대부분의 약은 독에서 왔다고 한다. 독을 다스려 약하게 하면 몸안의 질병을 고치고 원기를 회복해 주는 약이 된단다. 어디 싱건지나 약만 그럴까. 우리의 생각지도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극단적 이념은 독이 되고 적당히 희석되면 약이되는 듯하다. 어제 아침나절 세시간 동안 밭에서 괭이질을.. 2023. 4. 21.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했던 초등 동창들과의 행복한 만남 나는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의 최대 피해자인 동시에 수혜자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어야 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십리사탕을 팔았지만 나는 그걸 직접 사먹을 수가 없었다. 당시엔 소비가 악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길들여진 내 스키마는 지금도 아이스크림 조차 눈치보며 사먹게 한다. 원칙주의자는 대개 이렇게 탄생한다. 원칙에 순종해야 하는 중세시대 노예라면 모를까 인류 역사상 최고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요즈음 그게 꼭 지고지선의 덕목일까? 퀀텀점프로 이어지는 돌연변이적 진화도 잡종교배 따위의 엉뚱한 파계에서 나온다. 목숨을 내걸어도 좋을 만큼 짜릿한 즐거움도 파계에서 나온다. 그런 파계의 즐거움을 찾다가 거덜난 정치인이나 직장인들을 보면 묘한 양가적 감정을 느낀다. 원칙주의자의.. 2023. 4. 21. 호박이어도 내새낀 다 예쁘다 호박이 참 예쁘다. 95년 가을에 뉴욕에서 토론토까지 일부러 시골 국도를 달려본 적이 있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어우러진 미국 시골마을의 이국적 분위기가 무척 아름다웠다. 그 중에서도 끝없이 펼쳐진 갈색 옥수수밭 그리고 말라버린 호박줄기와 잎새 위에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호박들이 신기했었다. 할로윈데이가 머잖았기에 집집마다 호박들이 쌓여있고 문앞엔 호박귀신(jack-o-lantern)도 보였다. 그래서 지금껏 호박도 단풍드는 늦가을은 돼야 수확하는 줄만 알았다. 헌데 멘토 아짐의 성화에 못이겨 아직도 푸르고 싱싱한 줄기를 한껏 뻗쳐나가는 한여름 호박 밭에 들어가 보니 벌써 호박이 노랗게 익을대로 익었다. 오늘 오후부터 장마가 예보되어 있어 자칫 썩히겠다 싶어 아짐이 수확을 독촉하신 거다. 그동안 안쓰.. 2023. 4. 21. 주객전도 主客顚倒란 말이 있다. 그런데 그게 내 삶에선 '主'가 점점 '酒'로 바뀌는 듯하다. 지금껏 밥을 맛나게 먹기 위해 술을 곁들이는 반주를 즐겼는데 점차 밥이 술안주로 바뀌고 있다. 사랑이 움직인다더니 입맛도 변하고 내 삶의 방식도 바뀐다. 자유란 삶의 본질이고 행복의 다른 말이다. 모든 공감: 127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24명 2023. 4. 21. 서울이 낯설다 가을이 오나보다 아프다는 마누라에게 얼굴이라도 내비칠겸 서울에 갔다가 젊은 날 가끔 찾던 길 나홀로 걸었다. 협착성 방사통에 다리가 저려온다. 잘 나가던 젊은 시절 술한잔 걸치고 떼지어 휘졌고 다니던 거리에 싱싱한 초록이 창연하다. 그래, 나도 한때는 그랬었다. 저 팔팔하고 싱싱한 젊음이 부럽다. 이젠, 서울이 낯설다. 가을이 오나보다. 모든 공감: 145회원님, 신창수, 오치윤 및 외 142명 댓글 45개 2023. 4. 21. 회색분자 페친 한 분이 잠시 쉬신다며 잠수를 타셨다. 페친분들이 너무 많이 성원해주셔서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워 잠시 쉬신단다. 글도 잘 쓰시고 사진도 잘 찍으시는 분이다. 더 잘 쓰고 더 잘 찍고 싶은데 그러려니 마음에 부담이 많이 가셨던 듯하다. 얼핏 우리가 pet dog을 소유한 듯싶지만 개가 우리 머리 꼭대기에 앉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난 '더도 말고 덜도 말고'란 말을 좋아한다. '과유불급'이란 말도 마음에 담고 산다. 그래서 페북 포스팅도 일주일에 하나 정도 올리는걸 원칙으로 삼고있다. 회색분자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지만 회색은 검은 색과 흰색을 한데 버무린 새로운 색일 뿐이다. 달도 차면 기울고 해바라기도 영글면 기운다. 그런데 딱 한가지, '사랑' 만큼은 과해도 괜찮다. 오늘도 사랑하러 서울간.. 2023. 4. 21. 참을수 없는 인간의 가벼움 추수를 앞둔 벼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지난 태풍에 농부들은 밤잠을 설치며 벼들이 무사하길 빌었습니다. 하룻밤새 일년 농사를 모두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실은 농부보다 벼들이 더 마음 졸였을 겁니다. 다행히 우리동네는 태풍이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벼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사람들은 다시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지나간 태풍을 경멸하며 공연히 유난을 떨었다고 합니다. 생각으로 존재하는 인간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고개숙인 벼와 매우 대조적입니다. 모든 공감: 131회원님, 오치윤, 우인섭 및 외 128명 2023. 4. 21. 노인을 공경해야하는 이유 노인을 공경해야하는 이유. 모두들 자신이 겪어온 역경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 합니다. 술취한 젊은이들이 군대얘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 있지 않을까요? 어제 영화를 한 편 봤습니다. 어린아이가 학교 연극 중에 이런 대사를 읊조립니다. '가장 나이든 사람이 가장 많이 참아낸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효율 좋은 농산물이 어떤 종일까요? 제 생각엔 한알의 씨앗에서 가장 많은 알곡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바로 이 해바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걸 실패없이 경작하면 전 아마 몇년 안에 최고의 부자가 되어 있을 겁니다. 지난해는 겨우 6배로 늘어나는 6쪽 마늘을 심었었는데 그것도 풀한테 져 실패했지만 이놈은 어떤 풀보다 키도 커서 풀도 이겨내고 수백배의 수확이 보장될 듯합니다. 모든 공감: 121회원님, .. 2023. 4. 21. 이전 1 ··· 45 46 47 48 49 50 51 ··· 140 다음